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가을의 문턱에 선 과천은 지난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예술’로 물들었다. 2025년 과천공연예술제의 주제는 ‘기억과 상상이 솟아오르는 시간’. 단순한 표제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며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감각적 중심어가 눈길을 끌었다.

축제의 현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풍선을 활용한 야외 공연장이었다.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설치 구조물은 관객들에게 마치 비현실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안겨주었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았다. 공간 자체가 공연의 일부가 되어 관객의 감정을 예열하는 효과적인 연출이었다.

올해 축제는 ‘지역축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가 뚜렷했다. 특히 나라 밖 예술단체들의 활발한 참여가 눈에 띄었다. 무언의 신체극, 독창적 오브제 퍼포먼스, 현대무용과 영상이 결합한 무대 등 익숙하지 않은 형식들이 주제의 서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는 과천공연예술제가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지구촌 예술 축제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나라 밖 단체의 참여가 신선한 자극을 준 반면, 지역 예술단체와의 긴밀한 서사의 연결은 부족했다. 개별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매개가 부족했던 인상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라기보다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새로운 실험은 언제나 시행착오를 동반하며, 이번 시도는 지역성과 국제성이 공존하는 복합적 축제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출발선이었다.
첫날 비가 온 것은 몇 가지 운영 과제를 드러냈다. 배수 문제와 전기선 노출 등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였다. 아무리 뛰어난 공연이라도 기본적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감동은 쉽게 흔들린다. 반면 환경 관리 측면은 돋보였다. 분리수거 마당이 잘 운영되었고 관객들의 자발적 참여로 공연장 주변은 깨끗하게 유지되었다. 축제의 품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올해 과천공연예술제는 규모나 외형을 넘어, 축제가 담아내는 태도와 흐름 자체가 확장을 향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단순히 프로그램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콘텐츠가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한 주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이 서로를 가로지르며 만나고 감정의 접점을 형성할 때 비로소 축제는 진정한 예술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과천공연예술제가 그런 대화의 예술의 장이 된다면, 단지 지리적 공간을 넘어 사람과 예술, 기억과 상상, 지역과 세계를 잇는 승강장(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부족한 점과 과제가 남아 있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가능성과 진심이 담겨 있다. 예술은 언제나 정답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지금의 과천공연예술제는 옳은 방향을 향해, 차근차근 걸음을 내딛고 있다.
기억과 상상이 솟아오른 이 시간이 훗날 과천공연예술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떠올리게 할 첫 장면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