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부 주장에는 중대한 허점이 있다.
강에 10m 높이의 구조물(보,洑)을 세우면 홍수 때에 매우 불리하다. 그 까닭을 상식으로 알아보자. 홍수가 나서 강의 양쪽 제방까지 물이 가득 차서 흐르는 장면을 그려보자. 이때 강을 가로질러서 한쪽 둑에서 강의 중간까지에 커다란 철판을 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홍수위는 높아지고 물이 둑 위로 넘치게 될 것이다. 강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홍수 때에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4대강의 보는 절대적으로 홍수에 불리한 구조물이다.
4대강을 가로질러 대형보를 설치하면 홍수 관리에 불리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상식이다. 토목공학자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당시 토목공학계의 원로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일부 젊은 학자들이 이에 반발하였다. 이들은 학회를 탈퇴한 뒤 대한하천학회를 창립하고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벌였다.
4대강 보가 홍수 관리에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4대강 보는 가동보이기 때문에 홍수 때에는 수문을 모두 열어서 방류하면 된다"라고 답변하였다. 가동보(可動洑, movable weir)는 무엇인가? 가동보는 다기능보, 또는 다목적보라고도 부르는데, 4대강 사업에서 처음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보다.
일반적으로 댐의 수문은 구조물의 윗부분에 설치하여 수문을 열면 물이 위로 넘치도록 설계된다. 수문의 아랫부분은 콘트리트 구조물이다. 가동보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소문을 들어 올리는 승강식, 수문이 돌아가는 회전식, 수문을 가로 눕히는 전도식. 가동보는 수문을 열면 물이 바닥에서부터 흐르므로 보 상류의 퇴적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장점이 있다.

“4대강 보는 가동보로 만들었기 때문에 홍수 때에 문제가 없다”라는 정부 측 주장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4대강 현장에 가서 보를 관찰할 기회가 없는 일반인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4대강 보는 가동보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현재의 4대강 보 16개 가운데 남한강의 여주보 하나만을 빼고, 15개 보는 가동보 부분과 고정보 부분이 함께 있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4대강 보는 혼합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수문이 달린 쪽이 가동보 부분이고 수문이 없이 매끈한 부분이 고정보 부분이다.

필자가 조사해 보니, 4대강 보 가운데서 고정보의 점유율은 20~87%까지로 보마다 다양하다. 16개 보의 총길이 7,973m 중에서 고정보 부분은 4,765m로서 고정보의 총 길이가 가동보의 총 길이보다 더 길다. 비율로 계산하면 4대강 보 전체 길이의 60%가 고정보다. 그러므로 4대강 보는 가동보를 모두 개방하더라도 고정보 부문에서 물의 흐름을 막는다. 그러므로 4대강 보는 4대강 사업 전 보가 없을 때에 견주어 상류 쪽으로 수위가 높아져서 홍수 때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만일 4대강 사업에서 보를 막지 않고 준설만 했다면 홍수 방지 효과를 절대적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형보의 고정보 부분 때문에 홍수 방지 효과가 크게 줄었다. 대형보를 막아서 호수가 생겼기 때문에 보의 상류 쪽으로 토사가 쌓인다. 해마다 준설을 하지 않으면 최초의 준설로 인한 홍수 방지 효과는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
4대강의 고정보 때문에 홍수 피해가 나타난 사례가 있는가? 낙동강 본류의 가장 위쪽에 있는 상주보는 4대강 사업 준공(2011년 10월) 직전인 6월에 제방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땜질식 처방으로 제방을 수리하였다. 4대강 사업 준공 뒤에 상주보는 2017년에 제방이 훼손되었고, 2023년에도 다시 제방 일부가 무너졌다.

제방이 아예 무너져 강이 범람한 사고는 2020년에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나타났다.

2020년 8월 9일에 300mm의 폭우가 쏟아진 뒤,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에서 약 30m 길이의 제방이 무너져 2개 마을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어지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방이 무너진 원인은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하여 강 수위가 올라가고 수압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4대강 보는 절대적으로 홍수 관리에 불리한 구조물이다. 지금까지 4대강 본류의 제방이 무너진 사고는 있었지만, 보 자체가 무너진 사고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만일 큰 비가 내려 낙동강 상류 쪽에 있는 보가 붕괴되어 호숫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 아래쪽에 있는 보가 연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8개의 대형보가 있는 낙동강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해마다 태풍과 홍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4대강에 있는 16개 보는 홍수 때에 매우 불리한 구조물이다. 4대강의 본류 지역에서 재발할 홍수 피해를 막으려면 보를 철거하는 방법 외에 무슨 대안이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