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편지176]과거사문제를 민족주의로 치부했던 선배 A에게 -조영빈-

2013.11.19 08:20:30

[그린경제/얼레빗 = 이한꽃 기자] 

100년 편지에 대하여.....

100년 편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년(2019년)을 맞아 쓰는 편지입니다. 내가 안중근의사에게 편지를 쓰거나 내가 김구가 되어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역사와 상상이 조우하고 회동하는 100년 편지는 편지이자 편지로 쓰는 칼럼입니다. 100년 편지는 2010년 4월 13일에 시작해서 2019년 4월 13일까지 계속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100년 편지에 동참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매주 화요일 100년 편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02-3210-0411

                                                                            

한 사석에서였습니다.   우리가 앉았던 술상 맞은편 TV에 당시 취임하지 얼마 되지 않은 일본 총리가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에서 어느쪽의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라며 사실상 2차 세계대전 당시 열강들의 침략사를 부정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일본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정계 유력인사들이 극우적 역사인식을 드러내고 있던 터라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꽤나 시끄러웠던 때였습니다 
선배는 손에 쥔 소줏잔을 들고 삼킬듯 말듯하며 말했습니다. “이제 좀 지겹지 않니. 일본 우익들이 망언을 했느니, 역사인식이 어떻다느니
 
한잔 들이킨 선배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 뭐냐, 민족주의 같은 거 말이다. 저런 뉴스 꾸준히 나가니까 일본 정치인들은 나쁜놈들이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독도에 목숨 걸고 있고. 이상한 민족이념 같은 걸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 같아서 싫다
 
밤이 늦어서인지, 논쟁을 피하고 싶어서였는지 저는 그런가요?”라고만 해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다하지 못한 말을 늦었지만, 여기서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 임시정부 환국기념 사지
  
 선배 말씀에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 십년 간 과거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 때문에 우리 역시 수십 년 간 그들의 잘못을 지적해야만 했고, 지적에 지적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21세기에서조차 가당치 않은 맹목적 민족주의자의 모습을 본의 아니게 갖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저 같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이 같은 모습에 대한 반발 심리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관심은 철 지난 패션쯤으로 간주되고, 목숨 바친 열사와 의사들을 기억하자는 목소리는 선배 말마따나 민족주의 같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피()침략사에 대한 평가, 반성, 고찰 노력은 올드한시류가 되어가는 듯도 합니다.
 
스펙쌓기에, 취업에, 바쁜 직장생활에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에게 과거 역사를 기억하는 것 보단 옛날 일로 덮어두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선배. 반성없는 일본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당시 앞장 서서 옳은 일을 했던 이들을 평가하자는 것은 민족주의 같은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직시라는 점은 선배나 저나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사와 의사들의 노력을 잊지 말자는 외침은 어렵고 혼란했던 당시에도 옳고 그름을 분간하며 실천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을 후세들도 알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과거 행동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 일본 정부의 잘못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것은 민족주의 같은 것이 아니라, 피침략국으로서 응당한 책임입니다.

   
▲ 해방 뒤 거리에 쏟아져나온 사람들

 전후(戰後)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친일 인사들이 득세 했는지 아닌지 알아보자는 것 역시 그들과 그들 자손에 친일파 딱지를 굳이 붙이자는 게 아니라, 혼란한 틈에 과거 청산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옛날 이야기 내지는 민족주의 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순간 침략의 역사를 겪은 우리들에게 무엇이 남는지, 그런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에게 뭐라고 항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일입니다.
 
술자리에서 툭하고 뱉은 선배의 빈말에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 달려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선배의 그때 회의적인 말들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라기 보다, 그런 역사를 겪고도 반성하지 않는 이들의 언행을 계속해서 목도하고, 사실상 우리 내부의 과거 청산에도 실패한 현실에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다소 버릇없어 보일 수 없는 이 글도 선배 말에 반박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은 그런 현실에 익숙해져 있는 저 스스로를 야단치고 있는 글이란 생각도 드네요.
 
  폭염에 시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아침저녁으론 쌀쌀하네요. 건강 유의하세요. 또 뵐 때까지 그리울 선배 A에게.
 
2013106
후배 조영빈 올림.
이한꽃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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