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동, 노인들을 위한 잔치, ‘도랑탕’

  • 등록 2025.11.07 07: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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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15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입동(立冬)’으로 겨울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겨레는 이날 '치계미(雉鷄)' 잔치를 벌였습니다. 치계미는, 입동(立冬)ㆍ동지(冬至)ㆍ섣달그믐날 같은 때에 마을에서 양로 잔치를 벌였던 것을 말합니다. 본래 치계미는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온 풍속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한해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금품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습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고,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했는데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어르신들의 원기 회복과 건강을 비손하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였습니다.

 

 

미꾸라지는 한의학적으로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비위(脾胃)를 보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추어탕은 뼈째 끓이기 때문에 칼슘, DHA, 비타민 등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으뜸 보양음식이었습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몸을 데우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함입니다. 오늘은 입동, 무서리 내리고, 마당가의 감나무 끝엔 까치밥 몇 개만 남아 호올로 외로운 때입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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