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의 유래

2013.08.19 06:17:14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61)]

[그린경제 =이윤옥 기자]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 땅에 태어난 우리모두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중략)
우리 몸엔 우리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깍두기
잊지 마라 잊지마 너와 나는 한국인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신토불이/배일호-
 


가수 배일호의 대표곡은 누가 뭐래도 ‘신토불이’다. 그는 90년대 초에 KBS TV ‘6시 내고향’ 프로 촬영차 농촌을 방문했을 때 동네 어귀에 걸린 ‘신토불이’ 안내판을 보고 이거다 싶어 서울로 올라와 작사자· 작곡자를 찾아다니며 ‘신토불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좋다’라는 뜻의 제목과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 신토불이”를 외친 노랫말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마침 그때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한참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던 때로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 붐과 맞물려 그의 ‘신토불이’는 대박을 터뜨렸다. 신토불이 덕에 가수 생활에 꽃이 피었고,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고향 논산에는 ‘신토불이’ 노래비까지 세워졌으니 가수 배일호만큼 ‘신토불이’ 덕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점잖게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말의 유래가 궁금한 어떤 독자가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신토불이에 대해 질문했다. 빼고 보탬 없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007.10.20.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질문


신토불이라는 말이 일본식 조어법인가요? 어떤 사람이 써놓기를,  

'신토불이'란 말이 올해 처음으로 국어사전에 실렸다. 89년 농협이 '우리 체질에는 우리 농산물이 제일'이란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최근 나온 민중서림의 엣센스국어사전은 1,375쪽에서 신토불이를 '사람의 육체와 그 사람이 태어난 고장의 토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작물이 우리 체질에 맞다는 말'이라 풀이했다.  이 말은 한호선 전 농협중앙회 회장이 80년대 말 일본 서적에서 따와 처음 썼다. 당시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임박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산물시장개방에 대한 불안이 나라 전체로 퍼져 나갈 때였다. 농협은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이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했다. 그 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말은 널리 쓰이는 말이 됐다.


 이러자 '일본식 조어'란 비판이 쏟아졌다. 농협은 곧 국내외 옛 서적이나 고사 등을 대상으로 '신토불이' 어원을 폭넓게 조사했다. 조선조 의서인 '향약집성방' 서문에서 '기후풍토와 생활풍습은 같다'는 말, '동의보감'에서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는 구절을 찾아냈다.  


결정적인 자료는 중국 원나라 때 보도법사가 펴낸 '노산연종보감'에서 발견됐다. 이 스님은 '신토불이'란 제목의 게송에서 '몸과 흙은 본래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다 (신토본래무이상)'라고 했다. 농협은 지난해 어원을 이처럼 정리하는 한편 국어사전에 실리도록 추진했다. 이번에 결실이 나타난 셈이다. 농협은 이제 신토불이란 말이 초등-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도록 애쓰고 있다 ” 


죽 읽어보니 신토불이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의 살과 땅의 흙은 같다는 것은 살의 성질과 흙의 성질이 같다는 것이지, 우리의 살은 우리의 흙에 잘 어울린다는 말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결정적 자료라는 게송도 몸과 흙의 본질이 같다는 것이지, 우리 몸에 우리 흙에서 난 농산물이 잘 맞는다는 말과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더 잘 맞다고 생각하지만, 농협에서 찾아냈다는 저 말들은 그런 의미와 딱히 이어 생각하기에는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보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의 어원과 이 말이 일본식 조어법인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 답변이 재미나다. 역시 빼고 보탬 없이 소개해보겠다.  

 

답변 제목: 신토불이 (기타)
답변 일자: 2007.10.22.
작 성 자: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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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토불이’라는 말과 관련한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나 ‘身土不二’라는 말 자체는 현재로서는 일본어에서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이 표현과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순화어를 제시한 바는 없지만, 일부에서는 ‘身土如一’과 같은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듣고 쓰는 <신토불이>는 이와 같은 곡절이 있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필자 역시 이 말을 농협에 확인하고 싶어 한국농협중앙회에 정식으로 질문을 했다. 그러자 2009년 9월 22일자로 답변을 보내왔는데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처리일

2009-09-22

  연락처

02-2012-9114

  제 목

신토불이란 말의 유래에 대해 알려 주십시오

  내 용

 

안녕하세요. 농협중앙회입니다.

1. 신토불이라는 단어는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임박할 때 농협중앙회가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당시 농협중앙회 회장이었던 한호선 회장이 이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면서 일반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2. 신토불이라는 말의 유래는, 조선시대 의서인 <향약집성방> 서문의 `기후풍토와 생활풍습은 같다`라는 표현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중국 원나라 때의 책인 <노산연종보감>에는 `신토불이`라는 게송이 있는데 여기서 `몸과 흙은 본래 두 가지 모습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은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에서 나온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말이며, 신토불이라는 용어는 이런 불이사상과 다산 정약용을 연구한 한학자인 이을호 선생이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토불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농민신문사에서 2007년 11월에 게재한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인터넷에서 `농민신문`을 검색하셔서 홈페이지에 가신 다음에 예전 기사 검색에 `신토불이`를 입력하시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농협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마치 ‘신토불이’가 처음부터 한국의 농협에서 쓰기 시작한 말 같다. 그러나 일본 쪽 입장은 다르다. 들어보자.


 일본 자료(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이 말은 1907년 일본의 육군 약제감 이시즈카가 식양회(食養会)를 만들었는데, 이는 식사를 통해 건강을 지키자는 단체로 <자기 고장의 식품을 먹으면 몸에 좋고 남의 고장 것은 나쁘다>라는 말을 나타내는 ‘신토불이’를 교토의 한 승려에게서 전해 듣고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을 1989년 농협회장 한호선 씨가 일본책 『협동조합지역사회의 길,協同組合地域社会への道』을 번역하면서 ‘신토불이’를 알게 되어 한국에서 쓰게 되자 이를 안 한국인들이 왜 일본에서 쓰는 말을 들여다 쓰느냐는 항의를 받고서는 이 말의 출전을 찾아 본 결과 1305년 중국 불전 《노산연종보감 “廬山蓮宗寶鑑”》을 찾아내었다는 것이다.


   
          ▲ 일본에서 자주 눈에 띄는 신토불이 간판을 단 식당

 

이쯤에서 ‘신토불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말하고 마치겠다. 일본 주장을 보면 분명히 일본에서 “신토불이”라는 말을 먼저 쓴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이 말을 1907년에 쓰기 시작했다. 그에 견주어 한국에서 쓴 것은 1989년 이후 일이다. 단순히 누가 이 말을 먼저 썼느냐고 한다면 깨끗이 일본이 먼저 썼다고 하면 그뿐이다. 나중에 중국 불전 《노산연종보감 “廬山蓮宗寶鑑”》을 뒤져 나왔다고 해도 먼저 이 말을 알고 쓴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맞다.


 농협은 이러한 사실을 시인하고 “일본인들이 먼저 쓰던 것을 한국이 중국 불전 《노산연종보감 “廬山蓮宗寶鑑”,1305》에서 찾아내었다”고 해주면 좋겠다. “신토불이”는 어차피 일본에서 만든 말도 아니고 중국 불전에 있던 말이다. 1907년에 이미 일본에서 쓰던 말이었음을 싹 무시하고 농협이 애시당초부터 중국 불전에서 찾아 낸 말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으로 “신토불이”를 고수하기보다는 “신토불이”를 버리더라도 국민에게 말의 유래를 분명하게 짚어 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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