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따뜻한구름

  • 등록 2025.10.21 11:06:10
크게보기

얼음 알갱이 하나 없이, 오롯이 물방울로 된 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하늘에는 구름들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해와 어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쪽에는 곧 비를 뿌릴 듯 검은 낯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구름을 보며 그저 '희다', '검다' 또는 '비가 오겠다' 하고 생각하지만, 구름에도 저마다 다른 됨됨(성질)이 있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따뜻한구름'입니다.

 

 

'따뜻한구름'이라니, 왠지 햇볕을 받아 따끈해진 구름을 말하는 것 같지요? 그런 느낌도 담겨 있지만, 이 말은 날씨 갈말(기상 용어)로서 좀 더 깊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따뜻한구름'을 '온도가 평균 이상으로 높은 구름'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높은 하늘은 기온이 낮아 춥습니다. 그래서 많은 구름이 물방울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빙정)'들을 함께 품고 있지요.

 

하지만, '따뜻한구름'은 다릅니다. 이 구름은 구름을 이루는 모든 곳의 따뜻한 정도(온도)가 물이 어는 0도보다 높은 구름을 가리킵니다. 곧 얼음 알갱이 하나 없이 오롯이 작은 '물방울'로만 이루어진 구름이지요. 북녘(북한)에서는 이 말을 '더운구름'이라고 한다는데 '따뜻한구름'보다 좀 더운 느낌도 듭니다. 

 

이런 따뜻한구름은 주로 적도 가까이 늘 더운 땅(열대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네 철이 뚜렷한 곳에서는 무더운 여름철에 하늘 낮게 뜨는 구름들이 바로 이 '따뜻한구름'일 때가 많겠지요?

 

'따뜻한구름'에서 내리는 비는 '찬구름'에서 내리는 비와 만들어지는 길(과정)이 다릅니다. 찬구름은 얼음 알갱이가 커지다가 녹아서 비가 되지만, 따뜻한구름은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부딪치고 뭉쳐지기를 거듭하다가, 더는 하늘에 떠 있지 못할 만큼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내립니다. 그래서 여름날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질 때, 우리는 어쩌면 '따뜻한구름'이 빚어낸 비를 맞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말은 본디 날씨 갈말(기상 용어)지만,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이 참 살가워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곱게 부려 쓸 수 있습니다.

 

먼저 날씨 이야기를 할 때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오늘 구름은 '따뜻한구름'이래. 그래서인지 비가 와도 날이 춥지는 않을 건가 봐.

여름 소나기는 '따뜻한구름'이 쏟아내는 거라 빗줄기가 굵고 시원하지.

 

우리들의 마음을 빗대어 말할 때도 쓸 수 있겠습니다. 

오늘따라 네 웃는 얼굴이 꼭 '따뜻한구름' 같구나. 보기만 해도 내 마음까지 포근해져.

어머니의 다독임은 내게 '따뜻한구름'이었습니다. 그 품 안에서 얼어붙었던 슬픔이 다 녹아내렸지요."

 

'따뜻한구름'.

이름을 되뇌기만 해도 입가에 따스함이 맴도는 듯합니다. 

우리가 생각없이 지나치곤 하는 하늘에 이처럼 따뜻한 이름을 가진 구름이 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누군가를 달래 주어야 한다면, "네 곁에는 내가 '따뜻한구름'이 되어 줄게" 하고 속삭여주는 건 어떨까요?

 

이 예쁜 토박이말을 여러분의 머릿속 말집에 고이 담아두는 것을 넘어, 곁에 있는 분들에게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말과 삶이 이 '따뜻한구름'처럼 한 뼘 더 포근해지기를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