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동백아가씨

2013.06.13 12:36:29

오페라 <춘희> 이중창, 축배의 노래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리스트] 성악가의 비만으로 인하여 오페라의 초연이 실패로 끝난 경우도 있었으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명작 ‘La Traviata’가 바로 그 희생작이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얼마 전 큰 화재로 불타버린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1853년 초연되었는데 캐스팅을 잘못하여 실패작이 되고 만다. 그 이유는 여주인공 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너무 비만이어서 폐병으로 고생하다 가련하게 죽어가는 비올렛따 역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남자 주인공 알프레도 역을 맡은 테너는 감기에 걸려 충분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일 년 뒤 재연되었을 때는 큰 성공을 거두어 현재까지 가장 많이 상연되는 감동적인 오페라가 되었다.
 
몇년 전에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의 경우도 젊어서는 훤칠한 미남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몸이 거대해지고 그의 체중은 해외토픽으로 관심사가 되었고 파바로티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뚱보 시인, 뚱보 왕자, 뚱보장군이 되어 자칫하면 코메디를 보는 듯하여 연출가들의 고충은 그야말로 컸고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파바로티가 세상에서 성악가로 명성을 얻은 후에 그의 체중이 늘어난 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이태리 말을 풀어보면 <Tra>는 <~사이>라는 뜻이고 <via>는 이태리의 주소를 적을 때 꼭 써야 하는 <~로>, <~가街> 거리라는 뜻 그리고 <~ta>는 여성명사형어미이다. 합쳐보면 <거리의 여인>, <이거리 저거리 왔다갔다하는 여인>, <방황하는 여인>으로 해석되며 조선 식으로는 기생이며 현대의 고급창부 임을 암시한다. 한국에서는 ‘椿姬(춘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당연이 기생들 이름 중에 ‘희(姬)’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겠거니 상상하시겠지만 실은 뒤마 피스의 원작소설 제목이 바로 “동백아가씨(La Dame aux Camélias)’ 로 되어 있어 이를 한자로 써보면 바로 춘희(椿姬)가 되는 것이다.
 
원작소설은 ‘삼총사’와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듀마의 아들인 ‘알렉산드르 듀마 피스’가 썼으며 베르디는 프랑스에 갔다가 듀마 피스의 La Traviata 연극을 본 후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본작가 피아베가 희곡으로 개작하였고 베르디는 이 오페라 전곡을 4주 동안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스토리가 감동적인데 비하여 1800년대 보수적인 사회에서 용납되기 힘든 하나의 도덕적 스캔들이어서 처음에는 거부감 있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동백아가씨-춘희의 이야기는 배르디의 아름다운 음악이 극적인 요소를 더하여 지금까지도 관객들이 눈물을 정리하느라 바로 일어서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극장 현관에서 이쁜 동백꽃이 그려진 손수건 장사를 해도 될 법하다.)
 
폐병을 앓는 몸으로 향락적인 생활에 빠져있던 파리 사교계의 여왕 비올렛따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귀족청년 알프레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교외에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지만 돈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에 그의 부친 제르몽이 나타나 아들을 단념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희생의 마음으로 그를 포기하고 파리로 다시 돌아온다. 이를 모르는 알프레도는 그녀가 돈에 끌려 자신을 버리고 파리사교계로 돌아갔다는 생각하며 한 파티 장소에서 그녀를 만난 자리에서 심한 모욕을 주어 실신시킨다. 그 후 그녀의 폐병이 위독해져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을 시점에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부친의 허락을 받고 그녀에게 찾아와 용서를 빌고 그녀를 데려가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 비올렛따는 그의 품에 안기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
    여러 아리아들 중에서 파티에서 주위 사람의 권유로 알프레도와 비올렛따가 사람들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부르는 이중창은 Drinking Song(권주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듀오아임 (소프라노 김구미, 팝페라테너 주세페김)
 
    성악가 부부로 여기저기 행사에 초대되어 이 축배의 노래를 부르면서 곡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진지한 사랑을 하며 살되 스트레스 안 받도록 낙천적으로 적당히 즐기면서 사는 여유를 갖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고…...
 
축배의 노래는 날씬한 소프라노 김 구미와 팝페라테너 주세페 김의 고정 레파토리이기도 하다.
 
축배의 노래 (Libiamo ne’ lieti calici)
알프레도 :
마시자.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아름다운 꽃이 피네.
덧없이 흐르는 세월 이 잔을 들어 즐기세
감미로운 잔을 흥분 속에서 마셔보세
그대의 고운 눈 앞에서 모든 근심 사라지네
마시자. 우리의 따뜻한 입술로 사랑의 잔 속에 참 행복 얻으리다.
비올렛따
나의 모든 행복한 나날들 그대들과 함께 얻어지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리석은 것이요.
기쁜 꿈을 제하면 허무할 뿐이요.
사랑의 기쁨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꽃들도 피었다가 지는 법
즐기세 우리의 생명이 타는 동안
커다란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린다오.
모두 즐기세 술과 노래로… 이러한 환락이 우리를 낙원으로 안내하리 이 밤이 새도록
비올렛따  환락은 나의 생명이라오
알프레도 아직 당신이 사랑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죠
비올렛따  그런 말씀 마세요.
알프레도  그게 나의 운명인걸요.
모두 즐기세 술과 노래로… 이러한 환락이 우리를 낙원으로 안내하리 이 밤이 새도록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

 

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98aim@naver.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