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길에 가다가 한 소형화물차에 쓰인 문구를 보았다. “기사님, 조금 늦어주세요.”란다. 이 문구가 뜻하는 바로는 “늦게 와주세요”일 것이다. 요즘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상품이 늦을세라 엄청난 경쟁 속에 배달 기사들이 큰 곤욕을 치른다는 게 알려지자 이 업체는 이런 구호를 내세워 배달 기사를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뜻을 알 수 있다. 좋은 뜻이다. 하지만, 이 업체 담당자는 국어교육을 받지 못했는지 말을 잘못 쓰고 있다. 여기서 ‘늦다’란 “어떤 기준보다 또는 상대적으로 많이 흐른 시점이다.”란 뜻의 그림씨(형용사)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히 움직씨(동사)가 쓰일 자리에 그림씨를 쓴 것으로 잘못이다. 제대로 쓰려면 “기사님, 늦게 와주세요.”라고 해서 ‘오다’란 움직씨를 써야만 한다. 사람들은 영어를 조금만 잘못 쓰면 큰일 날 것처럼 하면서 이렇게 우리말에는 제대로 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얼마 전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재 사용 중인 동궐도(東闕圖) 배경에 창경궁을 합성한 관람권 대신 새 관람권 도안 선정을 위한 온라인 국민투표를 한다는 보도자료가 왔다. 여기에는 창경궁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4개 건축물 곧 명정전, 양화당, 함인정, 대온실 등 6장 사진을 활용한 새 관람권 도안 후보가 붙어 있었다. 당연히 창경궁 관람권 배경 사진으로는 창경궁을 잘 상징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 여기서 창경궁 하면 정전인 ‘명정전’이 그 중심이고, 대비와 왕실 가족들의 거주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지은 양화당이 종요로운 전각이라는 건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후보에는 대온실 사진을 3장이나 올렸으며, 단순한 정자인 함인정 사진까지 올렸으면서도 중요한 전각 사진은 명정전과 양화당 사진 단 2장만 올렸을 뿐이었다. 창경궁은 정조ㆍ순조ㆍ헌종을 비롯한 임금들이 태어난 궁으로, 광해군 때 다시 지어진 정문ㆍ정전들이 보존되어 있으며,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과 함께 조선시대 궁궐의 역사를 살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유적이다. 하지만, 일제가 1909년 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으며, 1911년에는 박물관을 짓고…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길 가다가 문득 올려다보니 창문에 붙인 글씨가 눈에 띈다. <옷 고치미 수선실> 요즘엔 옷 수선하는 곳도 점차 사라져 가지만, 수선집의 이름도 영어를 써야만 유식하게 보이는지 패션, 수선하우스, 스타일 핏, 리폼, 빈티지리클 같은 이름이 마구 등장한다. 그래도 패션이나 하우스는 뜻이나 짐작할 수 있지만 ‘스타일 핏’이니 ‘리폼’, ‘비티지리클’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제 옷 수선도 영어를 모르면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옷 고치미 수선실>란 이름 알아듣기 쉽고 예쁘지 않나? 제발 <옷 고치미 수선실>처럼 우리말을 사랑하는 수선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제576돌 한글날을 맞아 언론에는 “시어머니도 못 찾는 이상한 '아파트 작명법'”, ““00000 트리플에듀 삽니다”…너무 긴 신축 아파트 이름”, “기억하기도 어려운 아파트 영어이름” 같은 기사들이 보인다. 실제 어느 곳이나 새로 지은 아파트 이름들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고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아파트 이름에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어ㆍ이태리어ㆍ라틴어ㆍ스페인어까지 등장하거나 영어 몇 개를 합성하여 이상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포스코건설이 요즘 내놓은 이름 '오티에르(HAUTERRE')는 프랑스어 '오티'(HAUTE)'와 '테르(TERRE)'가 붙은 합성어로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뜻이라는데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뿐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래미안 원페를라'라는 이름이 보인다. 하나를 뜻하는 영어 '원'(One)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Perla)를 합쳐진 이름으로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단지에는 '래미안 원펜타스'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역시 하나를 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안에는 조각공원이란 곳이 있다. 여름철에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호수공원의 명물인 '노래하는 분수대' 바로 입구에 설치된 제1주차장 근처 공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각작품들이 하나 같이 '올라가면 위험하다'라는 목걸이를 하나씩 달고 있다.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이 흉물스러운 꼬리표가 영 마음에 걸린다. 아마도 조각공원을 드나드는 어린이들(?)이 조각작품에 올라타다가 다치기라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건 작품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방법으로 위험을 알릴 수는 없을까? 더구나 이 작품들은 외국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이 어떤 경위로 이곳에 전시된 것인지 살펴보자. "이곳에 전시된 조작품들은 고양시 조각가협회가 주관하고 고양시가 후원하여 2005년부터 개최된 고양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설치된 것입니다. 앞으로 매년 여러 작품들을 이곳을 비롯한 호수공원, 국제전시장 주변등에 설치하여 문화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푸른 도시로서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조각공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2006.11.20 고양시장 강현석" 국제적인 작가들의 좋은 작품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은 사계절 꽃들이 만발하고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가 있어 고양시민은 물론 서울 근교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휴식과 산책으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일산호수공원은 1992년, 일산신도시 택지개발사업 때 조성한 공원으로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와 최대한 자연생태계를 살린 공원으로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공원이다. 공원 한가운데 호수를 둘러싸고 만든 4.7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와 메타세콰이어길 9.1킬로미터 등이 있어 산책에도 최고의 환경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환경의 일산호수공원에선 해마다 고양국제꽃박람회, 가을꽃축제는 물론이고 5월의 장미공원 또한 매혹적인 꽃향기와 수십종을 헤아리는 장미꽃의 향연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선인장 전시관, 자연학습원 등이 있어 평소 흔하게 보지 못한 꽃과 식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곳 '자연학습원'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곳은 해마다 눈여겨보아도 잡초만 무성하여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범부채라는 팻말에는 원추리가 자라고 있고 섬백리향 자리는 풀만 자라고 있다. 그뿐이랴! 해국, 쑥부쟁이, 섬백리향, 자주달개비, 민트, 산국, 족두
[우리문화신문=김영환 교수] 독립유공자로 알려진 학자가 친일파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까? 지난 1994년 초에 문체부는 국어학자 이희승을 그해 10월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이 일을 계기로 여러 벗들과 이희승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이희승이라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서울대 교수요 올곧은 선비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런 그가 왜 한자 혼용을 주장했을까. 한글은 쉬운 글자로 민주주의의 주춧돌이 아닌가.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인정하기에 인색한 해외의 편견을 깨부술 가장 훌륭한 증거가 아닌가. 그냥 이런 단순한 의구심에서 몇몇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는 경성제대 일본인 스승이 가르쳐 준 ‘과학적’ 국어학을 따랐으며 ‘한글맞춤법통일안’에 참여한 까닭도 형태주의 맞춤법이 규칙성을 강조한 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조선어학회의 인연은 스쳐가는 정도였다. ‘과학적’ 국어학을 내세우며 앞장서서 수십 년 동안 조선어학회의 전통과 대결하였다. 제국대학에서 일본인 스승한테 배운 것을 그대로 고집하며 국어학계에 대립과 파쟁의 골을 깊게 팠다. 그가 지었다는 《국어대사전》도 조선어학회의 전통과 대결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최근 국회도서관은 보존서고를 최초 개방하는 등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도서관 들머리에 새로 카페를 냈다. 그런데 외국인보다는 주로 한국인이 이용할 도서관 카페를 온통 영어로 도배해버렸다. “I got everything With understandong and sharing Lead to happiness” 그뿐만 아니라 “OPEN”도 “I got everything”이란다. 영어를 모르면 이 카페를 이용할 자격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영어 자랑을 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박용규 회장은 이를 보고 페이스북에 다음처럼 나무랐다. “영어, 영문 간판이어야 품격이 있어 보이나? 최소한 우리말, 한글로 먼저 쓰고 외국어도 쓰기를 바란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집도 이탈리아말을 위에, 영어를 밑에 쓰고 있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홀대해서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 최현배 선생이 통곡할 일이 21세기 한국에 만연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변화의 몸부림은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 영어 자랑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가? 국회도서관이여! 제발 정신을 차리시길.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는 “FIND YOUR BLUE”란 커다란 광고판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Show us your blue”라고도 덧붙여 놓았습니다. 얼핏 이해가 안 돼 번역기를 돌려봤더니 “FIND YOUR BLUE”는 “파란색을 띠다”ㆍ“파란색 찾기”, “Show us your blue”는 “우리에게 당신의 푸른색을 보여주세요.” 뭐 이런 식으로 뒤쳐주더군요. 그래도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롯데백화점의 속셈을 알려주세요. 분명 대부분의 손님이 한국인일 텐데 굳이 저렇게 돈을 영어로 광고하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일수록 순화된 언어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거친 말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1일 저녁, 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땡깡)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빠루(쇠지렛대)”라는 일본말을 써서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뗑깡’이란 일본말로 시청자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뗑깡은 간질을 뜻하는 “전간(癲癇,てんかん, tenkan)”의 일본말이다. 아마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억지부리다’, ‘생떼부리다, .막무가내다.와 같은 말을 하려고 이 말을 쓴 것 같으나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뗑깡(전간)에 대해 1926년 11월 18일치 동아일보에서는 질알병(지랄병)이라고 쓰고 있다.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장단군에 사는 한 남자가 간질(지랄병)에 여자아이 국부(局部)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웃집 여자아이가 죽어 장사 지내자 몰래 무덤을 파내 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