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사설 중에 “얼맹이 쳇궁기(체구멍) 진가루 새듯”이란 대목이 나옵니다. 이
진가루, 곧 밀가루로 우린 국수를 만들어 먹지요. 그런데 《고려도경》에서 “고려에는
밀이 적어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 잔치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또 서명응이 1787년 펴낸 《고사십이집(古事十二集)》에는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다.”고 기록되어
우리나라는 귀한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나 녹두가루가 많이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17세기 말의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에 메밀로 칼국수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기도 했지요.
송나라 사람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 10여 가지의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 국수는 길게 이어진 모양 때문에 생일에는 수명이 길기를 비손하고,
혼례에는 맺은 인연이 길기를 바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