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새털구름

  • 등록 2025.11.12 1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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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어져 날린 새털같은 구름, 새털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더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문득 올려다봤을 때 마치 하늘이라는 그림종이 위에 하얀 물감을 묻힌 가는 붓으로 쓱 하고 쓸어내린 듯한 구름, 또는 새의 부드러운 깃털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그대로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이처럼 높고 맑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새털구름'입니다.

 

'새털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새의 깃털(새털)처럼 생긴 구름을 가리키는, 참으로 곱고 살가운 우리 토박이말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이 아름다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높이 떠 있는 하얀 섬유 모양의 구름. 높이 5~13km 사이, 기온 영하 20℃ 이하인 곳에 나타난다. 빙정(氷晶)이 모여 생긴 것으로서 해나 달 주위에 끼면 무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높이 5~13킬로미터 사이에 분포하고, 미세한 얼음의 결정(알갱이)으로 이루어져 새털처럼 보이는 구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를 모아보면, '새털구름'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구름 가운데 아주 높은 곳(5~13km)에 떠 있는 구름입니다. 이렇게 높은 곳은 몹시 춥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가벼운 '얼음 알갱이(빙정)'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뭉게구름처럼 짙은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그 모습이 마치 하얀 새의 깃털이나 명주실을 흩어놓은 것처럼 엷고 부드럽게 빛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새털구름'은 그 생김새를 본떠 한자말로는 권운(卷雲)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권(卷)' 자는 '책 권'자로  '새털구름'이라는 토박이말 뜻과는 많이 멀어져버립니다. 우리 토박말이 구름의 생김새를 얼마나 똑똑하고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털구름'은 워낙 엷어서 해나 달을 가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 둘레에 둥근 '무리(해무리, 달무리)'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새털구름'은 그 엷고 아련한 모습으로 우리 말꽃 지음이(문학 작가)들의 글 속에서 하늘의 낯빛을 그리는 데 자주 쓰였습니다.

서쪽 하늘에 깔린 새털구름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한승원, '굴')

나는 (...) 붉은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본다.(오정희, '유년의 뜰')

 

이처럼 '새털구름'은 홀로 쓰이기보다 '노을'이나 '빛'과 어우러져, 해 질 녘의 아름답거나 어딘지 쓸쓸한 하늘 바람빛(풍경)을 그릴 때 그 멋을 더해줍니다.

 

'새털구름'을 나날살이에서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파란 하늘에 새털구름이 꼭 그림처럼 펼쳐져 있네.

해가 지면서 새털구름 사이로 노을이 번지는데, 그 빛깔이 어찌나 고운지 몰라요.

저렇게 높은 곳에 새털구름이 낀 걸 보니, 오늘은 비 걱정 없이 맑겠어요.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떠서 바람의 결을 따라 흐르는 구름의 모양새를 '새의 털'에 빗대어 이름을 지어 주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결을 느낄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셨을 때 하얀 물감으로 붓질을 한 것처럼 '새털구름'이 떠 있다면, 곁에 있는 이에게 "구름이 깃털 같지 않아요? 저게 '새털구름'이래요." 하고 이 고운 이름을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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