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국악원(직무대리 김명석)은 오는 11월 20일(수)부터 21일(목)까지 이틀 동안 우면당에서 풍류극 ‘필운대풍류’의 세 번째 무대를 올린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필운대는 현재의 성수동, 홍대와 같이 조선시대부터 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문화 공간으로 유명했다. 봄이 되면 살구꽃, 매화꽃, 벚꽃 등이 활짝 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필운대는 사대부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꽃놀이를 즐기며 예술을 누렸던 곳이다.
이번 ‘필운대풍류’ 공연에서는 실제 필운대에서 가곡모임인 운애산방을 운영한 박효관을 중심으로, 그의 제자 안민영과 음악적 교류를 이어온 사대부 이유원이 등장하여 필운대에서의 풍류를 극으로 꾸며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안경모 연출은 조선 후기 중인문화와 서민문화가 수용되던 시대적 특징을 역사적 기록의 왜곡 없이 담아내는 데 공을 들였다. 당시의 음악은 정통적인 정악(正樂)의 틀을 넘어 현실의 풍경과 개인의 감성을 담고자 하는 진악(眞樂) 사상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당시의 분위기를 무대에 구현하기 위해 기록을 바탕으로 풍류의 장에 양반 계층뿐만 아니라 중인, 악공, 세악수(細樂手), 예기(藝妓), 의기(醫妓) 등 다양한 신분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신분을 뛰어넘는 풍류모임이 발전한 조선 후기의 예술문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꾸민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 구성 역시 가곡(歌曲), 가사(歌詞), 시조(時調)와 같은 정악풍의 음악뿐 아니라 판소리와 단가, 서도소리와 같은 민속악풍의 음악까지 영역을 확장해 장르를 넘나드는 풍류음악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함께하는 풍류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극적ㆍ음악적 요소와 영상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겸재 정선의 ‘필운대상춘’, ‘필운상화’ 등을 소재로 한 영상과 맑고 청명한 ‘청성곡’의 울림 등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선사한다. 안개가 드리운 새벽부터 붉은 노을이 지는 황혼까지 필운대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풍류를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다.
선조(이항복)가 만든 필운대 터에
선조(이유원, 9대손)가 지은 시구를 가지고 후대(이동영, 32대손)가 노래해
국립국악원 정악단에서 활동 중인 이동영 단원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오성과 한음’의 오성으로 알려진 이항복의 32대손으로, 이항복의 9대손인 이유원 역으로 분하여 이유원이 지은 한시인 ‘아조거구후예심(我祖舊居後裔尋)’을 시창해 조상을 그리며 그 의미를 더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건회 예술감독은 “신분고하를 뛰어넘어 자연과 더불어 예술로 교류하던 선인들의 풍류 시간에 동화되어, 풍류의 정수를 경험할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2024 국립국악원 정악단 기획공연 ‘필운대풍류’는 오는 11월 20일(수)부터 21일(목)까지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이며,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또는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A석 3만 원, B석 2만 원 (문의 02-580-3300)
[필운대(弼雲臺)]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필운대’는 현재 배화여고 뒷정원에 있는 높다란 암벽으로 서울특별시문화재자료 9호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문화예술 공간이다. 조선 선조 때 백사 이항복의 집터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꽃놀이 장소로 유명해진 필운대에는 이항복의 9대손인 이유원의 한시와 가객 박효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박효관은 1876년 제자 안민영과 함께 856수의 시조 작품을 수집ㆍ정리하여 《가곡원류》라는 노래집을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