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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재밌는 우리 땅ㆍ인물ㆍ역사 이야기

《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의 소설(小說)》 조용헌, 랜덤하우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소설. 말 그대로 ‘작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소설’이라 하면 무언가 긴 호흡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설’은 보통 10분 이내로 할 수 있는, 원고지로 따지면 10매 안팎의 짧은 이야기다. 지은이 조용헌은 재야의 기인과 고수들을 두루 만나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고, 동양철학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작가로 이름이 높다. 이 책, 《조용헌의 소설》은 짧은 이야기 261편을 두 권으로 나누어 전달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기반으로 구성했고, 10분 이내로 충분히 할 만한 ‘작은 이야기’ 가운데 세간의 여론, 재미, 정보를 두루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야기 세 편이 있다. 첫째는 ‘푸레독’ 이야기다. 검으면서 푸르스름한, 신비로운 색감을 자랑하는 푸레독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옹기다. 코팅 효과를 내는 유약을 쓰지 않고 1,200도 온도에서 굵은소금을 넣는다. 솔가지를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가 그릇으로 침투해 검으면서 푸르스름한 색깔을 빚어낸다. 푸레독

참된 농공상(農工商), 헛된 선비에게 부림 받네

신위, <잡서(雜書) 오십수(五十首)> [겨레문화와 시마을 22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잡서」 오십수 신위(雜書 五十首 申緯) 士本四民之一也(사본사민지일야) 선비도 본래 사민 가운데 하나일 뿐 初非貴賤相懸者(초비귀천상현자) 처음부터 귀천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아니었네 眼無丁字有虗名(안무정자유허명)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헛된 이름의 선비 있어 眞賈農工役於假(진가농공역어가) 참된 농공상(農工商)이 가짜에게 부림을 받네 “사농공상(士農工商, 사민)은 각각 자기의 분수가 있습니다. 선비[士]는 여러 가지 일을 다스리고, 농부[農]는 농사에 힘쓰며, 공장(工匠)은 공예(工藝)를 맡고, 상인(商人)은 물품과 재화를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니, 뒤섞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성종실록》 140권, 성종 13년 4월 15일 자에 나오는 기록이다. 조선시대 직업으로 인해 나뉘는 신분 제도 사농공상은 노비를 뺀 전체 사회구성원을 넷으로 나뉘었다. 직업은 신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유학자들은 신분을 상하ㆍ귀천으로 나눌 뿐만이 아니라 직업 또는 상하ㆍ귀천으로 구별했다. 19세기 전반에 시(詩)ㆍ서(書)ㆍ화(畵)의 3절로 유명했던 문인 신위(申緯)는 그의 한시 「잡서(雜書)」 오십수(五十首)에서 ”참된 농공

472년 동안 쓴 888권의 일기, 《조선왕조실록》

《왕의 기록, 나라의 일기 조선왕조실록》 글 강명관, 그림 장선환, 문학동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472년, 888권. 《조선왕조실록》과 관련된 숫자다. ‘실록’은 말 그대로 실제 있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기록한 책이라는 뜻이다. 조선의 첫 임금인 태조가 즉위한 1392년부터 스물다섯 번째 임금인 철종이 승하한 1863년까지 472년 동안의 일이 기록된 888권의 역사책, 그것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조선왕조처럼 이렇게 방대한 기록을 남긴 왕조도 드물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역사책을 거울삼아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 뜻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거수일투족이 역사에 남는 지도자가 자연스레 스스로 삼가는 태도를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역사학자인 강명관이 쓴 이 책, 《왕의 기록, 나라의 일기 조선왕조실록》은 실록의 이모저모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잘 알려진 사실과 많은 이들이 몰랐을 사실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 실록의 다양한 면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다. 실록을 ‘일기’라 하는 까닭은 날짜별로 사건이 일어난 순서에 따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첫머리에는 임금과 신하들의 인물 정보를 기록하고, 날짜 표시는 연도, 계절, 달, 날의 차례로 썼으며, 날짜가 넘어가거나 기사의 내용이 바뀌는 경우 ‘ㅇ’을 넣어 구분했다. 실록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 허성심 옮김, 현암사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오늘날 인간의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 대부분이 야생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치매, 심장병,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비만, 자가면역질환, 골다공증은 다른 동물 종에게는 발병하지 않는다. 발병한다고 해도 극도로 드물다. 이 질병들을 통틀어 ‘문명 질병’이라고 부른다.” -36쪽-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는 왜 암에 걸리지 않을까? 기린이 높은 혈압에도 심혈관 질환을 겪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암 연구자인 저자는 우리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동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생존 지혜를 총 12개의 장으로 정리하여 설명한다. 각 장에서는 동물들이 가진 자연적인 생명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통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건강한 습관들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저자는 몇 가지 작은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각 장의 마무리에는 저자가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해 놓아, 독자들이 중요한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돕는다. 이 책을 통해 동물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이해하며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존중심을 느끼길 바라며,

빈 스티로폼 상자에 커다란 돌멩이 넣어주었다

고영민, <첫사랑> [겨레문화와 시마을 22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사랑 - 고영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저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주었다. 며칠 뒤면 24절기 ‘소만(小滿)’이 온다. 소만 때가 되면 모든 들과 뫼가 푸른데 오히려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태어나는 죽순에 영양분을 모두 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 곧 ‘대나무 가을’이라고 한다. 또 이때 만물은 가득 차지만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구황식품을 구해야 할 때다. 그래서 소만은 우리에게 세상 이치를 잘 가르쳐 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따뜻함이 있으면 차가움도 있으며, 가득 차 있으면 빈 곳도 있다고 말이다. 입하와 소만 무렵 세시풍속으로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4월 조에 보면 “계집애들과 어린애들이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어 짓 찧어서 손톱에 물을 들인다.”라는 기록이 있다. 봉숭아 꽃이 피면

반백 년 일본살이를 하는 김길호 작가의 소설

《아이러브 미완성》 , 김길호 지음, 월간문학 출판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뭉게구름 같기도 하고 넘실대는 제주의 푸른 바다빛 같기도 한 산뜻한 표지의 책 한 권이 보름 전 도착했다.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넣은 지 이틀 만에 도착한 책 이름은 《아이러브 미완성(アイラブ未完成)》이다. 책 이름 아래에는 재일작가 김길호 소설집이라고 쓰여있다. “이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단편 소설집 《아이러브 미완성》을 발간했는데 서울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면 사서 보십시오. 일본에서 보내도 되지만 시일이 걸릴 것 같아서요. 과연 구입이 가능한지 저도 알고 싶습니다.”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은 지난 5월 1일. 제주 출신의 재일작가인 김길호 선생이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인터넷 연재물인 <김길호의 일본 아리랑(167)>(제주 경제일보 연재)을 읽고 있자니 선생이 제주 방문 중인 듯하여 서울에 올 계획이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짧은 일정으로 고향에 갔다가 이미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러고는 따끈따끈한 신간 《아이러브 미완성》 소식을 보내왔기에 나는 얼른 인터넷 서점에 주문을 넣었다. 주문한 《아이러브 미완성》이 도착했다고 김 선생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졸저를 읽은 감상이 긴장됩니다.”라는 답을 보내왔다.

어머니의 사랑이 보이는 이팝나무

안중태, 이팝나무 [겨레문화와 시마을 2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팝나무 오월에 찾아온 이팝나무 내 어머니도 함께 오셨네 하얀 쌀밥 주렁주렁 매달고 오고 가는 길손 깊은 시름이라도 달래주려는 듯 하얀 쌀밥 고봉으로 퍼나르네 푸르런 오월에 인정 많으셨던 어머니 하얀 꽃잎 사랑 안겨 주시네 지난 5월 5일 월요일은 24절기 ‘입하(立夏)’였다, 입하 무렵부터 6월까지는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꽃을 본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보인다. 예전 가난한 백성은 그저 밥이나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논에서 종일 허리를 제대로 펼 틈도 없이 일하다가 뱃가죽과 등짝이 서로 들러붙는 듯한 허기에, 눈에 들어오는 이팝나무꽃이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