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마음까지 뜨끈해지는 반가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어제 들려온 기별 가운데 올해 고향사랑기부금이 1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큰비로 어려움을 겪은 고장에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 줄을 이었다고 하니, 아직 우리 누리는 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따스한 마음을 보며, 딱딱한 숫자를 갈음할 따스한 토박이말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안다미로'입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뭔가 가득 찬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을 가진 어찌씨(부사)입니다.
'안다미로'라는 낱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맛이 더 깊어집니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있지만, 안쪽을 뜻하는 '안'과 무엇을 그릇에 넣는다는 '담다'가 어울려 나온 말로 보기도 합니다. 그릇의 안을 채우다 못해 위로 수북하게 쌓아 올린 모습이 그려지지는 듯한 말입니다. 그저 '많이'라고 할 때보다, 주는 사람의 넉넉한 마음이 듬뿍 느껴지는 참 예쁜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네 삶을 잘 담은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쉽니다. 송기숙 님의 소설 <녹두장군>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이야기를 들었으면 그 값으로 술국이나 한 뚝배기 안다미로 퍼 오너라."
이야기를 판 값으로 뜨끈한 술국을 달라는 걸걸한 목소리와, 그 국밥을 그릇이 넘치도록 퍼 담는 넉넉한 마음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합니다. 많고 적음을 따지는 메마름이 아니라, 조금 넘치더라도 더 주고 싶은 '덤'의 아름다움이 이 말속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벅찬 말을 우리 나날살이에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먼저 앞서 본 기별부터 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기부금이 목표치를 돌파했다"는 싸우는 듯한 말을 갈음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마음이 안다미로 찼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모금함을 넘쳐흘러 온 누리에 번지는 듯한 울림이 이어질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마주이야기에서도 이 말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밥상 머리에서 "많이 먹어"라고 하기보다 "제 마음까지 더해 안다미로 담았으니 든든하게 드세요"라고 건네는 겁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배부르게 할 따뜻한 든든한 말이 될 테니까요.
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그릇이나 눈 내린 겨울 바람빛(풍경)을 찍어 누리어울림마당(에스엔에스)에 올릴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추운 날씨지만, 따뜻한 국물이 언 마음을 안다미로 채워주네요."라고 적어보는 겁니다. 메마른 나날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달램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걱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랑과 나눔만큼은 그릇이 넘치도록, 안다미로 담아도 덧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마음 그릇에도 기쁨과 고마움이 안다미로 차오르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