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월간 《순국》 5월호로 창간 400호를 맞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2019년 3.1만세운동 100돌을 맞이하던 해에 출간 비용이 없어 폐간 위기 직전까지 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제게는 유독 월간 《순국》 400호 기념이 죽었던 자식이 살아 돌아온 느낌이 듭니다. 월간 《순국》은 1988년 1월에 창간했으니, 올해로 36살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것이지요. 그간 흑백으로 발간하다가 2020년 5월부터 국배판 B5 크기에 전면 컬러로 매월 130쪽 안팎 분량을 펴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아래, 순국선열유족회) 이동일 회장의 말이다. 어제(24일) 아침 10시, 기자는 독립운동계의 으뜸 정기간행물인 월간 《순국》 창간 400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자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 ‘독립관’ 지하 1층 순국선열유족회를 찾아가 이동일 회장을 만났다.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지령 400호를 맞이한 월간 《순국》은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받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단체가 1988년 창간 이래 36년 동안 중단 없이 발간해 오고 있는 점 둘째,국가보훈부가 이 잡지의 질적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여 2021년 1월부터 발간을 지원하여 발행 부수가 4,000여 부로 늘어난 점 셋째,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문화관광부 한국잡지협회로부터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되는 기록을 세운 점을 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동일 회장의 목소리는 그러나 밝지 못했다. 그 까닭은 월간 《순국》이 걸어온 길이 지난했다는 점과 앞으로 나가야 할 길 역시 험난하기 때문이다.
사실 2021년부터 국가보훈부가 발간 지원을 일부 해 오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이동일 회장의 숨은 노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일 회장이 순국선열유족회에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8년으로 당시 월간 《순국》을 지탱해 온 힘은 국가보훈처(국가보훈부 승격 2023.6.5)의 순국선열기금 사업비 일부와 국군장병위문비 일부를 지원받아 월간지를 제작해 왔는데 이동일 회장이 취임하던 그해(2018) 국가보훈처가 국군장병위문비로 군에 잡지를 보급하는 사업을 일괄 중단하면서 월간 《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었다.
매월 발행 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오던 군 보급사업의 중단으로 월간지 발행에 차질을 빚게 되자 이동일 회장은 사비를 털어 2년 가까이 월간 《순국》을 중단시키지 않고 펴냈으나 앞날을 생각하니 아득했다고 회고했다.
국가보훈처가 일부 잡지 지원금을 지원해 주던 2018년 이전에도 그 비용은 잡지 발간비용에는 터무니없는 지원금이었다. 그것은 월간 《순국》에 원고를 쓰고 있는 집필자들이 제대로 된 원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정만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찾을 것도 없이 오랫동안 월간 《순국》에 연재물을 기고하고 있는 기자도 거의 자원봉사 수준의 원고료를 받으면서 여러 해 동안 연재물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 그렇게 집필자들의 희생과 봉사로 원고가 모여져 36년 동안을 중단없이 지탱해 오던 월간 《순국》의 폐간 위기 소식을 2019년에 접했을 때 기자를 포함한 많은 시민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당시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비롯하여 각계에 ‘폐간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장 고군분투했던 이가 이동일 회장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듣기로는 당신의 노후 자금마저도 월간 《순국》에 쏟아부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건강까지 잃어,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월간 《순국》만은 중단시킬 수 없다는 일념으로 지령 400호를 맞이했으니, 어찌 이러한 헌신의 바탕을 제쳐두고 축하의 달콤한 말만 읊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월간 《순국》의 주요 내용은 명사나 전문가들의 시사 칼럼, 화제가 되는 인물이나 주요 공공기관장, 전문가ㆍ학자 등을 인터뷰하는 ‘순국 특별초대석’, 매월 기획 특집 주제 4편의 학술적 에세이를 게재하는 ‘스페셜 테마’, 그리고 이달의 순국선열과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달의 6․25전쟁영웅」을 연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특정 주제나 인물, 역사의 현장을 집중탐구하는 ‘순국 포커스’, 나라 안팎 독립운동이나 근현대사의 현장, 우리 문화 등을 탐방하는 ‘순국 인사이드’, 또한 순국선열 관련 소식과 신간 서적, 화제의 전시ㆍ공연을 게재하는 ‘순국 네트워크’ 등의 7종 분류ㆍ편집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운동과 관련된 풍부한 역사와 다양한 기사는 일반 국민의 교양지로서도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역사교육용 교재, 나아가 대학생들의 교양 교재 더 나아가 군장병에게도 큰 도움이 될 만한 잡지가 월간 《순국》이라는 전문가들의 평은 거저 나온 것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국군장병을 위한 잡지로 가장 먼저 추천받아야 할 잡지가 배포 중단 사태를 맞았다는 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국군장병들이 밥만 먹고 군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처사다. 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음의 양식이 아니던가? 월간 《순국》은 독립정신과 호국정신을 모두 다룬 국내 유일의 월간지다.
이번 5월호(통권 제400호)는 ‘명사칼럼’에 김두식 전 콜롬비아대사의 「독도 영유권 문제와 우리의 대응전략」,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전 동아일보 사장)의 「베트민의 디엔비엔푸 함락이 불러일으킨 식민지해방전쟁 : 그 역사적 사변 70주년을 맞이해」가 실려 최근 일본의 독도영유권 도발과 베트남-프랑스의 디엔비엔푸 함락 70주년 관련 기념행사 협력에 시의적절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월간 《순국》 400호 발간 기념 기획특집으로 ‘순국선열유족회 《순국》 발간과 독립운동가들의 기록 편찬’ 주제로 4편의 전문적 에세이를 게재하였다. 그리고 ‘순국특별초대석’은 윤경로 식민지역사박물관ㆍ근현대사기념관 관장(전 한성대 총장)을 인터뷰하고, 식민지역사박물관과 근현대사기념관 운영 포부와 《친일인명사전》 1~3권(2009) 개정ㆍ증보판 발간 관련 내용을 특별 게재하였다.
운영비가 없어서 폐간 위기에 몰렸던 월간 《순국》은 이제 겨우 기사회생한 상황이다. 더욱 알찬 내용으로 400호에서 4,000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급선무일 것이다. 월간 《순국》에 이어 순국선열유족회가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동일 회장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 중요한 사업이라고 이야기했다.
“첫째는 월간 《순국》의 확대ㆍ보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두 번째는 ‘순국선열 추념관’ 건립입니다. 광복 75주년에 이르는 동안 순국선열의 영혼을 제대로 모실 ‘순국선열 추념관’이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2021년 3월 11일 국민 참여예산 신청을 통해 새로운 ‘순국선열 추념관’ 건립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채택되었습니다. 현재의 서대문 독립공원 터에 1,500평에 지상 249평, 지하 676평, 전체 925평으로 2024년 6월 착공, 2025년 12월 준공 예정입니다. 현재 국가보훈부에서 서울시와 부지교환 및 건축허가 과정에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순국선열유족회 공법단체 설립으로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상 순국선열유족회가 국가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법단체에서 배제되어 매우 열악한 형편으로 전락하여 이를 개선하고자 진력하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2021년 4월 29일 당시 이낙연 의원(더불어민주당, 전 국무총리)의 소개로 동 법률개정에 대한 국민청원을 하였습니다. 그 뒤 이를 지켜본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2023년 7월 6일 국회소통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거친 뒤 같은 해 11월 15일 동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여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제1소위에 상정된 바 있으나 안타깝게도 무산된 상황입니다.
네 번째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중 보상금 법 개정 문제로 독립유공자 보상금법은 1965년 최초 법률제정 당시 반세기(51년) 동안 투쟁한 독립운동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보상금 수혜대상자를 대수(代數: 본인, 아들, 손자 등)로 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찍 독립운동을 하였거나 늦게 발견된 독립유공자는 이미 증손대를 넘어 처음부터 국가의 보호(보상금)를 전혀 받지 못하는 처참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2023년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가 협의하여 보상금 수혜대상자를 대수(본인, 아들, 손자 등)로 할 것이 아니라, 서훈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보상금 수혜일로부터 2대 보상을 받도록 합의하였으나 아직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일 회장은 그동안 순국선열유족회가 걸어온 고난에 찬 이야기를 대담 내내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고난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암흑과도 같았던 조국에 한 줄기 빛을 부여했듯이, 순국선열유족회가 이동일 회장의 집념으로 똘똘 뭉쳐 나라사랑을 실천해 온 순국선열들의 ‘숙원 사업’을 하나둘씩 이루기 위한 강한 의지요, 집념의 표출이었다.
대담을 마치고 ‘독립관’ 지하 1층 순국선열유족회의 눅눅한 지하 사무실을 나오며 순국선열유족회의 숙원 사업인 ‘순국선열 추념관’이 순조로운 완공을 보아 번듯한 사무실에서 다음번 대담을 할 수 있길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에 대하여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회장 이동일)는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와 그 이전에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순국하신 순국선열의 후손들이 조직한 단체다. 비영리법인으로 1959년 설립되었다가, 1981년에 사단법인으로 다시 조직을 재정비하고 현재 300여 명의 순국선열 유족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는 수십 년 세월 동안 나라가 해야 할 순국선열의 영혼(위패)을 ‘독립관(순국선열추념관)’에 모시고 해마다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에 추모제를 봉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월간지 《순국》(편집고문 김중위, 편집자문 김희곤, 편집주간 장세윤)을 1988년 1월에 창간하여 나라사랑 정신 확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2024년 5월호로 400호) 이러한 순국선열유족회는 현재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법 상, ‘공법단체’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며, 유족보상금조차 대부분 받지 못하고 있어 순국선열유족회와 그 유족들은 처참한 형편에 처해 있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현저동) 독립관(지하1층)
전화:02- 365-4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