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가까이 있는 밭? 구름같은 밭

  • 등록 2025.09.17 1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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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토박이말]구름밭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로운 하루의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이 때, 누리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이들의 부지런한 삶터를 떠올리게 하는 토박이말 ‘구름밭’을 만나 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밭’을 ‘산꼭대기에 높이 있는 뙈기밭’이라고 풀이합니다. ‘구름’과 ‘밭’.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낱말이 만나, 가장 높고 깨끗한 곳에서 비롯되는 하루의 땀방울을 이야기합니다. 밭은 단단한 땅에 뿌리내린 삶의 터전이고, 구름은 하늘을 떠도는 나그네죠. 구름과 가까이 있는 밭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구름같은 밭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구름밭’은 그저 아름다운 바람빛(풍경) 속 밭이 아닙니다. ‘뙈기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가파른 뫼(산)에 올라 힘겹게 일군 작은 땅입니다.

말집(사전)에 실린 보기를 보면 그 꿋꿋한 삶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는 산속으로 들어가 구름밭을 갈며 살았다.《표준국어대사전》

수동이네 할머님은 시골에서 구름밭을 갈며 혼자 사신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리저리 얽힌 삶을 벗어나 자연에 기대어 하루를 여는 씩씩한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때론 힘들지만 누구보다 맑은 숨씨(공기)와 첫 햇살을 맞으며 하루를 여는 부러운 삶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도 마을 뒷메에 구름밭이 있는 곳이 있을까요? 있다면 오늘 아침에도 ‘구름밭’의 임자는 동이 트자마자 이마에 땀방울을 훔치며 밭을 가꾸러 길을 나섰을 것입니다.

 

“새벽안개를 헤치고 구름밭으로 가시는 할머니의 지게 위에는 하루의 바람이 실려 있었다.”

“아침밥을 먹다 문득, 이 나물 한 꺾음이 저 높은 구름밭의 맑은 이슬을 머금고 왔음을 깨닫습니다.”

 

‘구름밭’은 고된 땀과 함께하는 곳이지만, 이 누리에서 가장 먼저 맑은 햇살과 깨끗한 바람을 맞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은 우리에게 힘든 삶의 무게뿐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꿋꿋한 마음과 새 아침의 바람(희망)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 저마다의 ‘구름밭’을 갈기 위해 집을 나서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내가 마주할 힘든 일이 바로 내가 일궈야 할 마음의 ‘구름밭’이라 여기고, 묵묵히 첫 삽을 떠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그곳이 바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여러분의 ‘구름밭’입니다. 맑은 바람과 함께 힘찬 하루를 채워 가시길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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