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만들어 낸 무늬니까 '해무늬'?

  • 등록 2025.07.21 12:37:10
크게보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해무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목숨을 잃은 분들도 계시고 집이 흙더미에 덮히거나 무너져 보금자리를 잃으신 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집이 물에 잠겨 살림이 다 못 쓰게 된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목숨을 잃으신 분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고이 쉬시기를 그리고 집과 살림살이를 잃으신 분들이 하루 빨리 나날(일상)을 되찾으시기를 바라고 빕니다.

 

오늘도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구름들 사이로 해가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네요.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거라는 기별을 들었는데 제가 있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무늬'입니다. '해가 비쳐서 얼룩얼룩하게 진 무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뭇잎 사이나 발과 같은 것을 거쳐서 지나온 햇살이 만들어 내는 얼룩덜룩한 무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 만든 그림이라고 할까요? 그걸 보고도 '해무늬'라는 말을 모르면 말이나 글로 쓸 수가 없을 겁니다.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보기월(예문)이 없는 것이 이 말을 알고 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말꽃지음몬(문학작품)에서 쓴 보기도 많지 않은 것이 참일입니다.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에 다음과 같이 쓴 보기가 있습니다.

 

어둠에 잠긴 골짜기 안으로 아침 해무늬가 빗살처럼 비쳐들고 있었다.

 

조정래 님께서는 이 말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알고 있으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값진 우리 토박이말 '해무늬'가 들어 있는 말과 글을 자주 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부려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가림막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예쁜 해무늬를 그리고 있습니다.

 

말집(사전) 속에 잠들어 있는 우리 토박이말에 숨을 불어 넣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의 곳곳에 해무늬가 그려져 있을 겁니다. 그것을 붙들어 말과 글로 옮겨 주시면 되니까요.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