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이른 아침에는 구름에 안개까지 겹쳐서 날이 흐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니 햇볕이 더 뜨겁게 느껴지네요. 구름 사이로 나온 해지만 해가 나오니 오늘은 하늘땅이 모두 어제와 많이 달라보입니다. 활개마당을 돌고 있는 아이들의 낯빛도 더욱 밝아보입니다.
오늘 토박이말은 '하늘땅'입니다.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보지 않아도 누구나 뜻을 알 수 있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쉬운 토박이말을우리가 나날날이에서 잘 쓰지 않다 보니 말이나 글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참일입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일이 있나?" "천지분간도 못하는 사람같으니라구."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을 더러 봅니다. 이럴 때 '하늘땅'을 넣어 보면 "하늘땅 누리에 이런 일이 있나?", "하늘땅도 가리지 못하는 사람같으니라구."처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주 많다', '매우 많다'는 뜻으로 "천지삐까리다."는 말을 쓰는데, 여기서 '천지'는 한자말 '천지(天地)'라는 것은 잘 아실 것이고 '삐까리'는 '벼를 베어서 가려 놓거나 볏단을 차곡차곡 쌓은 더미'를 가리키는 '볏가리'입니다. 그러니 '천지에 볏가리가 쫙 깔려 있는 것처럼 엄청 많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도 그냥 사투리로 알고 그렇게 써도 되지만 토박이말을 살려 '하늘땅볏가리다'처럼 다듬어 써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천지(天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 '세상, 우주, 세계의 뜻으로 이르는 말', '대단히 많음'의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한자말 '천지'를 이렇게 세 가지 뜻으로 써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토박이말 '하늘땅'에는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한 가지 뜻밖에 없습니다. 한자말 '천지(天地)'의 뜻넓이를 넓혀 쓴 것처럼 토박이말 '하늘땅'도 뜻넓이를 넓혀서 쓰면 좋겠습니다. 또 '천지'를 찾으면 비슷한 말로 '하늘땅'이 있다고 알려 주면 '천지'라는 말을 써야 할 때 토박이말 '하늘땅'을 떠올려 쓰시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