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돋우는 맵짠 국물, 살 파고드는 맵짠 바람

  • 등록 2026.01.20 12: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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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토박이말] 맵짜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해 가운데 가장 춥다는 한추위, '대한(大寒)'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입니다. 날마다 '강력한 한파'가 닥쳤다는 기별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지난 좀추위, 소한(小寒) 무렵, 제가 알려드렸던 ‘맵차다’라는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옹골지게 매섭고 ‘차가운’ 기운을 뜻하는 말이었지요. 소한의 추위가 몸을 꽁꽁 얼리는 ‘맵찬’ 느낌이었다면, 바람이 강하게 부는 오늘 같은 날씨에는 ‘맵짜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립니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맵짜다’에는 ‘차다(Cold)’가 아닌 ‘짜다(Salty)’의 느낌이 배어 있습니다. 본디 맛이 맵고 짤 때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람이 맵짜다”라고 하면, 단순히 기온이 낮은 것을 넘어 바람 끝이 고춧가루처럼 매섭게 살을 쏘고, 소금기처럼 쓰라리게 스친다는 뜻이 됩니다. ‘맵차다’가 추위에 몸이 굳는 느낌이라면, ‘맵짜다’는 바람에 살갗이 아린 느낌이랄까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는 추위의 느낌조차 이토록 꼼꼼하게 혀끝의 느낌으로 가려 불렀던 것입니다.

 

 

이 말이 우리 마음을 끄는 까닭은 그 속에 '단단함'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맵짜다’는 사람에게 쓰면 ‘성질이 야무지고 옹골차다’는 뜻이 됩니다. 흐물흐물하지 않고 꽉 찬 사람을 일컫지요. 그러고 보면 겨울바람이 맵짠 까닭은, 세상 만물을 꽁꽁 얼려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바람이 유난히 독하게 느껴진다면, 날씨가 괴팍한 게 아니라 우리를 야무지게 키우려고 ‘맵짜게’ 굴고 있다고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일을 마치고 붉어진 얼굴로 들어오는 가족에게, 혹은 추위에 떨며 들어온 동료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보세요.

 

“지난번엔 날이 맵차더니, 오늘은 바람 끝이 참 맵짜지요? 그 매서운 바람 뚫고 오느라 당신도 참 맵짜게(야무지게) 하루를 보냈군요. 얼른 몸 좀 녹여요.”

 

매운 바람을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마음, 날씨 알림에는 없는 우리말의 속 깊은 슬기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맵짜다 [형용사]

바람 따위가 매섭고 사납다.

(보기: 맵짠 겨울바람)

음식의 맛이 맵고 짜다.

(보기: 새댁이 만든 음식은 모두 맵짰다.)

▶ 맵짜다 [사람에게 쓸 때]

성질 따위가 야무지고 옹골차다.

(보기: 살림 솜씨가 맵짜다.)

 

[여러분을 위한 덤]

‘맵차다’와 ‘맵짜다’, 이렇게 골라 써보세요.

맵차다: 기온이 뚝 떨어져 몸이 으슬으슬 떨릴 때.

(보기: 밤공기가 제법 맵차서 장독대가 얼었다.)

맵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굴이 따갑고 아릴 때.

(보기: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이 오늘따라 유난히 맵짜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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