한국 전통의 정서, 미의 값어치를 깨닫게 해

2024.01.27 12:10:30

성다은, 김재덕 안무의 <다크니스 품바>
[이진경의 문화 톺아보기 13]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과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다양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마땅하다. 창작자가 생각한 주제를 관람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평 혹은 평론은 여러 경력을 갖지 않으면 언론사에서 쉽게 글을 올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그 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심 끝에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문화평론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예비 문화평론가 소개”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소개에는 ‘문화톺아보기’의 문화평론가로서 후대들에게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의 발전을 위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필자의 <비평> 수업을 통해 양성한 이들로 제한하여 뽑았다. 많은 신청자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의 주제와 색깔이 어울리고 단순한 감상과 평가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주체성으로 시대의 영향이 되어줄 글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소개에 도움을 주신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번 “예비 문화평론가 소개”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재학 중인 성다은 학생의 글이다. 이 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춤에 주목하며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김재덕 안무의 <다크니스 품바>를 소개한다. 현대의 춤에 대한 방향성에 관하여 전통의 소재속에서 그 소중함과 값어치를 찾는다. 동서양의 조화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의 춤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또한, 안무를 넘어 연출에 대한 다각적 시선으로 작품을 논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한국의 춤을 바라보며 한국 춤의 지평이 넓어지길 소망하는 이번 연재를 통해 춤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문화평론가 이진경)

 

 

예술을 소비하고 즐기는 계층이 과거 왕족과 귀족들이었던 것에 견주어 현대에 와서는 모든 대중이 쉽게 문화예술에 가까워지고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예술이 담아내는 메시지에서도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예술은 그 시대의 사회ㆍ문화ㆍ정치적 상황ㆍ종교ㆍ철학 등을 담아낸다. 교회가 권력을 가지고 있던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적 가르침과 동시에 신앙심을 드높이는 종교 예술이, 바로크 시대에는 왕권 강화를 위해 절대 왕권과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궁중 예술이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발전하였다. 또, 조선시대 한국에서는 양반의 특권과 탐욕, 불공평한 세금 부과 등이 문제가 되었던 만큼, 그러한 사회적 양상을 비판하는 작품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이 그 값어치를 인정받은 것은 그 당시 예술의 수요 계층에게 있어서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사회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읽어내고 울림 있게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예술은 무엇을 담아내는 것이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대중들에게 있어 더 깊은 사고의 시발점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우리의 시대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보존과 상생이다. 필자에게 우리의 역사와 다문화의 보존과 상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 작품이 바로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다.

 

 

<다크니스 품바>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을 창단한 김재덕 안무가의 작품으로 2006년 초연 이후 스위스 독일 브라질 중국 일본 등 세계 무대에서 공연을 올렸다. 이 작품은 2016년 영국 런던 더 플레이스 무용 전문 공연장, 2017년 러시아 체홉국제연극제, 2019년 동유럽 가장 큰 야외축제인 헝가리 시겟 페스티벌 등으로부터 초청받은 바 있다.

 

<다크니스 품바>는 한국의 전통 소재인 ‘품바’를 현대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을 뜻하며, 이들이 구걸하며 부르던 노래를 ‘품바타령’이라고 한다. 각설이 타령에서 유래된 ‘품바’는 걸인들의 노래로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계급 사회가 안겨준 멸시, 학대에 대한 울분에서 비롯된 한(恨)의 정서를 담고 있다.

 

‘품바타령’을 뼈대로 삼아 드럼, 기타 등 현대적인 악기에 판소리가 어우러진 독특하고 힘 있는 음악에 맞춰 남성 무용수들이 한의 정서를 풀어나간다. 김재덕 안무가는 “어떤 결핍과 배고픔, 한을 꾹꾹 눌렀다가 움직임과 에너지로 분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소재에서 볼 수 있듯 <다크니스 품바>는 존재 자체가 우리의 전통 역사와 현시대, 그리고 동서양을 잘 이어주고 있다. 품바와 현대무용의 만남, 판소리와 하드락의 만남에서 한국 전통이 가진 것으로 우리나라다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던 김재덕 안무가의 꿈을 엿볼 수 있었다. 김재덕 안무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필자가 앞서 언급했던 “우리의 역사와 다문화의 보존과 상생”을 몸소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다크니스 품바>가 올려지고 있는 공연장에서는 록 음악으로 편곡된 품바 음악과 함께 판소리와 라이브 음악이 울려 퍼진다. 젓가락을 안무 도구자 악기로 한 퍼포먼스와 그리고 판소리와 무용수의 소리 경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하모니카와 카쥬를 비롯한 김재덕의 악기 연주가 결합한다. 현대무용 공연이라고 하지만 공연 속 다양한 국적과 시대, 장르들의 만남으로 관객들은 하나의 무대에서 꽤나 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김재덕 안무가는 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모든 소재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작품의 주인공을 무용수에서 소리꾼으로 소리꾼에서 밴드로 옮겨갔으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안무와 음악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노래 속 후렴구 “어허 품바가 잘도 돈다~” 중간에 애국가와 ‘독도는 우리 땅’과 같은 말을 집어넣는 깨알 포인트들도 놓치지 않았다.

 

이처럼 <다크니스 품바>는 역사와 시대와의 관계를 넘어 동양과 서양의 조화까지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 전통의 정서와 미의 값어치와 소중함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렇게 동서양 역사와 시대의 관계에서 모두 조화를 이뤄낸 작품인 만큼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의상이다. 작품의 제목이 <다트니스 품바>인 것은, 역사를 볼 때 가지고 있던 느낌을 어둠으로 표현하려 했음은 물론 ‘품바’라는 소재를 한국무용 작품과는 다른 질감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김재덕 안무가는 말했다.

 

또 그는 “디자인 면으로는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들의 멋진 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지녀온 한과 슬픔을 통틀어 어둠이라 보고 우리가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결여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갈구해도 채워지지 않고 웃음과 울음으로 남지만, 웃음조차도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닌 그런 것을 어둠 속에 담으려고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디자인 면으로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들의 멋진 춤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말은 한국 전통이 가진 것으로 우리나라다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던 김재덕 안무가의 바람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모순으로 비친다. 우리나라 전통과 서양의 것이 잘 어우러진 그의 작품처럼 의상에서도 수트라는 서양의 옷 속, 한국 전통의 소재가 첨가되었다면 청각적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한국적인 요소가 눈에 띄는 공연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무용을 전공한 필자의 기억에 남는 무용 공연은 많지 않은 가운데 김재덕 안무가의 <다크니스 품바>라는 작품이 뇌리에 박힌 것은 필자에게 있어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소중함과 그 값어치를 알려주고 우리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의 보존과 공생의 중요성에 대한 시야를 열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국가의 예술과 함께 매력적으로 풀어낸 것에 있어서 이 작품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우리의 역사와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지만, 다양한 국가의 초청을 받고 나라 밖 순회공연을 한 작품인 만큼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도 한국 전통예술의 매력을 알렸다.

 

이 작품처럼 현시대의 예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좇기보다는 바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전통을 잃지 않고 그 값어치와 미를 담아내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또 옛것이 지루하고 낡은 것이 아닌 요즘의 다양한 예술과의 만남이 또 다른 재미와 매력의 탄생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진경 문화평론가 jksoftmil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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