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시사 합작시 41. 거문고 산조(散調)

  • 등록 2025.09.28 10: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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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거문고 산조(散調)

 

     천년 오동 깊은 가락 감추고 (돌)

     만년의 바람 소리 벗하는데 (달)

     간만에 술대 잡고 궤 짚으며 (빛)

     이어질 듯 끊어질 듯 탄다네 (심)

                             ... 25.9.26. 불한시사 합작시

 

 

 

 

새재는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 새재 곧 조령(鳥嶺)은 길이 가파르고 편탄치 않다.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과거에 통과한 선비의 경사스러운 소식은 이 새재를 통해 재빨리 넘어온다. 그래서 경사스러운 소식을 남 먼저 듣는 곳이 바로 문경(聞慶)이다. 낙방한 선비들은 다리에 힘이 빠진 채 다음을 기약하며 이 조령을 되넘어 온다. 지금도 첫 관문 입구에 옛길박물관이 있고 아리랑노래 비석공원이 있다. 진도아리랑에 문경새재가 나오는 연유는 뭘까? 기쁜 소식 들으려 호남선비도 이 새재를 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문경의 옛 지명은 문희(聞喜)였다. 기쁜 소리를 듣는 고을이다. 온천마을 문경읍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제주 성산일출봉을 닮은 주흘산이 있고, 동남쪽을 바라보면 운달산(雲達山)이 보인다. 그 남쪽 기슭에 있는 금용사(金龍寺) 소속 암자에 한 산승이 독거하고 있었다. 그 승려가 거문고의 숨은 실력자라는 소문을 듣고 불한티산방에 모인 시벗들이 무작정 찾아갔다. 2018년 늦가을 어스름 무렵이었다. 화장암(華藏菴) 산승의 거문고 산조에 방문 시인들이 선경을 헤맨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지금은 그때 동행했던 봉암사 기현(奇玄)선사도 입적하고, 홍시를 대접하던 산승의 긴 눈썹의 눈빛과 절 뜨락 모과가 익어가던 그 향기의 여운(餘韻)만 거문고 소리와 함께 남았다. (라석)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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