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구상 아래,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지대에서 살아가는 카렌족의 삶을 조명한 학술총서 《우리는 카렌인이다: 카렌-민족주의와 경계시민-되기》를 펴냈다. 이 학술총서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진행한 국내 연구자 지원 사업인 ‘학술총서 공모’에서 뽑힌 주제를 바탕으로 펴낸 것이다. 디아스포라에 대한 시선을 한민족의 경계 너머로 확장하고, 급변하는 상호문화 사회에서의 공존 값어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난민’에서 주체적 ‘경계시민’으로, 새로운 시각 제시
이번 총서는 국립부경대학교 글로벌지역학연구소 한유석 연구교수가 2011년부터 태국 매솟(Mae Sot) 지역을 중심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수행한 장기 현지조사의 결실이다. 저자는 미얀마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국경을 건너온 카렌족의 삶을 기록하고 분석하며, 그들을 수동적인 난민이나 무국적자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특히 카렌족을 불안정한 국경지대에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주체적인 ‘경계시민(Border-Citizen)’으로 새롭게 조명하며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공동체 의식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10년의 현지조사로 기록한 ‘경계’ 위 카렌족의 생생한 삶
이 책에는 10년에 걸친 현지조사 내용을 토대로,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온 카렌족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 8장에 걸쳐 자세히 담겨 있다. 또한 카렌족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국경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 태국 사회 내 차별에 맞서는 창의적인 생존 전략 등이 다각적으로 분석되어 있다. 특히 난민학교와 교회 같은 디아스포라 공간을 중심으로 언어와 역사 교육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유대감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며, 국경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형성된 독특한 사회적 질서와 생존의 과정을 보여준다.

상호문화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울림
이 책은 ‘세계 민속’ 연구의 지평을 한층 확장하고, ‘민속’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삶의 질서를 형성하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준다. 특히 국경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는 카렌족의 사례는 현대판 ‘디아스포라’로서 급속히 상호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값어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거울이 될 것이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한국 역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세계 민속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디아스포라에 대한 공감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한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상호문화 공존의 길은 더 깊고 따뜻하게 열릴 것”이라며 발간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의 값어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국내 연구자들의 저술을 꾸준히 지원하며, 민속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의 연구 활성화를 위해 매년 학술총서를 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우리는 카렌인이다》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의 ‘발간자료’ 차림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