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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OPENING”이어야만 하나?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서울 중랑구 망우역 근처에 갔다가 어이가 없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고층빌딩 입구엔 한글은 작은 글씨뿐이었고, 커다랗게 “GRAND OPENING”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도 정식 개장을 뜻하는 듯 했지만, 꼭 이렇게 한글 없이 영어로 커다랗게 쓰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렇게 써야만 유식한 걸로 착각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 아래에 ‘상업시설 공간 문의’라고 써둔 것을 보면 물건을 파는 가게(쇼핑몰) 위주의 건물인 듯한데 “GRAND OPENING”라고 써야만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걸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에 더하여 그 위엔 건물 이름인지 “ROYUNDA PLACE”라는 글씨도 보였다. 아마도 지붕이 둥근 원형 건물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진에 찍히는 정도로는 알 수가 없다. 아래에 보면 영화관 CGV가 커다랗게 쓰였고, 그 건물에 들어선 업체로 보이는 곳들이 작은 글씨의 영어로 잔뜩 적혀있다. 법령대로라면 간판은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하며 외국 문자를 사용한다면 옆에 한글도 함께 적어야 한다. 함께 적을 때 한글 표기를 알아보기 어렵게 작게 표기하는 때도 불법이다. 그러나 그 법에 강제 처벌 조항이 없는 것은 물론 과태료에 그치고, 간판 면적이 5제곱미터 이하이면서 3층 이하에 설치되면 신고나 허가 대상이 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이 때문에 외국 글자를 읽지 못하는 많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자국 땅에서 언어차별을 받으며 소외당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에 간 노년층은 “읽을 수 있는 간판이 하나도 없다.”라는 푸념을 한다. 또 어떤 이는 어머니에게 그 유명한 ‘영일레븐’에 가서 화장품을 사라고 했더니 영어로 된 간판을 읽지 못해 엉뚱한 가게에서 다른 걸 샀다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분명히 말한다. 간판은 자기 가게가 어떤 상품을 파는지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단다. 그런데도 외국어 일색으로만 쓰는 행위는 그걸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닌가? 제발 한국인을 대상으로 상행위를 하는 가게에는 한글이 위주가 된 간판을 달았으면 좋겠다. 영어를 쓰더라도 한글이 먼저가 된 간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여성이 만들고 부른 노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제가 ‘골든(Golden)’이 빌보드 핫100 1위,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1위는 물론 어제는 애니메이션 영화 ‘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거머쥐며 K팝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한다. 이 ‘골든’이란 노래 가사는 영어로 시작하지만, 뒤에는 우리말로 된 가사 “영원히 깨질 수 없는 / 밝게 빛나는 우린 / “우린 빛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가 나와 한글을 ‘아이돌(Idol)을 통해 세계에 퍼지는 한글’이란 뜻인 ‘돌민정음’, “세계 만민들이 즐겨 사용할 바른 소리”라는 뜻의 ‘만민정음’이라는 불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세계적인 노래에 한국어가 나오니 한국어ㆍ한글 배우려는 외국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정작 한국에서 한글을 푸대접하는 현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제발 한국에서 한글이 푸대접받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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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는 마음, 쌓이는 따뜻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충북 단양에 사는 한 분이 세 해째 하루 만 원씩 모은 365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군청을 찾았다는 기별이었습니다. 50대로 짐작되는 이 분은 돈이 든 봉투와 손편지를 조용히 놓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이 이름을 묻자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남겼답니다. 이 기별을 읽으며 떠오른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보태다'입니다. 말집, 사전에서 말하는 보태다 보태다 [움직씨(동사)] 모자라는 것을 더하여 채우다 이미 있던 것에 더하여 많아지게 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앞의 기별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누군가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 주려고 조금씩 더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태다는 큰 것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더해 가는 일입니다. 하루 만 원. 어떤 이에게는 커피 한 잔 값이고, 어떤 이에게는 점심 한 끼 값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 만 원을 날마다 모았습니다. 365일 동안. 3년째. 1095일. 이 숫자를 떠올려 보면 절로 삼가고 조심하게 됩니다. '보태다'는 말에는 거창함이 없습니다. 화려함도 없습니다. 그저 말없이, 조금씩 지며리 더해 가는 마음이 담겨 있을 뿐입니다. 한 번에 큰 것을 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음을 보태는 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흔히 '기부', '기탁', '후원'이라는 말을 씁니다.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보태다'는 이런 말들과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보태다'에는 '함께'라는 느낌이 좀 더 세게 담겨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조금을 떼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곳에 내 것을 더해서 함께 채워 가는 느낌입니다. "힘을 보태다", "마음을 보태다", "정성을 보태다." 이 말들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시면 입 안에서 부드럽게 굴러가는 이 말에 따뜻함이 느껴지실 겁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대단한 느낌보다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조금씩 보태 가며 살아간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단양에서 이 일을 한 분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단양에서 받은 행복을 다시 단양에 돌려주고 싶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이것이 참으로 '보태는 마음'입니다. 내가 베푼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받은 것을 다시 이웃에게 보탠다는 생각입니다. 보태는 일은 큰 힘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이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천 원이라도, 하루 백 원이라도, 아니면 돈이 아니라 마음이나 시간이라도 보탤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일도 힘을 보태는 일이고, 혼자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마음을 보태는 일입니다. 하지만 짜장 값진 것은 숫자가 아닙니다. 365날 동안 단 하루도 이웃을 잊지 않았다는 그 마음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혹은 저녁에 잠들기 전에 "오늘도 만 원을 보태야지" 하고 생각했을 그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365만 원이 된 것입니다. '보태다'는 말에는 꾸준함이 담겨 있습니다. 한 번 크게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계속해서 더해 가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보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태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3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 분의 이야기가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해도 대단한 일인데, 그 일을 세 해째 이어오고 있다니. 앞으로 또 몇 해를 이어갈지 모릅니다. 이 분의 저금통에는 돈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한 마음도 함께 쌓이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우리 삶을 돌아보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보태고, 또 누군가로부터 보탬을 받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큰 도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힘들 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무거운 짐을 들어 준 손길, 혹은 말없이 곁에 있어 준 시간도 모두 보태는 일입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보탰다면 그것으로 넉넉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탰나요? 혹은 누군가로부터 어떤 보탬을 받았나요? 짧은 말로 댓글을 남기거나, 여러분이 보탠 일이나 받은 보탬을 사진으로 남겨 공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크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모자란 곳을 조금이라도 채워 주었다면, 혹은 여러분의 부족한 곳을 누군가 채워 주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보태다: 누군가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 주려고 조금씩 더해 가는 일. ▶ 보기: 하루하루 마음을 보태다 보면 어느새 큰 힘이 됩니다. [한 줄 생각] 보태는 일은 크기가 아니라 꾸준함으로 빛을 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