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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봄한볕 기쁨가득, 당신의 문에 '첫 봄'을 들이세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참 마음이 설레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어느 아파트 현관문에 정갈하게 붙은 종이 위에 쓴 글귀였습니다. 흔히 보던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한자가 아니라, “봄이 오니, 기쁨이 피네”라는 쉬운 우리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직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제 마음에는 이미 따뜻한 봄기운이 스르르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풍경을 보며 떠올린 말이 있습니다. 바로 ‘들봄’입니다. '들봄'은 저희 모임에서 다듬은 말로 말집(사전)에 아직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말하는 '들봄' 들봄 [이름씨(명사)] 스물네 철마디(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立春)’을 갈음하여 부르는 토박이말. 봄이 우리 삶의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는 뜻. 이를 오늘 우리가 맞이한 '입춘'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억지로 세우는 봄이 아니라, 우리 곁으로 살갑게 찾아 드는 첫 번째 봄손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월은 '들봄'이 드는 달이니 '들봄달'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입춘(立春)’이라고 쓰고, 이때 문에 붙이는 글을 ‘입춘축(立春祝)’이라 부릅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이를 ‘들봄글’ 혹은 ‘들봄빎’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들봄글’은 말 그대로 들봄 때 써 붙이는 글이라는 뜻이고, ‘들봄빎’은 들봄을 맞아 나뿐만 아니라 이웃 모두에게 기쁜 일이 많기를 간절히 바라고 비는(빎)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선조들의 지혜와 기원이 담긴 훌륭한 전통입니다. 한자를 잘 알고 그 깊은 뜻을 새길 줄 아는 분들에게 이 여덟 글자는 무엇보다 든든한 새해의 약속이자 축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자가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그 좋은 뜻이 오롯히 닿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축복은 읽히는 순간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어려운 한자 문구를 누구나 읽자마자 가슴이 환해지는 우리말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전통의 맥을 잇되, 누구나 읽자마자 가슴이 환해지는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 제안해 보려 합니다. 바로 ‘들봄한볕 기쁨가득’입니다. '들봄'은 '입춘'을 뜻하고 ‘한볕’은 세상을 널리 비추는 따스하고 큰 봄볕을 뜻합니다. ‘기쁨가득’은 말 그대로 좋은 일이 꽉 차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본래의 뜻을 살려 한자로 축복을 전하고 싶은 분들은 ‘입춘대길’을 쓰시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 분들은 이 ‘들봄글’을 써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흔히 전통을 지키는 일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짜장 값진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마음’입니다. 한자는 읽지도 못하고 쓸 줄도 모르니 하지 않는 것보다, 이웃과 가족이 함께 읽고 웃음 지을 수 있는 ‘들봄글’을 쓰고, 서로의 안녕을 ‘들봄빎’으로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맞는 참된 ‘온고지신’일 것입니다. 전통이란 낡은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가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한자로 쓴 입춘축이 듬직한 대들보 같다면, 토박이말로 쓴 들봄글은 마당에 핀 고운 매화 같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봄을 기다리고 축복하는 그 귀한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한자로 쓰든 토박이말로 쓰든, 봄을 맞는 설렘은 똑같은 빛깔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함께 ‘들봄’을 맞이해요] 올해 ‘들봄날’에는 여러분의 집 대문이나 방문, 혹은 사무실 책상 앞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을 들여보세요. 전통의 멋을 살려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정성껏 써 붙여도 좋고, 우리말의 맛을 살려 ‘들봄한볕 기쁨가득’으로 마음을 전해도 좋습니다. 어떤 글씨든 직접 손으로 써서 붙이는 그 정성 속에 진짜 복이 깃드는 법입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들봄글’이나 ‘입춘축’ 사진을 댓글로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한자와 한글이 어우러진 풍경이야말로 진정한 들봄의 기쁨이 아닐까요? 오늘, 당신의 문 앞에는 어떤 아름다운 문장이 기다리고 있나요? [오늘의 토박이말] 들봄: 봄이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는 때. (입춘의 토박이말) 들봄글: 들봄 때 대문이나 기둥에 써 붙이는 글. (입춘축의 토박이말) 들봄빎: 들봄 때 기쁜 일이 많기를 바라고 비는 일 [한 줄 생각] 축복은 읽히는 순간 비로소 당신의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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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질주, 새봄을 마중하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24절기의 시작인 입춘(立春)을 맞아, 전통시대의 핵심 전략 자원이자 삶의 동반자였던 ‘말(馬)’을 주제로 현대적 통찰을 담아낸 《누리잡지(웹진) 담(談)》 2월호 ‘붉은 말의 질주’를 펴냈다. 이번 호는 언 땅을 녹이는 붉은 온기처럼, 역동적인 말의 서사를 통해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에 시의(時宜) 적절한 변통(變通)과 인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역사의 판도를 바꾼 전략 자원과 제작 현장의 교감 정동훈 교수(서울교대)의 「동아시아의 외교를 뒤흔든 말」은 고려 말 제주 목마장과 명나라의 가혹한 공마(貢馬) 요구 등 말이 단순한 가축을 넘어 국제 정세와 왕조 교체의 결정적 변수였음을 고찰한다. 특히 위화도 회군 당시 군사 자원으로서 말이 지녔던 위상을 통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찰나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김한솔 PD(KBS)의 「사극 감독이 말하는 말 이야기」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제작 비화를 통해 현대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말의 서사를 다룬다. 수만 기병의 웅장함을 구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사투와, 말[語]이 통하지 않는 말[馬]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불가능에 도전하는 ‘Show must go on’의 정신을 전한다. 인생의 고삐를 잡는 선비의 지혜와 공존의 시선 정도희 전임연구원(한국국학진흥원)의 「조선 선비들의 ‘드라이빙’에서 인생을 배우다」는 전통시대의 말을 현대의 자동차에 견주며 흥미로운 인문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과거 급제 뒤 영광의 질주부터 ‘똥차’ 같은 말 때문에 진창에 구르는 수난기까지, 선비들의 인간미 넘치는 일상을 조명한다. 또한 마구간 화재 앞에서 말보다 사람을 먼저 챙긴 공자의 인본주의를 통해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도덕적 고삐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수진 평론가(공연평론가)의 「말은 달리고, 인간은 달리다 가끔 쉬고」는 연극 <워 호스>와 6.25 전쟁의 영웅 ‘레클리스(아침해)’의 실화를 통해 생명에 대한 다정한 시선을 던진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를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서사와 해학으로 톺아보는 붉은 말의 풍경 이 외에도 《누리잡지 담(談)》 2월호는 입춘의 생동감을 담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문영 작가의 소설 「붉은 말」은 주몽의 명마부터 김유신과 이성계의 일화까지 역사 속 명마들의 사연을 1인칭 시점의 판타지로 풀어내며 계승(繼承)의 서사를 완성한다. 서은영 작가의 웹툰 「독선생전」은 대감마님의 말고삐를 쥐던 말똥이가 달밤에 펼치는 환상적인 질주를 통해, 겉모습보다 마음의 본질을 꿰뚫는 낭만적 통찰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번 호는 특히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시(詩) 선물로 배달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봄을 마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누리잡지 담(談)》 2026년 2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주제정원(스토리테마파크) 누리집(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