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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주시장, 장월중선ㆍ정순임 명창과의 오랜 인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방일영 국악상>의 주인공, 정순임 여류명창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판소리와 함께 살아온, 85살의 정순임 명창은 판소리 명가(名家)의 명맥을 이어가는 주인공이란 이야기, 어머니 장월중선, 그 윗대로 조선조 고종 때, 장판개 명창으로 이어진 소리제라는 이야기, 그는 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정순임으로 이어지는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흥보가>의 보유자로 인정을 받아 전승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남동생(정경호)은 기악과 작곡ㆍ연출, 여동생(정경옥)은 가야금 병창과 판소리에 뛰어나고, 두 동생의 자녀 또한 대(代)를 이어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정순임은 판소리 <흥보가>, <수궁가>, <심청가>와 <유관순 열사가>와 같은 창작 판소리도 불러왔는데, 특히, <심청가>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배경은, 이날치-김채만-박동실-장월중선 등을 통해 본인에게 이어진 서편제의 귀한 소리제가 단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유라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비국악인이면서도 정순임은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와도 귀하고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전(前) 경주시장을 지낸 이원식 님의 국악사랑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 보기로 한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 시장은 젊은 시절, 경주시청 문화과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시(市)의 주요 문화 사업이었던 교동 지역의 관광 활성화 사업을 맡고 있으면서 국악공연을 자주 펼쳤다고 하는데, 그 지역에는 경주 최 부자 댁(宅)이 있었으며, 그 일대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국악공연을 활성화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순임의 어머니, 곧, 장월중선 명창에게 국악공연을 의뢰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월숭선 명창은 판소리는 물론이고, 춤이며 병창, 기악, 토막극, 등등의 다양한 공연을 열심히 준비해 주었다고 하면서 덕분에 경주시의 관광 활성화 사업이나 전승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기에 그 고마운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저는 젊은 공무원으로서 장월중선 선생의 예술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는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분 덕분에 교동의 관광사업은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송구한 말씀이지만, 당시 자동차도 없었고 해서, 공연이 있는 날에는 제 자전거 뒷자리에 선생을 모시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전 그때의 사정으로 보아 충분히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의 회고담을 조금 더 들어본다. “장월중선 선생은 떠나시고, 나는 경주시장이 되어 외국 도시들과의 교류를 추진하면서 자매결연도 맺고, 해외 방문 시에는 장월중선 선생님이 창립하신 <신라 국악단>을 동행시켜, 국악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지요. 판소리며 춤, 악기 연주 등등, 우리 전통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 단원 중에 정순임 명창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어느 해인가 일본의 한 도시를 방문하며 국악공연을 할 때였습니다. 한 여인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를 하는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일본 관객들이 열렬하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난 뒤, 저분이 장월중선의 첫째 따님, 정순임 명창임을 알게 되었지요. 과연 그 어머니의 그 따님, 어머니의 예술혼이 온전히 그 따님에게 이어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원식 전, 경주시장의 말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 10년도 더 넘었지요. 정순임 명창이 경주에서 <장월중선 국악경연대회>를 창설했을 때, 나는 스스로 후원회장을 맡아 후원회를 이끌며 모녀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그는 정순임 명창을 적극적으로 도와서 경주에서 <전국 장월중선 경연대회>가 해마다 성황리에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고마운 시장으로 알려진 분이다. 나는 방일영 국악상 시상식장에 모인 축하객들을 향해, “이 자리에는 경주에서 오신 이원식 전 시장도 자리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부탁말씀 하나 드리겠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이어나갔다. “정순임 명창, 이제 80대 중반입니다. 남들은 일을 시키지 않고, 편하게 대접해야 잘 한다고 하겠지만, 저 정순임 명창은 무대에 올라야 건강을 유지하는 분입니다. 소리를 안 하거나 못하면, 몸이 급격히 쇠약해지는 분이지요. 그러니 후원회를 통해 정 명창이 3일, 혹은 4일에 한 번은 꼭 무대에 서서 소리를 할 수 있도록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일 후원회원 분들이 어렵다고 하면, 정순임을 아끼는 전국의 애호가들 이름으로 경주시장님께 특별 요청을 드린다고 꼭 전해 주십시오.” 축하장이 한바탕 손뼉 치며 웃음바다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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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 그 마음을 받들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전쟁이 일어난 나라에서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위험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짐을 싸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가족을 챙기고,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서두릅니다.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누구나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끝까지 남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떠나는 자리에서 남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쟁이 이어지는 이란에서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 남아 교민 보호와 외교 업무를 이어 가고 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위험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 속에서 외교관의 자리는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며,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는 까닭은 뚜렷합니다. 맡은 일이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과 나라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받들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받들다'를 세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첫째, 공경하여 모시다. 또는 소중히 대하다입니다. 부모님을 받들다처럼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전쟁 속에서도 교민을 끝까지 지키려는 외교관들의 모습은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모시는 태도와 닮아 있습니다. 둘째는 가르침이나 명령, 의도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속으로 따르다는 뜻입니다. 교리를 받들다처럼 맡은 책임과 사명을 귀하게 여기며 따르는 태도를 말합니다. 외교관들이 위험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책임과 국민 보호라는 사명을 마음 깊이 받들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셋째는 물건의 밑을 받쳐 올려 들다는 뜻입니다. 잔을 받들다처럼 떨어지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떠받드는 모습입니다. 이 뜻을 떠올려 보면, 전쟁 속에서 교민의 안전을 떠받치고 있는 외교관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받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받들다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명을 따르고, 삶을 떠받치는 마음을 모두 담고 있는 깊은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레에도 받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아이들을 지키는 선생님,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부모들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삶을 받드는 사람들입니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그들의 조용한 책임이 세상을 버티게 합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받든다'는 것은 높은 자리에 서는 일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끝까지 지키는 마음입니다. 전쟁 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외교관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위험 속에서도 사람을 받드는 외교관처럼 우리도 가족을 받들고, 약속을 받들고, 삶을 받들며 살아가면 어떨까요? 누군가를 귀하게 여기고, 맡은 일을 성실히 따르고, 서로의 삶을 떠받치며 살아갈 때 세상은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받들다 뜻: 1. 공경하여 모시다. 또는 소중히 대하다. 2. 가르침이나 명령, 의도를 소중히 여기고 따르다. 3. 물건의 밑을 받쳐 올려 들다. 보기: 그들은 교민의 안전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맡은 사명을 끝까지 받들었다. [한 줄 생각] 사람을 소중히 받드는 마음이 나라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