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마른 흙길을 수레(차)가 씽 하고 달려갈 때, 그 뒤를 뿌옇게 따라가는 것이 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마당에서 뱅그르르 솟아오르는 것도 있지요. 꼭 하늘에 뜬 구름이 땅으로 내려앉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땅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이라고 할 수 있는 '먼지구름'입니다. '먼지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먼지'와 '구름'이 만난 말입니다. 흙먼지가 마치 구름처럼 뭉쳐 떠오르는 모습을 아주 멋들어지게 그려냈지요.

말집(사전)에서는 '먼지구름'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구름처럼 뽀얗게 일어나는 흙먼지 《표준국어대사전》
구름처럼 공중에 퍼지는 흙먼지.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를 모아보면, '먼지구름'은 그저 바닥에 쌓인 먼지가 아니라 바람이나 사람, 짐승, 수레의 움직임 때문에 흙먼지가 마치 구름처럼 뽀얗게 뭉쳐서 일어나거나 공중에 퍼져 있는 됨새(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늘이 아닌 '땅'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인 셈이지요.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에서도 '먼지구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지구름'은 어떤 움직임이 크고 힘찰 때, 그 뒤에 남는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말로 즐겨 쓰였습니다.
말을 탄 장두를 따라 군사들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물밀듯 아래 한길로 몰려갔다.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한 무더기의 먼지구름을 피워 올리며 탄차가 급정거를 하자 할멈은 고맙다고 치하를 하면서 허둥지둥 올라탔다. (윤흥길, 비늘)
이처럼 '먼지구름'은 '일으키다', '피워 올리다' 같은 말들과 어울려, 가만히 있던 흙먼지가 힘찬 움직임에 휩쓸려 솟아오르는 모습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줍니다.
'먼지구름'을 나날살이에서는 이렇게 써 보세요. 요즘은 길이 잘 닦여 옛날럼 흙길을 만나기 쉽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둘레에는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때가 있습니다.
저 앞차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먼지구름이 뽀얗게 일어서 한참 동안 창문을 못 열었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공을 차느라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일어났네요.
오랜만에 다락방을 치웠더니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얼른 창문을 열었어요.
'먼지구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뽀얀 흙냄새가 코끝에 와닿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그저 '먼지가 날린다', '먼지가 많다'고 말하는 대신, '먼지구름이 일어난다' 또는 '먼지구름이 뽀얗다'고 나타내 보세요. 생각없이 지나쳤던 바람 부는 날의 바람빛(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흔한 흙먼지에도 '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 멋과 숨을 불어넣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결이 참 곱게 느껴집니다. 오늘 곁에 있는 분에게 이 말을 건네며, "먼지에도 구름이라니, 참 멋진 말이지 않아요?" 하고 함께 웃어보는 하루 되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