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난 4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마크롱 여사가 꼭 보아야 할 것을 놓쳤다. 1402년 조선에서 그려진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다. 이 지도는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에서 2008년 프랑스어판으로 펴낸 《인류의 역사》 제4권(600-1492)의 표지를 장식한 놀라운 지도다. 이 지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상설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유홍준 관장은 마크롱 여사에게 이 지도를 소개하지 않았다. 마크롱 여사가 자기 나라의 유네스코에서 펴낸 《인류의 역사》 표지에 오른 지도의 실물을 보았다면 어떤 효과가 일어났을까? 아마 프랑스 언론의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유네스코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고 세계 언론에서 다루었을 수도 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지구촌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껏 높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황금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 부부가 그 지도를 꼭 보아야 했을 까닭은 또 있다. 이 지도에는 놀랍게도 파리를 비롯한 몇몇 프랑스 지명이 기재되어 있다! 파리는 ‘法里昔’(우리 발음 ‘법리석’, 중국어 발음 ‘파리시’)으로 새겨져 있다. 거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다. 지도는 여행의 기록이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자라난 아이는 세상을 어떤 감각으로 마주할까?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언어로 세상을 경험한다면 어떤 소통의 문법이 필요할까? 가족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감각 세계에 속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소통'과 '이해'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저자 이가라시 다이는 농인 부모 아래서 성장한 청인 자녀, 즉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로서의 삶을 30편의 글로 풀어낸다. 어린 시절 부모의 통역을 떠맡으며 느낀 부담감,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혼란, 수어라는 모국어를 잃었다가 되찾는 과정을 담담하게 복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문화를 잇는 ‘통역사’이자 ‘경계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코다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고 죄책감과 부끄러움까지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장애 가족을 감동의 소재로 소비하기를 거부하고 일본 사회의 농문화(Deaf Culture:청각 장애인들에 의하여 형성된 고유문화)의 고유함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책은 장애를 고유한 ‘다름’으로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고흐의 그림 앞에 설 때, 우리는 색채와 붓질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의 고독과 갈망, 절망과 희망을 만난다. 그의 그림은 우리 안에 숨겨진 감정과 마음의 흔들림을 들여다보게 한다. 《고흐로 읽는 심리수업》은 철학자 김동훈이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심리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인문·심리 교양서다. 고흐의 일생을 유년기부터 시기별로 나누어, 각 시기의 사건과 그림에 특정 심리 개념을 연결한다.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유년 시절에서는 인정 욕구를, 고갱과의 갈등에서는 모방 욕구와 집착을,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우울과 창작의 관계를 읽어낸다. 이처럼 한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메시아 콤플렉스·오이디푸스 콤플렉스·분리불안·나르시시즘 같은 심리 용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137점의 작품을 수록해 이론 이해와 예술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하였으며, 각 장 말미에는 독자 스스로 비슷한 감정 패턴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K-팝과 K-드라마로 인해 높아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출판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스노우폭스북스(대표 서진)는 자사에서 펴낸 《조종당하는 인간》(저자 김석재)이 영국(영미권)ㆍ일본ㆍ스페인ㆍ폴란드ㆍ이탈리아ㆍ대만ㆍ러시아까지 모두 7개 나라 출판사와 판권 계약을 맺거나 계약 제안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전체 계약금이 1억 원이 넘는 규모며, 유럽과 아시아권 출판사 여러 곳이 추가 계약을 검토 중이다. 국내 출판계에서 이번 성과는 숫자보다 그 성격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도서의 나라 밖 판권 수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수출은 검증된 베스트셀러나 인지도 높은 저자의 작품에 집중됐다. 신인 저자의 첫 책이 소설이 아닌 비소설 분야에서 1만~3만 달러 규모의 계약금으로 7개 나라 출판사의 경쟁적 러브콜을 받은 사례는 국내 출판계에 전례가 없다. 스노우폭스북스 서진 대표는 “BTS가 광화문에서 세계를 향해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예상 못 했듯 한국의 지식 콘텐츠가 세계 독자와 공명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성과는 K-컬처의 물결이 음악과 영상을 넘어 출판물로 확대되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봄철을 맞아 도심 곳곳에서 나무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무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가지를 잘라내는, 이른바 ‘닭발 가로수’에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봄은 나무가 새순을 틔우는 때지만, 도심에서는 전선에 걸리적거린다거나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까닭으로 지나친 가지치기를 집중해서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공원은 전선에 걸리는 것도, 간판을 가리는 것도 아니지만 무궁화를 닭발처럼 가지치기해서 흉물로 만들어 놓았다. '닭발 가지치기'에 관해 인공지능 ‘제미나이’에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닭발 가지치기' 또는 '두절 전정'은 가로수의 굵은 가지와 머리 부분을 무리하게 잘라내어 마치 닭발처럼 앙상하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지나친 가지치기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1. 나무의 수명 단축과 말라 죽음 굵은 가지를 잘라낸 절단면을 통해 물이 유입되거나 병해충에 노출되어 나무 내부가 썩게 되며, 이는 결국 나무의 수명을 크게 줄이거나 서서히 죽게 만든다. 또한 잎이 달린 가지를 대량으로 잘라내면 광합성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무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축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고흐의 그림 앞에 설 때, 우리는 색채와 붓질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의 고독과 갈망, 절망과 희망을 만난다. 그의 그림은 우리 안에 숨겨진 감정과 마음의 흔들림을 들여다보게 한다. 《고흐로 읽는 심리수업》은 철학자 김동훈이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심리 개념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인문ㆍ심리 교양서다. 고흐의 일생을 유년기부터 시기별로 나누어, 각 시기의 사건과 그림에 특정 심리 개념을 연결한다. 형의 이름을 물려받은 유년 시절에서는 인정 욕구를, 고갱과의 갈등에서는 모방 욕구와 집착을,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우울과 창작의 관계를 읽어낸다. 이처럼 한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영웅 심리(메시아 콤플렉스)ㆍ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들이 무의식적으로 동성의 아버지를 멀리하고 이성의 어머니를 좋아하는 잠재의식)ㆍ분리불안ㆍ자기애(나르시시즘) 같은 심리 용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137점의 작품을 수록해 이론 이해와 예술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게 하였으며, 각 장 끝에는 독자 스스로 비슷한 감정 유형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한다. 예술과 심리를 함께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내란 사태 기간 중 별의별 거짓말, 개소리, 헛소리 등이 난무하고 있지요? 얼마 전에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원제는 《ON BULLSHIT》인데, ‘BULLSHIT’을 개소리로 번역하였군요. 《개소리에 대하여》는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쓴 것을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이윤이라는 분이 번역한 것입니다. 제목에 끌려 샀는데, 제 생각과 달리 책은 포켓용 책처럼 작고 얇더군요. 뭐~ 덕분에 ‘두꺼운 철학책 보려면 좀 고생하겠구나’하는 걱정은 내려놓을 수는 있었지만요. 철학책이라고 하기에는 제목이 좀 거시기하지만, 하여튼 《개소리에 대하여》는 철학자가 ‘개소리’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개소리에 대해서는 철학적 분석이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ChatGPT가 등장한 지 2년,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이 낯선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 채 설렘과 불안 사이를 오간다. 『낯섦과 공존: AI 시대를 위한 세계관 확장 수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매뉴얼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낯섦’을 ‘공존’의 기회로 전환하는 관점을 안내하는 책이다. 18년간 구글에서 일한 저자는 혁신 기술 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우리의 삶과 사고의 틀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바라보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문제인지 정의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오늘날의 ‘마실 물’임을 짚어낸다. 전문적·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시대일수록 인간의 질문과 통찰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서사’와 ‘사람 간의 공감’에 집중할 때, AI는 비로소 우리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담대한 목표를 꿈꾸게 하는 강력한 조력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AI가 낯설고 두려운 이들에게 권한다. 두려움을 성찰로 전환할 때 낯선 것과 공존하는 사유의 길을 발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현대인들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익숙한 도구가 된 MBTI. 시대를 뛰어넘은 옛 철학자들을 MBTI로 이해해 본다면? 『철학자 16인의 인생수업』은 소크라테스부터 한나 아렌트까지, 공자부터 정약용까지, 시공을 가로지르는 철학자 16인의 내면을 MBTI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는 철학 입문서이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MBTI 언어를 통해 역사 속 철학자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철학의 문턱을 낮추고 철학자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각 철학자가 마주한 선택과 내면의 갈등을 따라가다 보면, 특히 나와 닮은 철학자는 누구인지 떠올리며 읽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동시에 철학이 자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더 나아가 유형별 철학자의 사상과 삶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MBTI를 단순한 유형놀이 이상의 도구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 자신과 타인과 세계를 보다 유연하고 깊게 사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철학자들의 삶을 통해, 성격이 어떻게 사유의 방향을 만들며 그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뒷마당, 그곳에서 펼쳐지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에이미 탄의 『뒷마당 탐조 클럽』은 바로 그 일상적인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조류 관찰 일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소설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유머러스한 자연 에세이에 가깝다. 6년간 자택 뒷마당을 찾은 새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스케치는, 단순한 자연관찰 기록을 넘어 새들의 행동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 서사로 엮어내며 독자의 흥미를 끈다. 이 책의 묘미는 새들의 행태를 마치 신문 기사처럼 서술할 때 두드러진다. 새들 사이의 다툼, 실수, 우연한 사고들이 ‘사건’으로 재구성되면서 글 전반에 유쾌한 웃음이 흐른다. 여기에 컷 만화를 연상시키는 스케치 삽화가 더해져, 글의 유머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독서의 리듬을 살린다. 저자는 자연을 대상화해 해설하는 대신, 새들을 오래 유심히 바라보다가 끝내 애정을 갖게 된 한 사람의 감성을 담아낸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자연과 생명을 깊이 바라보는 방법이 여기 있다. 가볍게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새 새 한 마리 한 마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