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만행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에 온 하라다쿄코 씨

2013.10.31 07:54:41

[그린경제/얼레빗 = 이한꽃 기자] 노란 점퍼차림의 하라다쿄코(原田京子, 73살)씨를 다시 만난 것은 서대문형무소역사박물관에서 한일교류회를 마친 다음 날이었다. 방한 이틀째인 하라다 씨 일행의 이날 통역으로 따라나선 기자는 아침 일찍 하라다 씨 일행이 묵고 있는 을지로 써튼호텔로 서둘러 찾아 갔다. 평균 연령이 60살인 이번 일행은 일본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로 이 날 일정은 민족문제연구소 자료관과 대방동에 있는 국립여성사 자료관 등 이었다.

   
▲ 지하철 안에서 하라다쿄코 씨의 해맑은 모습

 모두 호주머니를 털어 방한 한 것이라 단체 이동용 작은 버스도 빌리지 못해 우리는 이동 수단을 지하철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행 가운데는 86살의 세키구치스미코(關口澄子, 86살) 씨도 있어서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기자는 하라다 씨와 함께 했다. 사실 전날 하라다 씨는 기자에게 ‘십자가복음’이라고 찍힌 38쪽짜리 교회 소식지 같은 소책자를 건네주었는데 집에 가서 읽어 보니 이 소책자에 “일제만행 사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봉사하는 하라다교코 씨”라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강의실에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하는 모습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가자는 하라다 씨에게 소책자에 소개된 이야기를 다시 물었다. 하라다 씨는 그 때가 기억나는 듯 잠시 머뭇하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무작정 한국으로 달려왔습니다. 음성 꽃동네와 광명사랑의 집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수발하는 봉사 활동을 2년간 하다가 귀국했지요. 한국말 소통을 위해 일본에서 4년간 한국어를 배운 덕에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처음 음성 꽃동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지만 한국인들의 시선은 차고 냉담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일제만행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자원봉사를 했는데 차츰 차츰 한국인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었어요. 한국에서의 2년간은 잊지 못할 일입니다.”

   
▲ 서대문형무소를 둘러 본 일본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왼쪽에서 두번째 노란점퍼 입은 분이 하라다 씨)

 하라다 씨는 그때를 회상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하라다 씨가 말하는 그때란 2002년의 일로 하라다 씨가 2년간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이야기는 2004년 3월 3일치 경인일보 14면과 3월 10일치 광명소식에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일제강점기 때 저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커가면서 한국이 일본에 의해 침략의 역사를 겪어야 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마음 한 구석에 빚진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아버님은 조선총독부 기계부 기사였고 친정아버지는 북한의 수풍댐 건설 총책임자로 있었기에 마음의 빚은 더 컸던 것이지요.”

 도쿄도립대학에서 심리학 전공을 하고 39년간 도쿄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던 하라다 씨는 2002년 3월 39년간의 교직에서 퇴직하자마자 그해 5월 평소 기독교 신앙으로 알게 된 도쿄 YMCA의 한국인 회원의 소개로 한국 음성 꽃동네로 건너와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때가 62살 때의 일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0월 22일 하라다 씨는 일본 도쿄 고려박물관의 조선여성사연구회원과 함께 내한하였던 것이다. 73살의 나이지만 한국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10여년 전 자원봉사하러 왔을 때의 마음과 같다고 했다.

   
▲ 대방동에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을 둘러 봄(사진 정면에서 왼쪽 4번째 노란점퍼 입은 분이 하라다 씨)

 이번에 방한한 도쿄 고려박물관(관장 히구치유이치‘樋口雄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은 순수한 시민단체로 자신들의 사재를 털어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뜻에서 고려박물관을 세우고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일본의 양심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방한 목적은 2014년 1월 29일부터 3월 30일 까지 2개월간 이 박물관에서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시화전을 열기 위한 사전 교섭과 여성독립운동가 공부를 위해 2박 3일간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었다. 조선여성사사연구회에서는 올 5월부터 매주 모여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공부 해왔다.

 이들은 지난 10월 22일 한국문화사랑협회(회장 김영조) 주최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관장 박경목)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공부를 했다. 강의는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하여 시로 소개하고 있는 이윤옥 시인이 맡았으며  시화를 그린 이무성 화백도 참석하여 이들을 환영했다. 이 시화들은 일본 고려박물관에서 2개월간  ‘항일여성독립운동가시화전’이란 주제로 전시될 계획이다. 기자는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인 하라다 씨와 헤어지면서 내년 도쿄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손을 꼬옥 쥐었다.

 

이한꽃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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