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이벤트와 냉이

2014.03.23 10:25:47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19]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냉이국에 밥을 말아 아침 먹고,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들으며 출근한다. 후리지아 꽃이 꽂혀 있는 책상에 앉아 박목월님의 시 '소찬(素饌)'을 소리 내어 몇 번이고 읽는다.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신태(新苔·햇김
미나리김치 (...)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긋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냉이는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난다. 냉이국은 온 몸을 돌아 겨우내 묵은 몸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피아노 선율은 사랑에 빠진 처녀처럼 애타고, 두근거리며, 부드럽게 감정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박목월님 시는 겸허하고, 소찬으로도 행복하고, 자연에 감사하게 만든다.  

이것은 내가 음식, 음악, 시에서 찾은 나만의 봄맞이 이벤트이다. 봄나물의 씁쓸한 맛을 통해 봄이 보내는 신호를 일찌감치 감지하는 것은 혀, 미각이다. 올해도 달래, 봄동, 돌미나리, , 머위, 취나물, 원추리 등등 시시때때로 봄나물들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봄의 전령은 역시 '냉이'이다.  

   
▲ 냉이죽

약과 식재료로 모두 사용되는 냉이에 대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제채(-냉이 -나물 ’)라고 하고,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고 하였다. 간기(肝氣)를 잘 통하게 하고 비위(脾胃)와 오장(五臟)을 편하게 한다고 했다. 또 냉이로 죽을 쑤어 먹으면 그 기운이 피를 간()으로 이끌어 가서 눈을 편하게 하며, 밝아지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냉이씨도 약으로 쓰이는데 제채자(薺菜子), 석명자(-냉이 ’ / -굵은 냉이 ’)라 부른다. 오장의 부족한 기()를 보하고, 바람에 의해 생기는 병과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없애며, 열독(熱毒)을 풀어준다고 했다. 또한 냉이잎과 줄기는 태워서 가루로 내어 이질을 치료하는데 쓴다고 하였다.  

냉이의 영양과 기능성을 살펴보면 고섬유질 채소로서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높고, 칼로틴 함유량이 당근과 비슷하다. 비타민 C의 함유량은 토마토보다 높을 뿐 아니라 시니그린, 솔비톨, 콜린 등 독특한 성분과 향미가 있어 생체활력을 높여준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몸이 계절변화에 적응하느라 입맛을 잃기 쉽고, 비타민의 필요량이 3~10배 이상 증가하므로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로 식단을 꾸미는 것은 질병예방적인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냉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채취할 수도 있으나, 구입할 때는 뿌리가 희고 길며, 잎은 약간 진한 초록색에 조금은 검붉은 빛을 띠는 야생종이 좋다. 냉이에 묻어있는 흙은 흐르는 물에 씻어 제거하고, 데칠 때는 가급적 재빨리 한다. 냉이나물 무침을 할 때는 특유의 향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 양념을 연하게 한다. 국을 끓일 때는 멸치육수나 조개육수처럼 맑고 개운한 국물에 된장을 풀고 냉이를 그냥 넣어도 좋고, 날콩가루에 버무려 끓여도 구수하고 영양도 풍부해진다.  

냉이는 참치와 맛이 잘 어울리므로 쌀을 넣어 죽을 끓여도 좋고 튀김을 해도 온화한 맛이 나서 아이들의 간식으로 좋다. 고추장을 넣은 밀가루 반죽에 냉이와 조갯살을 넣어 쫀득하게 부쳐 '냉이장떡'을 만들어도 감칠맛이 난다. 말린 냉이를 소주에 담가 '냉이술'을 담가도 되고, 다관에 말린 냉이를 넣고 따끈한 물로 우린 '냉이차'도 향기롭다. 소박하고 사소한 이벤트로 몸도 마음도 행복한 봄을 맞이하자.

지명순 교수 jms568@yd.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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