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과 스님 그리고 연꽃이 어우러진 책

  • 등록 2025.10.14 11: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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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스님,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 학자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60여 년 전 보릿고개 때 이야기다.

덜 영근 보리를 베어 밥 지어 먹는 것만이라도 행복이었고,

좁은 방 한 칸 이불 하나에 온 가족이 함께 발 뻗고 자면서도

누워 잘 집이라도 있다는데 행복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50평이 넘는 호화 저택에 살면서도 행복 타령을 하고 있다.”

 

이는 일취스님이 학자원을 통해 펴낸 책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 가운데 <동화 속에 잠든 행복>이란 소제목에 나오는 눈에 띄는 구절이다. 그런데 이 구절이 나오기에 앞서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뜻을 따라간다.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뜻은 오직 한 가지다. 오늘보다 더욱 나은 내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참는 것이 제일이고, 뜻을 이루고자 할 때는 먼저 욕심을 절제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라는 《법구경》 구절을 보여준다.

 

 

스님은 180일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며 법구경 한 대목을 읊은 뒤 인간사를 더듬으며, 담담하게 속삭인다. 스님은 그동안 <우리문화신문>에 ‘산사에서 띄우는 편지’를 연재했었고, 최근엔 ‘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라는 제목의 연재를 이어가면서 스님의 깊은 속내를 조용히 털어내는 중인데 이 와중에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 책을 펴낸 것이다.

 

그동안 스님들이 펴낸 책들을 보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룬 나머지 어렵거나 좀 따분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취스님의 글은 어렵거나 따분할 틈이 없다. 어느 사람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내려놓은 것이다. 더더구나 스스로 사진작가 아니라고 하는 스님은 180일 나날을 아름다우면서도 담백한 연꽃 사진으로 수놓아 챙의 첫장에서 끝장까지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책의 또 다른 곳을 보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 나온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네”

 

이는 절에서 공양할 때 외우는 게송이다. 우리가 어쩌다 산사에 가보면 스님들이 공양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스님의 공양에 고기는 없고, 그저 수수한 먹거리들 뿐이다. 그런데도 스님들은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라면서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네”라고 다짐한다.

 

살코기 하나 없는 그저 수수한 먹거리조차도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다는 스님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온갖 먹거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넘쳐난다. 문제는 소위 ‘먹방’이라 하여 혼자 5~6인용 먹거리도 깜짝할 새에 먹어 치우는 그 장면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삶을 살고 있다는 듯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하고 있다. 지구촌 저 너머 중동아시아나 아프리카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넘쳐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누가 더 먹나 경쟁하는 텔레비전 프로에 열광을 하니 한심할 노릇이다.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면, “세상일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마라. /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 근심과 곤란으로써 명약을 삼아라.”라는 구절도 보인다. 사람들은 오늘도 행복하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될 일인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즐거이 하다 보면 분명 그 결과는 보배로울 것이다.“라고 속삭인다.

 

지은이 일취스님은 ”책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는 한 가지 붓다의 말씀을 바탕에 두고 글을 각색하였지만, 애써 어렵게 짜인 경전 속의 문자에 구속되지 않고, 평범하고 쉽게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생활상들과 버무려 맛깔나게 펼쳐보았다. 그리고 종교적 이념이나 편견적 사상을 들추지 않고, 현재 보고 느끼는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서 적절한 회통의 방법을 찾으려 했다.“라고 소개했다.

 

어렵지 않게 스님의 깊은 철학을 내 안으로 당겨 오려고 하거든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 일을 권하다. 일취스님은 포항 ‘청정심원’ 심원장이며, 《붓다와 108 유희》,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갈을 찾아서》, 《연꽃 속에 진주를 줍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현재 인터넷 서점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살 수 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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