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나비구름

  • 등록 2025.10.14 1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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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내려 앉은 나비의 날갯짓?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가을 오란비(장마)가 참 길다 싶습니다. 아침에는 그동안 내린 비보다 많은 비가 모여 내리듯 내렸습니다. 오늘은 하늘 가득 짙은 구름이 뒤덮고 있지만 여느 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은 참으로 많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솜뭉치 같다가도, 어느새 길고 가는 붓으로 그린 듯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 ‘나비구름’은 그 많은 구름의 모습 가운데 가장 가볍고 어여쁜 모습을 담아낸 이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나비구름’을 '날아가는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진 구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새털구름이 얇고 넓게 퍼져 있거나, 조각구름 두어 낱이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마주보고 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날아가는 나비처럼, 곧바로 날갯짓을 하며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가볍고 아름다운 구름이 바로 ‘나비구름’입니다.

 

 

이처럼 어여쁜 말이니 말꽃지음이(문학 작가)의 눈에 들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김남조 님의 가락글(시) 「겨울 바다」에 이 말이 애틋하게 담겨 있습니다.

미지의 새, /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 (…) / 나비구름 새로 / 목쉰 해조음(海潮音)만 길게 남았네. - 김남조, 「겨울 바다」 

 

겨울 바다의 쓸쓸한 바람빛(풍경) 속에서, 가볍게 떠 있는 ‘나비구름’은 오히려 텅 빈 하늘의 허전함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 나날살이에서도 얼마든지 ‘나비구름’을 찾아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습니다.

파란 하늘에 흰 나비구름이 곧 날아오를 것 같았다.

나들이 가는 날 아침, 하늘에 나비구름이 춤을 추듯 날고 있어 마음이 설렜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엄마, 저기 커다란 나비구름이 날아가!” 하고 소리쳤다.

 

‘나비구름’처럼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하늘의 구름을 보며 땅의 옮살이(동물)들을 떠올리곤 하셨습니다. 어떤 것은 말집(사전)에도 올라 있고, 어떤 것은 우리가 새로 만들어 쓸 수도 있습니다.

 

[말집(사전)에 올라 있는 말]

양떼구름: 뭉게구름이 양 떼처럼 모여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하늘의 푸른 풀밭에 흰 양들이 모여 노는 듯한 모습입니다.

새털구름: 새의 깃털처럼 희고 가늘게 흩어진 구름입니다.

 

[말집에 없지만 우리가 만들어 쓸 수 있는 말]

미르구름: 먹구름이 미르(용)처럼 꿈틀거리며 하늘을 가로지를 때 쓸 수 있겠지요.

고래구름: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유유히 하늘을 헤엄쳐 갈 때 불러주면 어떨까요?

 

이처럼 구름에 옮살이(동물)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마음씨입니다. 비가 그치고 난 뒤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어쩌면 어여쁜 ‘나비구름’이 여러분을 반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아름다움을 혼자만 보지 마시고, 곁에 있는 이에게 “하늘에 나비구름이 떴네.” 하고 말을 건네주세요. 우리가 함께 이름을 불러줄 때, 하늘은 우리에게 더욱 살가운 동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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