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내가 하는 부탁이 남이 보면 청탁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선물이 남이 보면 뇌물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단합이 남이 보면 담합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할 땐 정과 의리지만, 남이 보면 부정과 비리일 수 있습니다. 남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볼 때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이 보입니다." 위의 글은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으로 뇌물은 주어도 범죄(증뢰)이고 받아도 범죄(수뢰)입니다. 공직에 오르기 전에 받아도(사전수뢰) 범죄이고 퇴임 후에 받아도(사후수뢰) 범죄입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도(제삼자 뇌물공여) 범죄이고 다른 사람 일로 줘도(알선수뢰) 범죄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뇌물이 연관 돼있으면 무조건 처벌 대상입니다. 심지어 뇌물을 현실적으로 받지 않아도 (요구, 약속만 하여도) 처벌하고 실지로 제공하지 않아도(약속, 공여, 공여 의사표시) 처벌됩니다. 뇌물이 공무수행과 정상적인 국가작용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기에 처벌 요건을 강화한 것이지요. 거액의 뇌물의 경우에는 몰수는 물론 받은 뇌물의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고 걸릴 때쯤 되어 준 사람에게 돌려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체로 검사는 상대방의 죄를 캐내려고 노력하고 피고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죄인을 자처하는 목사에게 무죄라고 주장하는 검사들이 그것이지요. 물론 기소 권고가 내려지긴 했지만, 세인들의 눈에는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권력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사들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권력이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진실 규명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인 고려로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와 정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을 해야 할 사회 지도층이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사회적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한비자는 나라가 망하는 47가지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임금은 어리석은데 그 측근인 왕실의 친척이나 형제는 현명하고, 관리의 힘이 약하면 백성들은 오만해져 나라 안은 혼란스러워진다. 민심이 흔들리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그 나라는 마침내 망한다. 임금이 조그마한 술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의 비극은 거울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돌도끼 들고 사슴 쫓던 시대에는 거울이 있을 수 없었으니 기껏해야 고인 물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전부인지라 누구든 생김새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듯합니다.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 인류는 구리거울을 갖게 됩니다. 구리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리 동(銅), 거울 경(鏡) 자를 써서 동경(銅鏡)이라고 부르지요. 청동 거울의 뒷면에는 손으로 잡거나 매달 수 있도록 손잡이나 고리를 달았는데 이를 뉴(鈕)라고 합니다. 특히 지배층의 뉴는 여러 가지 섬세한 조각이나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되었지요. <다뉴세문경(多鈕細紋鏡)>은 고리가 많이 달리고 섬세한 조각이 있는 거울이란 뜻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먼 과거에 쓴 거울을 볼 수 있지요. 지금은 녹슬고 불투명하여 반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얼핏 거울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거울도 실제로 사용되던 당시에는 아주 매끈해서 사물을 잘 비추어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매끈하게 연마한 거울 면이 부식되고 긁히며 표면이 거칠어져 반사력이 떨어진 것뿐이지요. 그리고 거울의 앞부분은 매끈한 상태로 볼 것이 없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메릴랜드주에는 1695년에 설립된 세인트존스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이 특이한 것은 몇 개의 선택과목을 빼고는 모든 교육과정이 동일한데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을 통하여 학점을 딴다는 것이지요. 이 대학을 졸업하려면 해마다 방대한 수필을 써야 하고 졸업 논문을 써야 하며, 교수 앞에서 구두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모두가 고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이루지요. 학생들은 교수를 'Professor(교수)'가 아닌 'Tutor(지도교사)'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것이 5% 정도이고 나머지는 읽고, 토론하고, 서로 설명하는 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뒤 감상을 말하기는 쉬울 수 있으나 지은이와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학생 및 교수와 토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각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떤 문명이든지 그 뿌리에는 문화의 저변에 깃들어 있는 의식세계와 정신세계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유유상종이어서 벗 또는 동료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내지만 나와 다른 사람과는 멀어지거나 어정쩡한 사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60이 넘은 지금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면 저 자신이 그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쩌다 나는 누군가를 왜 그리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었을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왜 동료를 적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있었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아주 좁고 작은 창문들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하였습니다. 그 유래는 이러합니다. 유럽의 한 박물관에 사지가 멀쩡한 젊은 여성 한 분이 앉은뱅이걸음으로 작품을 감상합니다. 의아하게 생각한 전시기획자가 묻지요. "왜 당신은 사지가 멀쩡하면서 앉은걸음으로 작품을 보고 있나요?" 그때 여성은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유치원 교사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서요." 같은 그림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동은 다릅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생각나는 장면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서포 김만중이 지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진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각각 그 말에 따라 리듬을 갖춘다면, 똑같이 천지를 감동하게 하고 귀신과 통할 수 있는 것이지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 말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니 설사 아주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곧 "한국 사람이 한자로 글을 쓰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 말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 당시는 한자 세대여서 한자가 한글보다 편했기 때문이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의 정서를 우리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에는 교사가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제 생각인 양 말하고 다니는 애들을 앵무새에 빗대어 비판합니다. 한편으로 공감이 가면서도 요즘 애들만이 그런 게 아니라 나 또한 앵무새가 아니었는가를 반성합니다. 앵무새의 말은 소통의 수단으로 쓰일 수 없습니다. 그저 어디선가 들려온 말을 따라 하며 의미 없는 반복적인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할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리나무는 십 리가 떨어져 있어도 오리나무고 고향나무는 타향에 심겨 있어도 고향나무고 할미꽃은 아주 어려도 할미꽃이라고 불립니다. 옛날엔 할미꽃이 참 많았습니다. 밭둑이나 산소 주변에 쉽게 볼 수 있었던 꽃인데 요즘은 기후 변화 탓인지 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할미꽃은 나름대로 열심히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자라고 번성하는 꽃인데 자신이 할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면 아마도 서운할 것입니다. 어쩌면 꽃이 시골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휘어져 있기에 붙은 이름이겠지요. 부끄러움의 결과인지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태어나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살다가 홀씨를 날릴 때가 돼서야 잠시 허리를 펴는 할미꽃은 우리 인생을 닮았습니다. 할미꽃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동강할미꽃이 아닐까 합니다. 동강할미꽃은 생김새는 할미꽃을 닮았지만 보통 할미꽃과는 달리 하늘을 향해 화사한 꽃잎은 벌리고 있거든요. 한약방에서는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마도 할미꽃의 홀씨가 흰 머리카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입니다. 할미꽃의 뿌리는 매우 강한 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한약재로 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상식에 맞게 결정하는 게 검사의 임무다.” “상식에 안 맞는 결정을 해놓고 ‘네가 법을 몰라서 그렇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검찰의 일은 개인의 권한이나 권력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다." "검사는 언제나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형사절차에는 작은 오류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다. 검사는 명실상부한 형사사법의 ‘프로페셔널(전문가)’이 돼야 한다.” "공직자는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이 모든 처신이 훤히 드러나는 삶을 살게 된다." "항상 스스로 돌아보고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마음을 다잡고 경계하며, 한순간의 가벼운 처신으로 국민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법 앞에 예외, 특혜, 성역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 법조계 수장의 어록입니다. 한비자에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이 나옵니다.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이지요. ‘승불요곡(繩不搖曲)’이란 말씀도 있지요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해서 같이 휘어지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공정하게 판단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광복절이 지났습니다. 광복은 1945년의 일이니 이제 79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조들에게 부끄럽게도 올해의 광복절은 정부가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치렀습니다. 역사 이래로 이렇게 행사를 나뉘어서 치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치욕적인 35년의 식민 지배 세월을 보냈습니다. 식민 통치를 일본처럼 혹독하고 잔인하게, 언어까지 빼앗은 국가 말살 정책을 편 나라는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많은 독립투사가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헌신하고 목숨을 아끼지 않았지만 우리의 독립을 불러온 것은 안타깝게도 독립군의 무장봉기가 아니라 리틀보이와 팻맨으로 불리는 원자탄을 투하한 미국의 전쟁 승리 덕입니다. 그 결과로 분단과 신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친일파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지금도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삼대가 굶고 친일파의 후손은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슬프게 다가옵니다. 대체로 식민지를 겪고 독립한 나라의 지폐에는 독립투사가 한 명쯤은 표지모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독립투사들이 참으로 많은데도 지폐의 표지에 독립투사가 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서양에서는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진주를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 진주를 "Frozen Tears (얼어붙은 눈물)" 라고 부릅니다. 서양에서도 시집살이는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딸이 시집살이하다가 속상해할 때, 조개가 자기 안으로 들어온 모래로 인해 받는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진주가 된 것처럼, 잘 참고 견뎌 내라는 뜻일 것입니다. 모래가 조개 속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진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깔깔한 모래알이 조개에 박히면 조개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모래알을 무시하든지 받아들이든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만약 무시하면 조개가 모래알 때문에 병들어 살이 썩기 시작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알 때문에 죽게 됩니다. 그리고 조개가 모래알을 받아들이면 조개는 "nacre(진주층)"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몸속에 들어온 모래알을 계속해서 덮어 싸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 영롱한 결정체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진주입니다. 우린 삶 속의 모래알을 시련이라고 부릅니다. 시련을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동거춘래(冬去春來)입니다. 떠밀거나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