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월 13일(월)은 만 18살을 맞이한 청년들을 기리는 일본의 '성인의 날(成人の日)' 이었다. 메이지시대 (1868~1912)부터 약 140년 동안 일본에서 성인의 연령은 20살로 민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민법이 개정되면서 2022년 4월 1일부터 성인 연령이 20살에서 18살로 바뀌었다. 따라서 20살 때 치르는 ‘성인식’의 나이도 18살로 낮아졌다. 일본의 ‘성인의 날’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새롭게 성인이 되는 미성년자들이 부모님과 주위의 어른들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던 시절을 마감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른이 되어 자립심을 갖도록 예복을 갖춰 입고 성인식을 치르는 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성인의 날은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 蕨市)에서 연 ‘청년제’가 그 뿌리다. 당시 일본은 패전의 허탈감에 빠져 있었는데 그 무렵 청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기 위한 행사가 바로 ‘성인의 날’ 시작인 셈이다. 이때 행한 성년식이 성인식의 형태로 발전하여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지금도 와라비시에서는 성년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열고 있으며 1979년에는 성년식 선포 20돌을 맞아 와라비성지공원 안에 ‘성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용띠해)이었다. 대한민국의 갑진년 12월 3일, 평온하던 일상을 깨트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지금 나라가 쑥대밭이다. 생애 3번의 비상계엄을 몸소 겪은 세대로서 이번 계엄의 놀라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 한 해의 끝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본의 연중행사인 12월의 오오소우지(大掃除, 대청소)가 떠오른다. 일본인들은 12월이 되면 집안팎의 묵은 때를 쓸어내고 새해를 맞이하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한다. 평소에도 쓸고 닦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지만 특별히 12월의 청소는 전국에서 하나의 ‘연중행사’처럼 행해오는 전통이다. 청소는 집안팎을 쓸고 닦는 행위지만, 요즘은 ‘인종청소’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것도 계엄 하에서 모 인사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싹 청소했으면...’이라고 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을 보고 ‘아,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일본의 12월 연중행사로 돌아가자. 집안팎을 깨끗이 마치고 나면 연말에 일본인들은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 앉아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해넘이 국수)를 먹는다. 뿐만아니라 집 대문에 시메카자리(注連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가 서경식 선생과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3월 5일, 고려박물관에서의 강연회 때였다. 강연 뒤 간담회 시간에 《회상과 대화》라는 책에 사인을 받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뒤 서경식 선생은 고려박물관 이사를 거쳐 공석으로 남아있던 고려박물관의 관장을 맡아 주셨다. 관장 취임 이전인 지난해(2023) 7월 31일(9월 전시를 앞둔 모임)에 실시한 <관동대지진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배우고, 미래의 공생사회를 만드는 교육>이라는 특별 전시계획을 앞두고 서경식 선생에게 전시 아이디어에 대한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선생은 “‘특별 계획이란 박물관 전체의 목표 가운데 개별 기획전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그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ㆍ 이성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는 등의 충실한 조언을 해주셔서 전시 기획에 대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단체인 고려박물관에서 펴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 회보 제67호(2024.3.1.)에서 츠브라야 메구미(円谷 惠) 씨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작업 중 다이너마이트 불발탄이 폭발하여 눈앞에서 죽은 사람만도 10여 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손발이 갈가리 찢겨 나갔고, 바윗돌이 가슴을 덮쳐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래서 사체의 행방은 잘 모른다. 강제징용자들은 질병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상으로 죽었다. 터널 공사 중 나온 돌덩어리를 나르는 짐차에서 떨어지거나 터널 받침목을 제대로 설치 안 해서 죽어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공사장에서 죽은 사람을 끌고 나가는 것을 수백 번 이상 목격했다. - 나가노 히라오카댐(長野平岡) 강제연행노동자 김창희 증언, 경북 월성 출신, 160쪽 -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조선인 수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어디서 어떠한 극심한 노동을 하며 삶을 마감했을까? 조선인들의 강제노역지는 일본 전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만 특히, 발전소용 댐 건설지, 비행장 건설 현장, 도로 건설지, 군수용품 공장, 탄광 등이 유력한 곳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 4월 8일, 조선인 강제노역을 다룬 《본토결전과 외국인 강제노동》을 쓴 곤도 이즈미(近藤 泉, 73) 씨 일행과 대담을 했다. 곤도 이즈미 씨는 나가노현 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아이들 돌잔치라는 게 없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3살과 5살 그리고 여자 아이는 5살과 7살 되는 해를 맞이하여 부모님을 비롯한 일가친척과 함께 신사참배를 하는 습관이 있다. 이를 “시치고상(七五三)이라고 한다. 시치고상(七五三) 풍습은 1681년 도쿠가와 집안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츠나요시(川綱吉)의 장남 도쿠가와 도쿠마츠(川松)의 건강을 빌기 위해 비롯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신사에서 시치고상 의식을 치른 아이들은 손에 ‘치토세아메(千歲飴)’를 하나씩 받아 드는데 이는 가늘고 길게 만든 사탕으로 장수를 비는 뜻이 있으며 학과 거북이, 소나무, 대나무, 매화 등이 그려진 봉투에 담아준다. 일본인들은 태어난 지 한 달 됐을 때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로 신사참배를 시작하여 3살, 5살, 7살 때 하는 시치고상(七五三), 그리고 20살 때 하는 성인식과 혼례식 등 인생의 중요 통과의례를 신사에서 치른다. 신사(神社, 진쟈)는 생활과 밀접한 의례(儀禮)가 행해지는 장소다. 11월 15일을 전후해서 일본 거리에서는 예쁘게 기모노 단장을 한 어린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바로 3살, 5살, 7살을 맞이하는 어린이들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이 뜨거운 여름 어제(23일) 내내 일본 열도를 달구는 뉴스가 있었으니 바로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이야기다. 여기서 최종 우승자는 다름아닌 재일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그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끝에 2:1로 꺾었다. 제대로 된 야구 구장 하나 없는 재일동포 고등학생들이 올린 쾌거는 그야말로 재일동포는 물론 고교 야구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본교는 1947년에 재일 한국인의 자녀를 위한 중학교로 설립되어 1963년에 고등학교를 증설하여 교토에서 재일 동포의 민족교육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2004년에 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일조교(日朝校,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의 학교)가 되어, 교명을 교토국제중학교・고등학교로 바꾸었습니다. 건학 이래의 교육목표인 세 가지 정신 '자존', '연마', '공생'은 현재도 변함없이 인권존중과 공생사회의 실현을 짊어질 풍부한 국제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교육의 기본 목표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731부대에 앞에 서서 - 이윤옥 임신부의 배를 가르고 산자의 가죽을 벗긴다 옷을 벗겨 산채로 영하의 추위 속에 냉동시킨다 몸부림치는 젋은이의 팔을 낚아채 부푼 혈관에 세균을 집어넣던 일제국주의 인간 말종들이 활개치던 731부대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 평방 7만 3천평 대지에 139개의 생체실험실을 만들어 날마다 밤마다 세균들이 춤을 추게 만들던 곳 2005년 8월 2일 생체실험 대상자 1,463명 드러난 날 한성진, 김성서, 고창률 등 한국인들 무주구천에 떠돌며 나 여기 있다 외치는 소리 나 여기 있다 외치는 소리 조국이여 기억하라 나라 안팎에서 조국광복을 위해 뛰다 숨져간 조선인들의 절규를! 피맺힌 원혼의 울부짖음을! <731부대에 대하여> 일제는 1936년 만주 침공 시 세균전을 고려하여 비밀연구소를 만들게 되는데 당시 이곳은 방역급수부대로 위장하였다가 1941년 만주 731부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1940년 이후 해마다 600여 명의 수용자들이 생체실험에 동원되어 최소한 3,000여 명의 한국인ㆍ중국인ㆍ러시아인ㆍ몽골인 등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1947년 미 육군 조사관이 도쿄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193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소안(笑顔, 웃는 얼굴), 화(和, 화목), 감사(感謝), 자(慈, 자비), 반(絆, 인연), 락(樂, 즐거움), 애(愛, 사랑)…. 이러한 말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비교적 선한 마음, 좋은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 가운데 하나다. 아니, 누가 이르길 당신이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단 하나의 낱말을 고르라면 대부분 이 가운데 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적힌 말들을 무덤의 묘비에서 가져온 말이라고 하면 뭐지? 싶어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묘비가 잘 정돈된 일본의 무덤을 찾아간 것은 지난 7월 27일(토)로, 이곳은 시즈오카현 나가이즈미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한 불교사원이 관리하는 공원묘지였다. 이곳에 묻힌 분은 25년 지기인 이토 노리코 씨의 친정어머니로 노리코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5월 21일, 95살로 삶을 마감하고 이곳에 묻혀있다. 평소 기자가 일본의 노리코 씨 집에 들를 때마다 딸처럼 여겨주던 자상한 분이다. "우리의 국적은 하늘에 있나이다. -빌립보서 3장 20절-" 노리코 어머니의 무덤 앞 묘비에는 일본어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일본 무덤의 묘비에는 감사(感謝), 자(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구촌 이상기온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도쿄에 있을 때 간토(關東)의 날씨가 무려 4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한국의 더위와 일본의 더위 차이는 바로 습도다. 한국의 더위는 그늘에 가면 그래도 참을만하지만, 일본의 무더위는 싸우나에 들어가 있는 정도로 숨쉬기조차 힘들다. 그 무덥던 날, 와세다대학 도서관에 자료를 찾으러 숙소인 오오츠카에서 전차(일본에서는 전철이라 부르지 않고 전차라 부름)를 탔다. 도쿄의 명물로 알려진 땡땡전차 (일본말로 친친덴샤 ‘ちんちん電車’)다. ‘친친’이란 전차운전사가 땡땡(친친)하고 벨을 울려 붙은 이름이다. 오오츠카역은 도쿄 도심 순환선인 야마노테센(山手線) 오오츠카역(大冢駅)이 있지만 이 차를 이용하려면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에서 내려서 10여분 걷거나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한다. 하지만 친친덴샤를 타면 곧바로 오오츠카역에서 170엔으로 와세다대학까지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는 퇴역해도 좋을 만한 1량짜리 이 전차는 뜻밖에 이용객이 많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심의 전철이 지나가지 않는 곳을 공략하고 있는 도쿄의 명물 친친덴샤는 달랑 1량짜리로 와세다대학에서 미노와바시까지 달리며 정식이름은 토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밤 8시 55분, 숙소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사도광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늘부터 한반도 출신자의 역사와 노동 상황에 관한 전시를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1940년부터 45년까지 한반도 출신자 1,500명이 사도광산에서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내용은 판넬 자료 31점입니다.” 이는 지난 7월 28일, 일요일밤 8시 55분 NHK-TV에 방영된 사도광산 전시 개막 소식으로 전시내용을 소개한 사람은 사도시(佐渡市) 문화학예원 쇼코 하루카(庄子 遥) 씨다. 사도시가 운영하는 아이카와향토박물관(相川郷土博物館) 소속인 쇼코 하루카 씨는 이어 “사실을 사실로 전달함으로써 한일 간의 상호 이해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이번 전시 의미를 말했다. 사도광산 화면이 바뀌자마자 나는 숙소 1층 로비로 가서 28일자 <요미우리신문> 종이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에는 1면에 “사도광산 세계유산 유네스코 결정 한국도 찬성”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의 사도광산(아래 사도광산, 일본에서는 사도광산<佐渡鑛山> 또는 사도금산<佐渡金山>으로 표기) 보도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