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수 좋은 날입니다

2024.03.03 12:25:37

[정운복의 아침시평 19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재수 좋다거나 운수 좋다는 말을 씁니다.

재수는 한자로 ‘財數’라고 씁니다.

재물이나 좋은 일이 생길 운수라는 뜻이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재물을 셀 수 없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뜻밖의 재물을 횡재했을 때도 재수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큰 사고를 당할뻔했는데 가까스로 피했을 때도 재수 좋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사람을 조롱하는 의미로 재수 좋음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녀석 이쁜 마누라를 얻었으니, 재수가 참 좋아!."

이는 그 사람 능력 밖의 일을 성취했을 경우를 뜻하니까요.

 

저는 살면서 경품에 당첨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옛날 아마추어 무선 햄을 할 때 회원이 12명이었는데

상품이 11개만 들어온 겁니다.

할 수 없이 제비뽑기했는데 제가 유일하게 꽝을 뽑은 사람입니다.

 

우린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일로 기쁨을 얻기도 합니다.

아파트를 나서는데 엘리베이터가 우리 층에 서 있다든지

건널목을 건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바로 파란불로 바뀐다든지

주차 공간 때문에 헤맬 때 단 한 군데 나를 위한 듯 주차 공간이 보일 때

우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김광규 님의 <재수 좋은 날>이란 시를 옮겨봅니다.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끔찍한 교통사고도 일어나지 않았고

   소매치기나 날치기를 당하지도 않았다.

   최루탄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길가에서 가방을 열어 보이지도 않았고

   닭장차에 갇히지도 않았다.

   두들겨 맞거나

   칼에 찔리지도 않았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낸 셈이다.

 

   밤중에 우리 집에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오늘은 아주 재수 좋은 날이다.

 

우린 하루하루 큰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하고

내가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거든요.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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