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상감 모란무늬 은테 대접, <금구자기>

2024.05.26 12: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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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아가리(구연부, 口緣部)에 은(銀)으로 테두리를 두른 매우 희귀한 금구자기입니다. 안쪽에는 돋을새김(양인각, 陽印刻), 바깥쪽에는 상감기법(象嵌技法)을 사용하였습니다. 안쪽 중앙에는 밑바닥에 둥그런 원을 새기고 그 안에 꽃을 조각하였지요. 안쪽 옆에는 연당초문(蓮唐草文)을, 입 부분에는 당초문대를 돋을새김하였고 바깥쪽 옆면 세 곳에는 모란을 상감하였습니다.

 

굽은 다리 굽으로 굽 안 바닥 세 곳에 규석 받침이 있습니다. 안쪽에는 연당초문을 돋을새김하고 바깥쪽에는 모란을 상감하여 안팎에 서로 다른 기법으로 무늬를 새겼는데, 이와 같은 무늬 새기는 방법은 한 면에만 상감기법이 소극적으로 사용되던 시기의 순청자와 상감청자의 혼합 양식을 보여줍니다.

 

 

 

금구자기의 역사

 

금구자기(金釦瓷器)는 고려와 중국에서 성행하였던 고급 자기로, 여기서 금구(金釦)는 아가리를 금속으로 장식 또는 보강한 것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형태의 금구장식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전국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중국에서 금구자기의 제작이 어떠한 연유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금은기(金銀器)의 사용과 연관하여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고대 금은기는 불로장생, 무병장수의 관념과 결부되어 주로 상류층에서 애용했습니다. 이러한 금은기의 유행과 사치품으로써의 과도한 사용은 조정에서의 여러 규제와 함께 시대적 정황과 맞물려 금속원료의 부족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 탓으로 금은기를 대신하여 금구자기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구자기의 역사와 문헌

 

우리나라에서 금구자기를 언제부터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광종 때 세운 <고달사원종혜진탑비> 비문 내용에 ‘금구자발(金釦瓷鉢) 등을 선물로 헌납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비문에 언급된 금구자발은 오월국이 만든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이는 오월국에서 생산된 금구자기가 북송을 비롯하여 주변국가에 조공품으로 보내지기도 하였고 당시 중국과 조공책봉관계가 있었으므로 고려에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금구자기의 제작기법에 대한 문헌자료는 《세종실록》에 나타나 있습니다. ‘지금 연회할 때 그 장식을 벗기고 쓸 것인가, 그대로 쓸 것인가’라는 내용으로 금구를 만들 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아가리에 끼워서 사용하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쉽게 빠질 수 있어서 접착제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고려시대 금구자기는 중국에서 유입된 금구자기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후 우리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구의 성분 분석

 

기존 분석연구에 의하면 재질은 금, 은, 주석 등으로 밝혀졌지만 최근 구리에 아연(황동), 주석에 납 같은 합금 또는 은제 금도금으로 금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추가해서 밝혀졌습니다. 다음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금구자기 6점을 성분 분석한 결과입니다.

 

 

 

 

위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금속재질별 사용 목적을 고문헌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고려의 실상을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는 금속의 사용위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금속기에 쓰는 글씨는 사용자의 직위에 따라 높은 순으로 ‘순금 > 금도금한 은 > 순은 > 은도금한 동 > 순동’처럼 재질의 귀천과 희소성에 따라 순차적으로 위계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금속 재질의 금구를 사용한 목적은 신분층에 따른 도자기의 장식효과를 아가리가 다른 부분보다 충격에 매우 약해 쉽게 깨지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한편, 충격으로 구연이 약간씩 파손된 도자기를 수리하여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황현성) 제공

 

 

한성훈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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