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의 음악에세이 8] 로마의 모짜렐라 성당

2013.07.02 16:20:35

맘마 미아! 웬 성당이 이렇게 많아!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성당이 많은 로마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다가 생긴 재미있는 모짜렐라 성당 얘기를 해본다.  로마의 시가지를 오가며 수많은 성당들을 지나던 중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 한 아가씨가 가이드에게 창 밖에 보이는 성당이 무슨 성당이냐고 물었다. 


 초짜 가이드는 공부를 많이 하였지만 하도 성당이 많아서 다 외울 수도 없고 생각이 나지도 안았다. 그러나 대답을 못하면 체면이 깍일까봐 그냥 즉흥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성당이름을 지어내었다. “아 그 성당은 모짜렐라 성당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가이드의 대답을 듯고 다시 묻는 것이었다. “가이드 아저씨 모짜렐라는 우리나라 두부처럼 생긴 먹는 거 아니예요?” 초짜 가이드는 낭패를 맞았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다시 대답을 만들어 내었다. “네 맞습니다. 이 성당은 우리나라 두부장수처럼 모짜렐라를 만드는 업자들이 장사 잘되게 해달라고 돈을 모아 건축한 성당이라서 일명 모짜렐라 성당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진땀은 났지만 그럴듯한 임기응변이었다.



 서울과 로마 시가지 풍경중에 공통적인 것이 한가지 있다면 교회가 많다는 것이 아닐까.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 중에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많은 교회의 뾰쪽탑 위에 네온 십자가들이다. 로마의 남산이라 할 수 있는 자니꼴로 언덕에서 내려다 보아도 단연 성당의 지붕들이 고대부터 중세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널려있다. 
 
 고대의 성당들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하면서 건축되었는데 그 당시의 성당들은 그리이스의 신전을 본뜬 형태이어서 지금의 성당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이며 지금은 미사를 하지 않고 있는 유적지 성당으로 남아있다. 중세 이후의 성당들은 좀 어두운 분위기의 작은 벽돌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성당들은 큰 벽돌과 실내장식이 아주 화려하여 예술성도 높으며 지금도 이태리인들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대부분 오래된 건축물이다 보니 붕괴의 위험이 생기면 성당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페쇠되어 남아있는 것도 많다. 현재 대략 270만 정도의 로마인구에 비하여 너무도 많은 성당들이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이태리의 성당들은 옛날에나 많았고 요즘은 한국의 교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로마 중심가의 산타 도로테아 성당 내부

 그 중에 가장 큰 성당은 역시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그 유명한 영화 ‘쿼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의 명장면인 박해를 피하여 로마를 떠나던 베드로가 압삐아 길에서 예수의 발현기적을 체험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와 전교를 하다가 바티쿠스 언덕(현재의 바티칸) 근처에 있던 고대 로마의 경기장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혀 순교하고 묻힌 자리에 만들어진 성당이다. 4세기에 만들어진 성당이 15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지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성베드로 성당이다.  

당대 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하고 화려한 양식으로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짓느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아르놀프 디 깜비오 등등 수많은 당대의 거장이 150년에 걸쳐 성당을 완성하였다. 폐단도 생겼으니 건축기금을 모으려고 면죄부를 팔고 이를 과대하게 선전하는 과정에서 결국 독일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구교와 신교가 갈라지게 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도 생겼다.

원인은 교회가 너무 세속적으로 변하여 부패된 것에 있었다 하며 또한 군주들이 교황으로부터 독립하려고 루터를 옹호하는 정치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 내막은 역사학자에게도 복잡한 논제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이태리어를 알게 되면서 의심하게 된 한가지는 우리가 배웠고 지금 쓰고 있는 세계사에 나오는 ‘면죄부’라는 용어가 잘못된 번역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Indulgenza (인둘젠짜) 라는 법률용어는 번역하면 우리가 광복절 특별사면처럼 ‘대사면’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별사면의 대상은 죄수나 정치범, 경제사범 들이 감옥에서 형의 만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모범적으로 뉘우치는 경우 사면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당시에 이러한 대사면(Indulgenza)의 의미를 마치 벌을 받지 않고 돈으로 죄를 씻을 수 있다는 발상으로 당대나 지금이나 잘못 받아들여져 파장은 더 커졌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면죄부라는 용어는 대사부라는 용어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어쨌든 그 후에도 성당은 계속해서 지금까지 지어지고 있다. 자기 집을 멋있게 짓고 싶은 것은 모든 이의 희망이듯이 로마인들도 그들의 신앙적인 발로에서 멋있는 성당, 멋있는 종탑, 그리고 멋진 내부 인테리어로 성당을 지어서 자신들이 존경하는 성인들의 이름으로 봉헌하였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린 기적이 일어났다는 언덕에 지어진 대성모마리아 성당은 집정관 출신인 귀족부부가 자식을 낳게 해 준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한 것이라 하며, 영화 쿼바디스에서 처럼 베드로가 예수의 발현기적을 체험한 곳에는 쿼바디스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로마의 성당들은 이렇게 저마다 건축된 사연이 있고 지어진 후에도 많은 사연들이 새롭게 생겨나 종교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낭만적이기도 한 전설의 고향이다. 

마지막으로 음악과 관련된 로마의 성을 소개해 본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감옥에서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 고 말했다는 산타안젤로 성은 원래 옛 황제의 무덤 용도로 만들어졌다는데 이곳은 오페라 명작으로 손 꼽히는 푸치니 토스카의 배경이기도 하다. 

 
성당에 열심으로 다니던 여가수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는 화가인데 탈출한 정치범을 은익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옥에 갖혀 있는 연인 카바라도시를 구하기 위하여 로마에 파견된 프랑스 총독과 면담을 하는 토스카. 평소에 그녀의 미모를 탐하던 총독 스카르피아는 그녀와의 하룻밤을 조건으로 사형을 면해주기로 거짓약속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아리아 ‘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d’amore’ 는 인간의 가장 깊은 감성을 움직이게하는 명곡이다.

 “지금까지 음악에 살고 사랑에 살며, 남에게 해로운 일은 하지 않았고, 불쌍한 사람을 남몰래 도와주기도 했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며 정성으로 기도 드리며 제단에 꽃을 바쳤는데 어찌하여 나에게 이러한 고통을 주시나이까…..” 비극적인 삶을 한탄하는 기도의 노래이다. 

 한편 감옥에서는 연인 카바라도시가 죽음을 앞두고 이럴줄 알았다면 내 인생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을 텐데... 후회하면서 절규하는  아리아 'E' luceva le stelle 별은 빛나건만' 을 노래한다. 

 그런데 토스카는 연인과 함께  먼곳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총독이 통행증을 써주자마자 단호하게 그를 칼로 찔러 응징한다. 자리를 옮겨 성 위에서 공포탄으로 사형이 집행되기로 약속된 것을 지켜보는 토스카. 그러나 그것은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었다. 

 쓰러진 연인의 주검을 끌어안고 절규하는 토스카.  총독의 죽음을 알아차린 경찰이 다가오자 토스카는 산타안젤로 성에서 테베강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놀라운 비극적 장면으로 오페라의 막이 내린다.

  이 오페라의 극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지금도 이태리 사람들은 놀라운 일이 벌어지면 토스카와 마돈나, 두 가지 단어가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Madonna 마돈나’ 는 우리가 통속적으로 놀랐을 때에 절로 나오는 ‘엄마야’ 하는 표현이면서, 마치 Oh My God처럼서양인들이 인류의 어머니로 모시는 ‘성모마리아’를 부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페라에서 놀랍게 죽음을 택한 여인 ‘Tosca 토스카’ 를 부른다. 그래서 이태리말로 ‘Tosca Madonna(토스카 마돈나)’ 혹은 ‘Madonna Tosca(마돈나 토스카)’ 하면 우리말로는 ‘아이고 엄마야 이를 어쩌나’ 하는 표현이 된다. 
 
 요즘까지 흥행을 지속하고 있는 뮤지컬 ' 맘마 미아 Mamma mia' 도 놀랄때 하는 이태리 말이다.
이태리에 오는 관광객들은 거의 다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맘마 미아 Mamma mia ! 웬 성당이 이렇게 많아!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

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98a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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