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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갰다 금새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

김시습, <사청사우(乍晴乍雨)>
[겨레문화와 시마을 22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갰다 금새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譽我便應還毁我(예아편응환훼아)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난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이름을 피하는가 하면 도리어 이름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

寄語世上須記憶(기어세상수기억)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어디서나 즐겨함은 평생 득이 되느니라

 

 

 

 

이 시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이 지은 <잠깐 갰다 금세 비 오고(乍晴乍雨-사청사우)>란 제목의 한시다. 최근 우리나라의 날씨는 한 언론에 “사흘째 전국 비…내일까지 최대 300㎜ 물벼락”이란 제목이 말해주듯 온 나라가 큰물로 난리를 치르고 있다. 오죽하면 ‘극한호우’란 어려운 한자말까지 쓸까? 이번 큰물로 온 나라엔 많은 재산 피해가 났음은 물론 안타깝게 인명 피해까지 일어났다.

 

그런데, 곳에 따라 물 폭탄이 쏟아지듯 내리다가도 서울처럼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우산을 펴지 않고 바깥에 나가기도 한다. 김시습은 이를 세태에 견주어 노래하고 있다. 금새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는 모습이 “나를 칭찬하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행태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명성을 피한다고 하던 선비는 어느덧 세상에 알려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온갖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은 상관하지 않고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이 시를 쓴 김시습을 사람들은 방랑하는 천재시인으로 꼽기도 하고, 절의를 지킨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올려다보기도 하며, 선비 출신이면서도 스님이 되어 기행을 벌인 기인이라고도 말한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로는 농민의 고통을 대변한 진보 시인으로,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창한 성리학자로 평가하기도 하며, 최초로 남녀 사이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쓴 작가로도 알려졌다. 그는 “잠깐 갰다 금새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니”라고 노래하면서, 세상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굳은 철학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