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산 김준근의 연희를 현대에 재현한다

  • 등록 2025.09.16 10: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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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창작판놀음 《1883년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
어제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호는 기산(箕山). 김준근의 생애와 이력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가 19세기 말 부산ㆍ원산 등의 개항장에서 풍속화를 그려 주로 서양인들에게 판매하였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다. 그 풍속화가 한국은 물론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덴마크ㆍ네덜란드ㆍ오스트리아ㆍ러시아ㆍ미국ㆍ캐나다ㆍ일본 등 전 세계 20여 곳의 박물관에 1,500여 점이 남아 있고, 당시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의 각종 여행기에 삽화로 사용되면서, 조선의 풍속을 세계에 널리 알린 화가가 되었다”

 

이는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이 소개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글이다. 여기엔 나와 있지 않지만, 《다음백과》에는 인천 제물포도 김준근이 활동했던 지역으로 나온다. 여기 인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이 오는 10월 24~25일 이틀에 걸쳐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인천광역시 후원과 협력 부평구문화재단 후원으로 여는 창작판놀음 《1883년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 공연을 연다. 어제(9월 15일) 낮 2시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언론인들을 초대해 그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현대의 작가도 아니고 조선 말기 험난한 시절 1,500여 점의 작품을 그려 서양에 소개한 김준근 작가, 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언제 죽었는지 등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는 물론, 일부가 국내 국립민속박물관에 있었을 뿐 대부분 유럽 박물관에 있어 우리는 좀처럼 접하기가 어려운 작품들임을 아는 우리로서는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그런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이 김준근의 작품을 현대에 끌어와서 재현하겠다고 나서서 우리로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풍속화로 시대를 대변했던 김준근의 삶을 잔치마당이 어떤 형식으로 우리에게 선 보일지 매우 기대가 된다. 

 

김준근의 그림은 대부분 조선의 생활을 담은 ‘풍속도’들이다. 특정 분야만이 아니었다. 생업과 의식,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아주 단순한 필치로 그렸다. 가히 ‘풍속화 백과사전’이라 할 만 하다. 이 가운데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자신들이 해오던 연희에 관심을 두었다. 특히 남사당놀이ㆍ탈춤ㆍ줄타기ㆍ검무ㆍ죽방울 놀이 등 평소에 잔치마당이 해오던 연희를 오늘에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인천의 여러 언론사에서 큰 관심을 갖고 다수의 기자들이 참석하였다. 한편, 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잔치마당쪽에서는 총괄 제작 서광일, 대본ㆍ연출 ,전승우, 예술감독 김호석, 기획 신희숙, 음악 김지원, 김준근 역의 배우 유인석 등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석하여 기자들의 진지한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먼저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는 이 공연의 기대효과로 “인천의 역사문화 자산을 무대 예술로 브랜드화하고,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융합형 공연예술 모델을 제시하며,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와 문화자원화,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 강화는 물론 나라 안팎 유통과 나라 밖 탐방으로 확장 가능한 콘텐츠를 들었다. 또 이 작품은 인천이 배경이지만, 작품의 내용은 인천을 넘어 전국적인 범위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를 토대로 세계화까지 한번 가보자고 하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전승우 감독은 “김준근이 개항이 되었을 때 그리고 갑신정변이 일어났을 때 그 시기를 겪으면서 조선의 변화에 대해서 두려워했고 또 기대도 되지만 우리의 것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과거 또 우리가 많은 침략을 당했을 때처럼 어, 이거 개항한 게 혹시 침략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 또는 이것이 발전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상상력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약간 허구의 세계로 시간 여행도 하게 되며, 2025년 MZ 세대들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세대들이 김준근의 시대 들어가서 서로 문화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들을 보여주기도 하지요.“라고 연출의 대강을 보여주었다.

 

한편, 예술감독 김호석 씨는 ”중간중간 그 중점은 줄타기라든가 죽방울이라든가 옛날에도 그 형태는 행해지고 지금도 똑같이 현대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그 시절에 했던 연희와 또 지금에 펼쳐지는 그 연희들이 어떤 형태로 어 무대에서 녹아내릴지 많이 고민하고 있으니까 그 모습들을 좀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질문에서 “이 작품이 세대를 잇는 그런 작품이 되는 것 같은데 MZ 세대들이 기산이랑 만난다는 그런 표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런 MZ 세대들이 기산이라는 이 화가를 만날 뿐만 아니라 뭔가 거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촛점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전승우 감독은 “풍물을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떠한 사건으로 과거에 돌아가서 그 옛날 조선시대 후반 그때 풍물을 보면서 탈춤, 줄타기, 죽방울놀이 등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재미있구나!' 하는 그 부분들을 느끼는 과정이 있습니다. 제가 원했던 부분들은 그런 부분들이었어요. ‘이거 정말 너희들도 한번 보면 재미있어 할 거야!’라는 의지를 가지고 표현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기자에게 말할 기회가 왔을 때 “이게. 엄청난 작품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저는 여기서 공연의 부제가 ‘기산, 시간을 그리다.’인데 이것보다는 ‘기산, 민중을 그리다.’가 어떨까요”라는 의견을 제시해 김준근 역을 맡은 유인석 씨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1883년 인천 그리고 기산 김준근》 공연 제작발표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전통예술이 전해지는 것을 그대로 재탕하기 보다는 ‘잔치마당’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 재현하고 ‘법고창신(法古創新)’ 하는 자세가 바람직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손실 우려(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책임감도 크다. 그러나 잔치마당 대표의 지혜와 결단 그리고 구성원들의 일치단결하는 자세를 볼때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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