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개의 말[馬] 이야기, 사전으로 읽는다

  • 등록 2025.12.23 11: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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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상징사전》 ‘말’ 편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의 해’를 맞아 한국 민속문화 속 말의 상징과 의미를 정리한 《한국민속상징사전》 ‘말’ 편을 펴냈다. 예로부터 말은 인간의 삶과 가까운 동물이었다. 백마ㆍ천마ㆍ용마 등으로 불리며, 하늘과 인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로 여겨졌고, 생명력과 지혜, 충성의 상징이 되어 왔다. 이번 사전은 우리 일상 곳곳에 남아 있는 말 이야기를 218개 올림말로 정리해, 말에 부여된 상징과 의미를 한 권에 담아냈다.

 

 

 

말의 문화적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

말의 생태부터 설화, 신앙, 민속놀이, 교통 등 일상생활과 연관된 흥미로운 자료를 집대성하고 시각 자료를 더해 말의 상징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말이 단순한 동물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러 의미를 지닌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말’과 ‘마(馬)’가 들어간 올림말이 일상문화 전반에 얼마나 다양하게 분포해 있는지 사전 곳곳에서 확인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민속신앙 속 말의 상징

오늘날 말의 기능은 자동차, 기차로 상당 부분 대체되었지만, 민속신앙에서 말은 여전히 특별한 상징과 의미를 지닌 존재로 전해진다. 마을신앙에서는 마을의 호환을 막고 수호하기 위해 철로 만든 철마를 봉안하거나 묻었으며, 석마(石馬)를 세워 제사를 지낸다. 무속신앙에서는 천연두를 물리치기 위해 마마신이 말을 타고 집 밖으로 떠나기를 기원하는 마마배송굿을 행했고, 부적에는 악한 기운을 쫓는 신마(神馬)의 형상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올림말은 말이 재앙과 질병을 막는 신성한 매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죽거리에서 죽마고우까지, 땅이름과 버릇처럼 쓰는 말로 본 말 문화

피맛골, 말죽거리, 마장동 등 말과 연관된 지명의 유래를 수록해, 말이 교통과 운송, 생업의 핵심 수단으로 생활 공간과 도시 구조 형성에 관여했음을 정리했다. 특히 피맛골은 말을 탄 상층 신분을 피해 형성된 공간으로, 말이 사회적 위계와 권력을 상징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말에 부착된 금속 장치인 박차에서 유래한 ‘박차를 가하다’, 죽마놀이에서 전해진 ‘죽마고우’ 등 말과 관련된 관용어의 어원도 소개했다.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지명과 관용어는 말 문화가 현재의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단어 속에 옛사람들의 생활 경험과 인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물과 회화로 본 말의 의미

사전에는 말띠꾸미개, 말방울, 고삐, 안장 등 말을 관리하고 장식하는 데 사용된 다양한 유물을 수록했다. 이러한 유물은 말이 일상생활과 의례, 신분 표현 등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세마도(細馬圖), 준마도(駿馬圖), 곤마도(昆馬圖) 등 말의 품성과 시대적 상징을 담은 회화 자료도 함께 정리했다. 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주제와 상징이 결합하며 회화로 재현되었는데, 곤마도에는 자손 번창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고, 준마도에는 말의 역동성과 기상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자료는 사람들이 말에 부여한 값어치와 바람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전은 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말 문화를 공유해 온 세계 여러 문화권과의 비교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민속상징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folkency.nfm.go.kr)과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 공개되며, 원문 자료도 내려받을 수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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