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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의 으뜸, 만병의 근원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정운복의 아침시평 26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산책 가자!"

인간의 언어 몇 가지는 알아듣는 강아지는 이 말에 펄쩍펄쩍 뛰면서 좋다고 합니다. 배변 봉투를 챙기고 가슴줄을 하고 아파트 현관을 나섭니다. 조금만 걸으면 석사천변이 나오는데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과 잘 정비된 산책길이 참 좋습니다. 가끔 해오라기가 자맥질을 하기도 하고, 청둥오리가 떼 지어 열병 하니 도심에서 이만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자동차 길을 따라 걷는 것과 천변을 걷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도시의 풍경을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지요.

우리 동네는 가끔 상점의 간판이 바뀌어 달리곤 했는데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겠지요.

 

저 멀리 새로 생긴 간판 하나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닭을 구워 파는 식당 같은데 개업하는지, 얼마 되지 않았나 봅니다.

평소에 가끔 술을 마시는 터라 새로 생긴 술집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속담에 술은 백약의 으뜸이자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술은 양날의 칼 같은 존재지요.

적당히 섭취하면 온갖 약의 으뜸이기도 한데

도가 지나치면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되기도 하니까요.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으뜸 선물이라고 하는데

세상 대부분의 사고는 술 때문에 일어난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겁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우리 겨레를 ‘속희가무음주(俗嬉歌舞飮酒)라고 표현합니다.

풍속에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면서 춤추기를 즐겨한다는 뜻이지요.

기록처럼 우린 옛적부터 술과 노래와 춤을 무척이나 좋아한 겨레인 모양입니다.

여럿이 모이면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 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대동법을 주장했던 김육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깁니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불러주오.

초당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옴세

백년 덧 시름없는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박목월 님의 "나그네"라는 시의 끝 구절입니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참 정감 어린 표현이지요?

퇴근길에 새로 생긴 집을 방문하여 닭 안주에 소주 한잔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