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도 책ㆍ일회용 카메라 같은 것을 줘

2024.06.14 11:31:02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는 마담과도 술을 한 잔 주고받았다. 마담은 성이 강 씨라고 했다.

 

“강 마담! 그런데, 내가 미스 최하고 연애를 한번 할까 하는데, 강 마담이 볼 때 미스 최가 어떻소? 한 번 솔직히 말해 주시오.”

“미스 최, 괜찮은 아가씨에요.”

“어디가 괜찮아요?”

 

“제가 미스 최하고는 1년 이상을 같이 있었는데, 무어라고 할까요... 미스 최는 한 마디로 뚝배기같은 여자에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웬지 정이 가는 그러한 아가씨에요. 달리 표현하면 고려청자는 아니고 백자 같은 여자라고나 할까요? 사귀시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요. 강 마담의 추천이 그러하다면 꼭 한번 사귀고 싶네요. 그런데, 미스 최가 새침해서 잘 줄려고 하지를 않네.”

“무얼 말이에요.”

“선물을 받기만 하고 주지를 않는다니까.”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세요, 호호호.”

 

 

강 마담은 조금 있다가 방에서 나갔다. 마담의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해서 한 방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미스 최가 뚝배기 같은 여자라니 뚝배기가 어떤지 한번 만져라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뚝배기 맛을 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고. 앞자리를 살펴보니 안 사장과 미스 송이 다정하게 앉아 있다. 미스 송은 낮에는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직장에 나간단다. 밤에는 일주일에 2일 아르바이트 삼아 나온다고 한다.

 

그전에는 아가씨들이 나쁜 놈들의 꾐에 빠져, 또는 동생 학비를 대거나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술집에 나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였다. 요즘 술집에 나오는 아가씨는 자발적으로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만두려면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

 

술집 경영자의 처지에서 아가씨의 공급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미스 송처럼 아르바이트하겠다는 직장 여성이 끊이지 않고, 그 가운데는 여대생도 더러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가출 여고생, 또는 공부가 싫은 현역 여고생까지도 끼어든다고 하니, 이 세상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딸 가진 부모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김 교수는 아들만 둘이니 이 점에서는 걱정을 던 셈이다.

 

미스 송의 가슴을 만지던 안 사장이 미스 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미스 최. 자네는 김 교수가 맘에 드는가 봐.”

“네. 오빠가 좋아요.”

“무어가 좋아? 그 친구가 미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오빠는 다른 손님과 다른 데가 있어요. 안 사장님하고도 다르고요.”

“뭐가 달라?”

“오빠, 다 이야기해도 돼요?” 미스 최가 김 교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해 봐라. 우리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니? 안 사장이야 다른 데서 나 흉볼 사람이 아니다.”

“제가 오빠를 세 번째 만나는데요. 한마디로 오빠는 멋있는 사람이에요. 다른 손님들은 저희들을 돈으로 유혹하거든요. 예를 들면 ‘너 내일 하루 결근하고 나하고 시간을 보내면 얼마를 주겠다’ 이런 식이지요. 그러나 오빠는 저에게 ”2차 가자“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그리고 오빠는 저에게 선물을 주실 때도 책, 일회용 카메라, 이런 것을 주시거든요.”

 

안 사장이 궁금해서 물었다.

“다른 손님들은 어떤 선물을 주는데?”

“대개는 목걸이, 또는 화장품을 주시지요.”

 

김 교수가 끼어 들었다.

“이 친구야, 내가 책을 선물하는 것은 값싸기 때문이야. 나도 금목걸이 살 돈이 있으면 목걸이를 선물하지.”

 

미스 최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난번 호텔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데, 다른 손님들은 대개 소나타나 그랜져를 타잖아요. 그런데 오빠는 전혀 꿀리는 기색이 없이 주차장 아저씨에게 ‘내 차는 하늘색 프라이드요.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더라고요.”

 

오랜 친구인 안 사장이 깜짝 놀랐다.

“아니. 김 교수가 미스 최하고 호텔까지 갔어?”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셨어요.”

“와, 이거 사건이네. 김 교수가 난생처음 바람 한번 나는 모양이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이 사이에 노래를 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12시가 되었다. 이제는 아쉽지만, 젊은 아가씨와 헤어져, 젊지 않은 아내 곁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미스 최는 입구까지 따라 나왔다. 그리고는, 무소유 책을 잘 받아서 읽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리랑 제3권을 다 읽고 나면 전화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하고서 헤어졌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