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곡우(穀雨) - 류병구 요 며칠 새 온통 벚꽃에 눈들을 파는 사이, 고약한 황사에 데어 봄이 좀 눌었다 좁다란 가마니 속에서 긴 잠을 잔 씨나락이 졸음을 문 채, 솔가지 틈새로 늦봄 간을 본다 진달래가 참꽃을 흉내 내는 개꽃한테 온 산을 비워 주고 느릿느릿 퇴거짐을 꾸린다 내일은 24절기 여섯째며, 봄 절기의 마지막 ‘곡우’다. “곡우(穀雨)는 봄비(春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라고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농사철로 접어든다. “곡우에 모든 곡물은 잠이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와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름다운 사람 - 김민기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으으음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그 이름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지난해 7월 21일 작곡가면서 가수인 김민기가 일흔세 해 삶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났다. 조승우, 설경구, 황정민 등 유명 영화배우와 김광석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키워낸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을 운영하면서 늘 ‘뒷것’을 자처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 계약서를 도입하고 수입을 공개한 다음 일일이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월급을 주었음은 물론 배고팠던 배우들의 밥을 꼭 챙겼다는데 배우들은 앞것, 자기는 앞것의 뒤를 채워주는 뒷것임을 늘 강조했다. 여기 그 김민기가 만들고 노래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김민기는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라고 음울하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얼음새꽃 - 한현수 모진 겨울의 껍질을 뚫고 나온 핏기 어린 꽃의 날갯짓을 봐 햇살 한 모금에 터지는 신(神)의 웃음을 (중간 줄임) 모두들 봄이 아니라 할 때 어둠 속 깨어나지 않는 벽을 넘어 나긋나긋 세상을 흔들고 있구나 낙엽더미의 굳은 목청을 풀어 마른 뼈들 살아 굼틀하는 소리 산을 들어 올리는 저 생기를 봐. 이제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여기 우리말 '봄'의 말밑(어원)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한 가지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이름씨꼴(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 '블+옴'이 되고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보아 우리말 봄의 의미로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우리말 봄은 ‘보다(見)’라는 말의 이름씨꼴 '봄'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수, 경칩을 지나 봄이 오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찬 움직임을 하는 것들을 '새로 본다'는 뜻인 ‘새봄’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봄에는 언제나 ‘꽃샘추위’가 앞장선다. 벌써 봄산에는 얼음새꽃(복수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