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지은 회남자에는 '천하유삼위(天下有三危)'가 나옵니다. 곧 천하에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소덕이다총 일위야(少德而多寵 一危也) 재하이위고 이위야(才下而位高 二危也) 신무대공이유후록 삼위야(身無大功而有厚祿 三危也) "덕이 적은데도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첫 번째 위험이고 재능이 없으면서도 지위가 높은 것이 두 번째 위험이고 자신에게 큰 공적이 없는 데도 높은 자리와 봉록을 받는 것이 세 번째 위험이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 권력을 쥐면, 그 권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기 쉽습니다. 역사적으로 덕이 부족한 군주들은 백성을 착취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능력보다는 인맥이나 배경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능이 없으면서도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에 걸맞은 소임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조직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도력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조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지형의 특징은 동고서저(東高西低)입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큰 강은 서쪽인 서해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중국은 우리와 반대여서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입니다. 황하나 양자강이 모두 동쪽으로 흘러 황해로 들어가지요. ‘만절필동(萬折必東)’은 충북 괴산군 화양구곡에 새겨져 있기도 하고 가평 조종천의 만동묘에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라는 의미의 글은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는 중국과 관련된 글귀이지요. 어쩌면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의 의미가 큽니다. 우리나라의 서쪽에서 물이 동류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형상 사행천으로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잠시 동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이 중국과 닮았다고 여겨서 중국 황제를 기리는 만동묘를 세웠습니다. 만동묘는 중국의 만력제와 마지막 황제인 의종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그런데 만동묘를 오르는 마지막 계단은 중국 황제를 상징하는 9층으로 만들어졌고 경사를 70도 안팎으로 가파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는 조선의 백성이 천자를 뵈러 올라가면서 똑바로 서서 올라갈 수 없도록 만든 의도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주말 광화문을 봅니다. 촛불 대신에 응원봉을 들고 축제같은 시위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비폭력적으로 축제같은 모습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펜은 칼보다 강하고 촛불은 총구보다 강합니다. 역사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무기는 중요합니다. 원래 무기는 강자의 상징이지만. 역사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무기는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억압받는 자들의 저항 도구입니다. 역사 속 혁명과 저항의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돌멩이, 낫, 맨손까지도 무기로 사용하며 권력에 맞서왔지요. 이번 계엄령이 포고된 12월 3일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맨몸으로 군인들의 장갑차를 막은 시민을 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인 힘의 표출뿐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가난한 이의 무기가 등장합니다. 그 살벌한 계엄의 현장에서도 슬기말틀(스마트폰)을 이용한 현장중계로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이 지식과 정보를 무기 삼아 사회 변화를 끌어냅니다. 인터넷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니까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들꽃은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 뒤에 독을 숨기고 있는 들꽃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가운데는 만지거나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로운 독성을 지닌 종류가 적지 않습니다. 식물은 왜 독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독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여 번식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 사용됩니다. 9월의 산에는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각시투구꽃이 그것인데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꽃입니다. 투구를 쓴 듯한 독특한 꽃 모양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은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조심해야 할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죽음의 꽃'이라고도 불립니다. 각시투구꽃의 독성은 주로 뿌리에 있습니다. 그것을 '초오'라고 하기도 하고 까마귀의 머리와 비슷하여 '오두'라고 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 독을 화살촉에 발라 이용하기도 하였지요. 초오(草烏)는 신경계를 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동차보다는 지게나 손수레가 일반화되었던 시절 우리네 마을마다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먼지 풀풀 날리는 흙바닥에 선을 긋고, 손가락으로 구슬을 힘껏 튕기면 선 가까이에 닿는 순서로 우열을 가려 구슬치기했던 골목길. 딱지치기, 말타기, 자치기, 사방치기, 비석치기, 오징어게임 등등을 소화했던 골목길은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웃고 울던 놀이터이자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골목길은 고층 아파트와 삭막한 콘크리트 벽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동심은 추억 속에 묻히고 아이들은 놀이 문화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은 우리에게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낡은 담벼락에는 친구들과 함께 그린 그림들이 가득했고,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문방구는 우리의 보물창고였지요.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성을 길렀습니다. 곧 골목길은 우리의 성장통을 함께 나누고,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화와 함께 골목길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좁고 낡은 골목길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맞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 시평은 탄핵안 가결 직전에 보내온 것이지만, 이 엄중한 때에 꼭 독자들에게 전달해야만 할 것이란 생각에 실어봅니다.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말) 정신 나간 격노한 선장이 일부 선원들을 동원하여 배 밑창에 구멍을 뚫었고 물이 들어와 배가 침몰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일등 항해사 두 명은 서로 선장이 되고자 혈안이 되어 있고 승객은 물에 빠져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일부 선원들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의는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의 유불리에 빠져 정작 중요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을 봅니다. 저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것에 절망을 느낍니다. 국민 위에 당이 존재하고 개인의 양심 위에 당론이 존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입니다. 물이 없으면 배는 떠다닐 수 없으며, 성난 파도는 배를 뒤엎을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진리를 명심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맹자는 부당한 권위를 타도하는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자가운전 시대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교통카드를 들고 지하철 타기 위해서 들어갈 때의 일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왼손으로 왼쪽에 카드를 댔는데 문이 안 열 리는 겁니다. 분명히 ‘띡’ 소리가 났는데도 말이지요. 당황스러운 저는 옆 칸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창피하게도 안내원을 부른 뒤에 문이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카드를 들고 문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세계적으로 왼손잡이는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되었습니다. 마우스의 버튼이 그러하고, 날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가위가 그러하고 깡통 열개의 손잡이가 그러하고 오른손으로 잡고 당기도록 설계되어 있는 문이 그러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야 하는 한글은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왼손으로 글 쓰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어떤 이는 왼손의 반대말을 바른손이라고 우기기도 했지요. 옛날 중국에는 왼손잡이가 불길하다고 믿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왼손잡이 아이들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릴 적 집 앞엔 Y자형 개울이 흘렀습니다. 버들치, 깔딱 메기, 가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 가재가 사라졌으니, 전기와 가재는 역상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은 심심산골 1급수나 되어야 가재를 볼 수 있으니 그 많던 가재가 희귀종이 되었습니다. 가재는 잡식성으로 죽은 생물의 사체나 물속에 가라앉은 썩은 나뭇잎과 유목, 수초 등의 식물성 유기물들을 주로 섭취하는 편이지만 때때로 옆새우, 플라나리아나 살아있는 물고기나 올챙이 등도 사냥하는 포식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싸리나무를 삽 한 자루 길이만큼 잘라내서 개구리를 잡아 몸통을 제거하고 다리 부분을 막대 끝에 칭칭 동여매어 가재가 있을 만한 돌 밑에 넣어두면 가재들이 몰려들곤 했습니다. 그다음은 가재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지요. 살살 잡아당기면 먹이에 눈이 먼 가재가 딸려 나옵니다. 양재기에 담아놓으면 호기롭게 집게발을 벌리고 달려드는 것이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연상시키지요. * 당랑거철 :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려고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 가재는 갑각류입니다. 먹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잡아 온 가재를 불에 구워 먹곤 했지요. 불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농지로 만들기 위한 개간을 진행하며 강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산을 뚫어 길을 내고, 땅을 파서 광물을 채굴하고 동식물을 사냥합니다. 최근 들어 자연은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행동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은 협상하지 않는다는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자연의 분노는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은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여전히 무기력합니다. 강력한 태풍, 불볕더위, 큰물(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는 인간의 삶과 재산에 막대한 손해를 입힙니다. 또한,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킵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곰은 쓸개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밀렵이 됩니다. 사슴은 녹용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악어는 가죽 때문에 사냥을 당합니다. 상어는 지느러미 때문에, 새는 아름다운 깃털 때문에 죽임을 당합니다. 대부분 아름다움을 뽐내거나 몸을 치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들이 인간의 욕심 탓에 잔혹하게 사냥당합니다. 이득 앞에 돈을 아버지라 부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에 바늘을 꽃아 생 담즙을 채취하기도 하고 오리나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먹여 간을 비대하게 만들어 푸아그라라는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여 지느러미(샥스핀)만 잘라내고 버리는 '핀닝' 행위도 종종 일어나고 야생동물을 가두고 배설물로 곰팡이 농사를 지으며 동물을 학대하기도 합니다. 닭은 평균 25년을 사는데 육계로 기르는 것은 길어야 60일 정도 살다 도축되고 소는 30년 정도를 살 수 있지만 고기소(육우)는 3년 이상을 기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육질을 좋게 한다는 까닭으로 거세하고 좁은 축사에서 살만 찌웁니다. 알을 많이 낳게 만들기 위하여 인공조명으로 닭을 재우지도 않고 서로 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