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별구름

  • 등록 2025.11.07 11:22:07
크게보기

별이 만든 구름, 별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총총히 빛나는 별들 사이로,  소젖(우유)을 쏟은 듯 흐르는 '미리내'가 보입니다. 그런데 그 깊고 어두운 하늘 어딘가에, 마치 엷은 구름이 퍼져 있거나 희미한 안개가 낀 것처럼 뽀얗게 뭉쳐 있는 빛의 얼룩을 본 적 있으신가요?

 

그것은 우리 하늘에 뜬 구름이 아니라, 까마득히 먼 한집(우주)에 떠 있는 엄청나게 큰 구름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야릇한 하늘에 있는 '별구름'입니다.

 

'별구름'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뛸 만큼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별'과 '구름'이 만나, 하늘의 구름과는 사뭇 다른, 아득한 한집(우주)의 바람빛(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별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구름 모양으로 퍼져 있는 천체. 기체와 작은 고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풀이가 참 똑똑하고 시원합니다. '천체(天體)'란 하늘에 있는 몬(물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니, '별구름'은 하늘, 곧 한집(우주)에 떠 있는 물체인데 그 모양이 꼭 '구름' 같다는 뜻입니다.

 

다만 우리 하늘에 뜬 '물구름'처럼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숨씨(기체)'나 '작은 굳몬 알갱이(고체 입자)' 같은 것들이 아주 넓게 퍼져 뭉쳐 있는 것이지요. 이 '별구름'은 바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나는 '별들의 흔들바구니(요람)'이 되기도 하고,  삶을 다한 별이 마지막을 불태우며 흩어진 '별들의 무덤'이 되기도 한답니다.

 

'별구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한자말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별 성(星)' 자에 '구름 운(雲)' 자를 쓰는 '성운(星雲)'과 그 뜻이 꼭 같습니다. '성무(星霧)'라는 비슷한 말도 있지요. '성운'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지만, '별구름'은 '별'과 '구름'이라는 우리 토박이말이 만나 그 뜻을 더욱 알기 쉽고 살갑게 풀어낸, 참으로 고운 토박이말입니다.

 

'별구름'은 '뭉게구름'이나 '물결구름'처럼 우리가 날마다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밤하늘을 이야기할 때 이 말을 얼마든지 부려 쓸 수 있습니다.

이 오리온자리 별구름 좀 봐. 빛깔이 어쩌면 저렇게 고울까?"

저기 멀리 뽀얗게 보이는 게 '별구름'이라는 거야. 저기서 아기 별들이 태어난대.

책에서는 '성운'이라고 어렵게 말하는데, '별구름'이라고 하니까 금방 알겠네!

 

'성운'이라는 딱딱한 갈말(학술 용어) 말고 '별구름'이라고 불러보세요. 저 멀리 까마득하게 떨어져 있는 한집(우주)의 모습이, 마치 우리네 뒷동산에 뜬 뭉게구름처럼 한결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오늘 밤,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다면 멋진 '별구름' 찍그림(사진)이라도 하나 찾아보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걸 곁에 있는 이에게 보여주며, "이게 바로 별들의 고향, '별구름'이래요" 하고 알려 줘 보시기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