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다리∙호랑이다리 소반 보러갈까?

  • 등록 2013.06.24 07: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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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국립전주박물관 “조선의 소반” 특별전

[그린경제=한성훈 기자]  음식상이라는 용도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었던 소반. 그 소반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儀禮), 신앙생활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소반을 통해 우리가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읽어 볼 수 있는 것도 소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되고 있다.

 

   
▲ 구족반(狗足盤, 개다리소반)

그 조선의 소반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2013년 첫 번째 특별전 “조선의 소반”을 오는 6월 30일(일)까지 개최한다. 이 특별전은 조선시대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아름다움 그리고 우리 전통문화 속에서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소반은 그 연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해지는 조선시대 소반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크기와 형태, 장식이나 재료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사회철학과 생활양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예를 들면 집안 어른이 번을 설 때 번을 서는 관가에 종이 밥상을 날라주는데 이 때 쓰는 출장 다니는 상이 바로 “공고상”이란 놈이다. 번을 서는 근무지가 식당을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상이 출장을 가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머리에 상을 이고 흔들리지 않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고, 가는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앞은 뚫린 공고상은 바로 시대상을 반영해주는 것이다.

 

   
▲ 호족반(虎足盤, 왼쪽), 주흑칠호족반(朱黑漆虎足盤)

이렇게 소반은 만든 이와 쓰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그리고 그 쓰임새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었다. 천판이나 다리 모양에 따라 변형이 이루어졌는가 하면 각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가 형성되어 만든 지역의 이름이 소반의 고유 명사가 되기도 했다.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각각의 형태에 담긴 개성과 아름다움은 소반에 또 하나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소반을 쓰게 된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소반의 다양한 쓰임새와 종류별 특징을 집중 조명하려는 목적 잇이다. 이와 함께 소반과 관련된 회화, 공예품, 근대기 자료도 전시하여 조선시대 소반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전시는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는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 온 소반'에서는 조선시대 소반의 기원과 그 제작 배경을 살펴본다. 소반은 조선시대 음식상이지만 그 기원을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졌다. 그리고 좌식(坐式) 생활양식, 분리된 남녀의 생활공간,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는 식습관과 같은 조선시대 문화는 소반 제작에 영향을 주었다. 특히 1부에서는 우리 옛 그림 속 소반의 모습과 당시의 생활상을 영상에 담아 소개한다.

 

   
▲ 나전칠일주반(螺鈿漆一柱盤, 왼쪽), 반월반(半月盤)

2부 ‘쓰임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소반의 다양한 쓰임새와 그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소반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례儀禮나 신앙생활 등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따라서 우리는 소반의 다양한 쓰임새를 통해 조선시대 전통문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용도에 따라 특수하게 제작된 음식상의 종류가 소개된다. 또, 궁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주∙흑칠9朱黑漆) 소반의 화려한 모습과 돌잔치나 혼례 때 쓰인 각종 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모양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소반의 형태별, 지역별 종류와 그 특징을 알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소반은 만드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들의 개성 그리고 쓰임새를 반영하여 다양한 형태로 만들었다. 3부에서는 소반을 다리와 상판의 모양별로 나누어 소개하며, 지역의 소반을 대표하는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등의 특징을 조명한다. 각 종류에 나타난 고유의 특성과 그에 따른 아름다움을 통해 소반의 또 하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4부 '소반을 향한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근대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소반에 대해 소개한다. 개항(開港) 이후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소반을 쓰는 조선의 생활상을 독특한 풍물의 하나로 바라보았고 한편으로는 ‘공예’라는 시각에서 그 가치를 부여하기도 했다. 4부에서는 근대기 사진엽서 속에 담긴 소반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소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의 책도 소개된다. 
 

   
▲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왼쪽부터)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이 담긴 소반의 실용성과 멋 그리고 다양한 의미를 느끼고 싶거든 전시가 끝나기 전 서둘러 전주에 다녀올 일이다.

한성훈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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