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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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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고맙고 미안하고 위대하고 이쁘다

방우달, <풀에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풀에게 - 방우달 힘든데 살아줘서 감사하다 꽃까지 피워줘서 고맙다 향기까지 나눠줘서 미안하다 씨앗까지 남겨줘서 위대하다 늘 곁에 있어 줘서 이쁘다 넓은 의미로는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 가운데 나무가 아닌 것은 모두 풀이라고 한다. 겨울에 땅 위에 나 있는 것은 완전히 말라버렸다가 해마다 새로운 싹이 터 자라는 식물이다. 풀은 곡식 생산과 토양 형성기능 덕분에 모든 식물 가운데 경제효용 값어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가장 널리 퍼져 있고 개체수도 가장 많다. 풀은 소, 말, 양 등 초식동물 나아가 사람의 먹거리로 쓰이는 것은 물론, 야생동물의 둥지 또는 은신처도 되고,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집을 짓는 데도 쓰인다. 원예용으로 심어 가꾸는 종류도 있으며 잔디밭에도 쓰고, 흙이 깍이는 것을 막는 풀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풀은 이처럼 생각 밖으로 쓰임새가 많다. “앗! 몇 주 안 갔더니 고추밭이 온통 풀밭이 되어버렸네” 주말농장을 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사람들이 길러 먹거리로 먹는 풀 종류의 푸성귀들은 농사짓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몇 주를 안 갔으니

병든 소나무를 버리지 않는 건 그림자뿐

윤향기, <그림자>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림자 - 윤향기 친구도 애인도 모두 떠나고 오랜 직장까지 날 외면해도 병든 소나무를 버리지 않는 건 오직 하나 너 ‘그림자’의 일반적인 풀이는 “빛이 물체를 비출 때 빛을 가려 반대편에 나타나는 검은 형상”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안고 다닌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 생기는 것이요. 빛이 없다면 그림자는 없다. 그리고 그 빛이 강할 때 그림자도 선명해지고, 빛이 약하면 그림자가 보이는 듯 마는 듯하기도 하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Carl Jung)은 "모든 사람은 그림자를 지며, 개인의 의식 생활에서 구현이 적을수록, 그것은 검어지고 어두워진다."라고 말했다. 호프만슈탈이 대본을 쓰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가 작곡하여 1919년 초연한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이 있다. 어둠 속에서 영혼 세계의 사자가 나타나 황후에게 3일 안에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황제가 돌이 된다고 알려주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이 오페라의 중심이다. 그녀는 인간 세계로 내려가 바라크의 아내에게 그림자를 팔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꼬드긴다. 바라크의 아내가 그

들꽃이 들녘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김윤자, <들꽃>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들 꽃 - 김윤자 들꽃의 눈과 귀를 보셨나요 말없이 다문 입술을 보셨나요 가자, 우리 아파트로 가자, 하여도 들녘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이 풀잎이 다칠까, 저 풀잎이 다칠까 몸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바람과 비에 떨며 하늘하늘 웃고 서 있는 들꽃 작은 눈과 작은 귀로 온 세상을 밝히는 환희 들꽃 앞에 서면 어머니의 향기가 전율로 흐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풀꽃>에서 노래한다. 여기서 나태주 시인이 말한 “너”는 바로 들판에 수줍은 듯 키를 낮춰 피어있는 들꽃들을 말함이다. 특히 들꽃 가운데 ‘쥐꼬리망초’ 같은 꽃들은 크기가 겨우 2~3mm밖에 되지 않는 작은 꽃이어서 앙증맞고 귀여울뿐더러 아주 작은 꽃이기에 보는 이가 스스로 키를 낮추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그저 조용히 맞고 있는 들꽃들. 그들은 나만 봐달라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아니 “모르는 척 / 못 본 척 / 스쳐 가는 바람처럼 지나가세요 / 나도 바람이 불어왔다 간 듯이 / 당신의 눈빛을 잊겠어요”라는 용

장미는 올해도 말없이 핀다

임보선, <유월, 장미가 피면>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유월, 장미가 피면 - 임보선 해마다 6월이 오면 장미는 말없이 피고 있다 그날의 비극 장미 가시여! 우리 조국의 산하를 온통 찔러댄다 피보다 더 진한 젊음들이 비바람에 못다 핀 채 져 버린 장미 꽃잎처럼 뚝뚝 떨어져 가슴에 가슴에 흥건히 젖어 누워 있다 6월을 향한 절절한 향수 장미뿐이랴 찢겨진 내 혈육 장미보다 피보다 더 붉은 이 슬픔 이 분노 죽어도 삭이지 못하는데 장미는 올해도 말없이 피고 있다. 해마다 6월이 오면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의 날이 온다. 그때의 비극으로 남북한의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많은 전쟁고아와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또 공장과 같은 산업 시설과 학교, 주택, 도로, 다리 등이 파괴되어, 이후 몇 년 동안 남북한 모두 전쟁복구에 온 힘을 쏟아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430년 전에는 임진왜란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가 되고 수많은 백성이 끌려가고 죽어야만 했다. 그 비극이 또 지금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인구 약 4,400만 명 가운데 약 70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뒤끝 참 깔끔하다

황여정, <바늘>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바늘 - 황여정 입에 발린 말 가식을 빼고 나니 너무 깡말라 여유가 없구먼 그래도 올곧기는 제일이라 콕 찌르듯 한 땀이 지나간 자리 툭 터진 곳도 스윽 봉합이 되고, 조각조각 맞추니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불도 되고 치마저고리 바지 적삼까지 또박또박 지어내는 일침의 미덕 뒤끝, 참 깔끔하다.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緋緞)에 난봉(鸞鳳)과 공작(孔雀)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 위는 조선 순조 때 유씨(兪氏) 부인이 지은 수필 <조침문(弔針文)>에 나오는 바늘 부분 일부다. 겨울에는 솜을 두둑이 대고 누비옷을 만들어 자식들이 추위에 떨지 않게 해주시고 겨우내 식구들이 덮을 이부자리를 손보느라 가을철이 되면 낮에는 밭에 나가 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밤까지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하시던 모습을 이제는 구경

은하수에 배 있는데 왜 까막까치를 기다리나

박지원, <산행(山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산행 (山行) - 박지원(朴趾源) 叱牛聲出白雲邊(질우성출백운변) 이랴 저랴 소몰이 소리 흰 구름 속에 들리고 危嶂鱗塍翠揷天(위장린승취삽천) 하늘 찌른 푸른 봉우리엔 비늘 같은 밭골 즐비하네 牛女何須烏鵲渡(우녀하수오작도) 견우직녀 왜 구태여 까막까치 기다리나?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쪽 가에 걸린 달이 배와 같은데 이 시는 연암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산행(山行)>이라는 한시로 지은이가 산길을 가면서 아름다운 정경을 동화처럼 노래한 것이다. 연암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로 청나라 고종의 칠순연에 사신단의 한 사람으로 따라가 열하(熱河, 청나라 황제의 별궁)의 문인들, 연경(燕京, 북경의 옛 이름)의 명사들과 사귀며 그곳 문물제도를 보고 배운 것을 기록한 여행기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썼다. 정조 등극한 지 5년째 되는 해인 1780년 5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장장 5달 동안 사신단은 애초 목적지인 청나라 서울 연경(북경)까지 2,300여 리를 한여름 무더위와 폭우 뒤 무섭게 흐르는 강물과 싸우며 가고 또 간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연경에 황제는 없다. 그래서 열

먼 들판으로 날아가는 ‘이복누이’ 같은 꽃

주장성, <민들레>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9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민들레 - 주장성 낮은 곳에 피었다가 시들어 허물어지지 않고 둥근 홀씨로 다시 피어 바람 부는 날 먼 들판으로 날아가는 이복누이 같은 꽃 밭이나 공터처럼 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굳은 뿌리를 내리는 여러해살이풀 민들레. 민들레는 봄에 피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일뿐더러 봄을 수놓는 화려한 꽃들에 밀려 두드러지지 않는다. 매화나 벚꽃처럼 화려하지도, 유채꽃처럼 옹기종기 모여 봄의 색을 내지도 않는 민들레. 하지만, 우리 겨레와 오래 같이했고, 싱그러운 향이 나는 소박한 꽃이다. 민들레는 기관지 개선, 항염 작용, 면역력 증가, 항암 효과, 위장 건강, 성인병 예방, 염증 완화, 당뇨 예방, 간 해독, 눈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약재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민들레는 쓴맛이 강해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라고 하며, 민들레의 쓴맛을 줄여주는 방법으로는 끓는 물에 민들레를 살짝 데친 뒤에 찬물에 담가서 쓴맛을 없앤 뒤에 쓰면 좋다고 한다. 특히 민들레는 성질이 차고 독성이 없어서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장이 약하거나 몸이 찬 사람에게는 복통이나 설사의 위험이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햇살과 인사하는 사이 바람에 날아간 날김

윤향기, 불이(不二)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불이(不二) - 윤향기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푸고 날김 몇 장과 조기 한 마리 들고 마당 탁자에 앉았다 햇살과 인사하느라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김은 바람에 업혀 날아가고 조기는 고양이가 낼름했다. 그래 바람은 바람 역할에 충실했고 고양이는 조기 냄새 마다하면 진짜 고양이가 아니지 나는 간장에 밥 비벼 맛있게 먹었다 《유마경》의 <불이법문품>에는 ‘不二禪(불이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不二’는 ‘선과 악’, ‘미(美)와 추(醜)’, ‘삶과 죽음’, ‘너와 나’ 등이 본질에서 그 근원은 같은 것, 그러므로 둘이 아니라는 뜻이란다. 절에 가면 ‘不二門(불이문)’이 있는데 이 불이문을 지나면서 이러한 ‘不二(불이)’의 진리를 깨달아 해탈에 이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는 유마경을 탐구하다가, 이 ‘不二禪(불이선)’이라는 구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不二禪蘭(불이선란)’이라는 난초 그림을 그렸다. 여기 윤향기 시인은 그의 시 불이(不二)에서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푸고 날김 몇 장과 조기 한 마리 들고 마당 탁자에 앉았다고 했다. 그런데 “햇살과 인사하느라 /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 김은 바람에 업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