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여행자 앞에 나오는 기생은 예쁘고 내지인 취향에 맞는 잘 나가는
기생인데 반해, 조선인들 자리에는 보다 조선적인 기생이 있어서 나름의 식견이
있고, 자못 명기다운 품격을 갖춘 이가 나왔다. 어쩌다 합석하여 본 조선인만의
연회석에 있던 기생은 볼연지도 하지 않고, 눈썹도 그리지 않은 맨얼굴이
아름다우며 피부는 물처럼 차갑고 투명했다. 그 기생이 가야금을 치며 진지하게
부르는 남도의 노랫가락에서 진짜 조선을 느낀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노랫소리에
푹 빠져 들었다.”
1939년에 펴낸 잡지 <모던일본> 조선판의 “조선독본”이란 글에 있는 내용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우리의 품격을 드러내는지 일본인이 웅변적으로 말해주었습니다.
당시 진정한 기생은 일본인을 위한 술자리에 나가는 그런 화려한 기생이 아니라
조선의 품격을 가야금과 남도 노랫가락으로 보여준 조선의 여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