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보존처리용 풀’ 자동 제작 기술 개발

  • 등록 2026.02.25 12: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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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K-한지’ 등 종이류 문화유산 보존 필수 풀 제조 공정의 데이터화,
서화 문화유산 수명을 좌우하는 보존 핵심 재료 ‘소맥전분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서화* 문화유산 보존처리의 핵심 재료인 ‘소맥전분풀**’을 자동으로 제작하는 <문화유산 보존처리용 전분풀 제작 장비>를 세계 처음 개발했다. 이번 성과로 전통 재료 제작 과정에 과학적 표준을 도입해, 문화유산 보존 기술의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 핵심 기술: 온도ㆍ교반 정밀 제어로 전분풀 품질 표준화

이번 기술의 핵심은 온도와 교반***을 정밀 제어해 동일 품질의 전분풀을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점이다. 기존 소맥전분풀 제작은 제작자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사람이 직접 풀을 쑤어 점도와 농도를 조절해 왔다. 이 때문에 숙련 기술 전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 전분풀 제작 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장비를 개발했으며, 현장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거듭한 끝에 2025년 12월 최종 완성품을 만들어냈다. 이 장비는 문화유산의 재질과 특성에 맞는 풀 제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온도와 교반 속도를 정밀 제어할 수 있어, 언제나 최상 품질의 전분풀을 일정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 서화(書畫): 글씨와 그림

** 소맥전분풀: 전통 풀의 한 종류. 밀의 전분으로 만든 천연 접착제로, 종이류 등을 접합할 때 사용

*** 교반(攪拌): 휘저어 섞는 것으로, 풀을 만들 때 가열 용기에 담긴 풀을 막대로 계속 저어 눌어붙지 않게 하는 동작을 말함

 

□ 서화 문화유산 보존의 핵심 전통 재료, 전분풀

전분풀은 서화 문화유산 보존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 재료 가운데 하나다. 서화 문화유산은 종이와 비단 등 유기물이 주재료로, 미생물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보존처리와 장황(粧䌙, 서화를 족자ㆍ병풍 등으로 꾸며 보존ㆍ감상하는 형식과 기술)에 쓰는 풀은 문화유산의 수명과 직결되는 핵심 재료며, 제작 과정에서 미생물 생육을 최소화하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K-한지’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우리 전통 한지는 종이류 문화유산의 바탕이자 보존ㆍ복원 과정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재료로 꼽힌다. 전분풀은 한지의 섬유 결을 살리면서 접합ㆍ보강ㆍ배접을 가능하게 해, 현장에서 “한지와 풀은 함께 가는 동반자”로 비유될 만큼 상호 의존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전분풀은 밀 등 곡물 전분으로 만든 천연 접착제로, 그 품질에 따라 보존 상태가 크게 달라져 예로부터 제조법 연구가 이어져 왔다. 특히 밀가루에서 단백질을 제거한 소맥전분풀은 보존성이 뛰어나고 시간이 지나도 제거가 용이해 수백 년 동안 서화 보존의 핵심 재료로 쓰여 왔다.

 

보존처리에 쓰이는 대표적인 풀은 숙성 여부에 따라 신풀[新糊]과 고풀[古糊]로 나뉜다. 신풀은 단백질을 제거한 밀가루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만든 접착제이며, 겨울철에 쑨 신풀을 항아리에 넣어 6년~10년 정도 숙성한 풀이 고풀이다. 고풀은 유연성이 필요한 처리에 유용해, 국립민속박물관은 해마다 대한(大寒) 무렵 보존처리용 고풀을 대량 제작해 오고 있다.

 

 

□ 보존 기술의 과학화로 여는 보존 혁신

이번 전분풀 제작 장비 개발은 숙련된 장인의 손끝에서 가능했던 전통 기술을 과학적 데이터와 첨단 기술로 표준화했다는 점에서 큰 뜻을 가진다. 이는 보존처리 결과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더욱 안정적인 문화유산 보존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보존처리 기술 교육과 전수 방식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2년 보존과학실 개소 이후 ‘인공 열화견 제조방법 개발’ 특허 출원(2010년), 국공립박물관 최초ㆍ최대 규모의 엑스레이 검사장비 구축(2012년), ‘문화유산 보존용 저산소살충법’ 특허 등록(2013년), 국공립박물관 첫 ‘보존처리카드 관리시스템’ 개발(2017년) 등 보존과학 성과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보존 기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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