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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나라가 융성하는 데는 수백 년의 인내와 고결한 땀방울이 필요하지만, 그 찬란한 성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짧은 순간 단 한 줌의 부패한 흙탕물로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날카로운 적군의 칼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영혼을 갉아먹는 안으로부터의 침식입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첫 번째 징조는 귀가 닫히는 것입니다. 권력이 높아질수록 그 정점은 고요한 침묵의 방이 됩니다. 백성의 신음이 소음으로 치부되고, 쓴소리를 내뱉는 충언이 불경함으로 낙인찍힐 때, 나라는 길을 잃습니다. 임금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천하를 다 가졌노라 착각하는 순간, 그 뒤편에서는 민심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제방을 허물기 시작합니다. 공적(公的)인 의무가 사사로운 이익의 제물이 될 때, 국가는 껍데기만 남은 고목이 됩니다. 법의 잣대가 사람에 따라 휘어지고, 공정함의 저울이 금권(金權)의 무게에 따라 기울어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내 편의 허물은 덮고 상대의 티끌은 산처럼 부풀리는 선별적 정의는 공동체의 신뢰라는 근간을 통째로 뒤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독입니다.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의 갈등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증오의 언어로 담장을 높일 때, 나라는 거대한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도자가 갈등을 중재하기보다 이를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삼아 나와 너로 나누는 순간, 그 나라의 미래는 불 꺼진 항구가 됩니다. 화합하지 못하는 백성은 풍랑 속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사공과 같으니까요. 오늘의 향락을 위해 내일의 곳간을 비우는 무책임함, 곧 염치를 잃은 마음이 나라를 망칩니다. 후손이 누려야 할 평화와 자원을 오늘 당장의 환호와 맞바꾸는 포퓰리즘의 달콤함은 결국 국가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를 썩게 합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도자와 노력 없이 얻으려는 군중이 만날 때, 그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가장 빠르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무너진 성벽은 다시 쌓을 수 있고, 비어버린 국고는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국가를 되살리는 일은 뼈를 깎는 아픔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라는 칼에 의해 망하기보다, 스스로 지탱하던 도덕의 끈을 놓칠 때 무너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안의 이기심이 정의를 가리지 않는지, 우리의 오만이 타인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지…. 참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닦아내는 청렴한 양심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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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잇는 전통, 세계를 잇는 창극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직무대리 김석일)은 9월 3일(목)부터 26일(토)까지 약 4주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ㆍ달오름ㆍ하늘극장에서 2026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축제추진단장 유은선)를 연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창극 중심 세계음악극축제>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극인 창극을 중심으로 세계 각 나라와 지역의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음악극의 동시대적 흐름과 미래의 가능성을 조망하는 축제다. 올해 부제는 ‘뮤직 드라마 오디세이(Music Drama Odyssey)’다. 한국의 창극과 판소리부터 태국의 전통 가면무용극 콘(Khon), 중국 경극, 국내 각 지역의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담은 창작 음악극, 한국 근현대 대중음악을 바탕으로 한 음악극까지 서로 다른 형식과 미학을 지닌 모두 9편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음악극이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펼쳐 보이며, 전통이 오늘의 무대언어로 확장되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라 밖 초청작은 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 공연예술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무대로 준비했다. 태국 문화예술부 왕립무용단 <콘: 라마끼엔의 이야기>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를 바탕으로 태국의 역사와 문화,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한 국민 서사시 ‘라마끼엔’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태국의 대표 공연예술인 태국 전통 가면무용극 콘(Khon)의 미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 경극원 <지단 왕자의 복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고대 중국의 가상 국가로 배경을 옮겨 경극 특유의 무대미학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서사를 압축해 왕자 지단의 고뇌와 복수에 집중하고,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연기로 동양의 전통 양식으로 재탄생한 셰익스피어를 선보인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시대의 기억을 담은 네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민속국악원 <독갑이댁 수레노래>는 전쟁으로 흩어진 여덟 아들을 찾아 지리산 골짜기를 떠도는 여성의 여정을 통해 화해와 용서,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창작 창극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립창극단 <희경루방회도>는 보물로 지정된 동명의 그림을 모티브로, 오랜 세월과 비극을 지나 다시 만난 친구들의 우정과 인연을 창무극으로 풀어낸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해녀탐정 홍설록>은 193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탐정극의 흥미로운 형식 안에 해녀들의 삶과 항일운동의 역사를 담아낸 창극이다. 혜성컴퍼니 <백만사>는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42곡을 엮은 주크박스 음악극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시대상을 대중가요와 함께 풀어냈다. 국립극장 제작공연은 모두 3편이다. <귀토>는 판소리 ‘수궁가’의 결말 이후를 상상력으로 그려내 토끼의 아들 ‘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고선웅이 극본ㆍ연출을, 한승석이 공동작창ㆍ작곡ㆍ음악감독을 맡았다. 국립창극단 <창극콘서트-흥보, 박을 타다>는 판소리 ‘흥보가’의 해학과 풍자를 한 편의 콘서트 형식으로 압축적으로 풀어내 소리와 재담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한다. 국립극장 기획 <옹옹옹>은 고전소설 ‘옹고집전’을 바탕으로 ‘진짜와 가짜’, ‘나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무장애 음악극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출연하고 수어통역ㆍ자막ㆍ음성해설을 공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새로운 무대 경험을 선사한다. 축제 기간 국립극장 문화광장 시계탑 앞에서 야외 프로그램 <창창(昌唱) STAGE>도 진행된다. 판소리를 전공한 젊은 소리꾼과 고수들이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 대목을 나누어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창극의 예술적 원형인 판소리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9월 5일부터 13일까지 매주 토ㆍ일 모두 4회 진행하며, 국립극장을 찾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ᄔᅮ리집(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