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양 - 한 임 동 오늘 하루의 일을 마치고 떠나는 뒷모습 아름답다. 언덕 위 굽은 소나무도 고운 빛으로 따라 물든다. 만나고 헤어지는 아쉬움은 다 하지 못한 사랑이더라 그대 눈에는 내가 빛나고 나는 그대로 하여 빛나느니 이태준(李泰俊, 1904~1970)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단편소설 작가라 평가받는데 그가 쓴 단편소설 가운데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석양(夕陽)>이란 작품도 있다. <석양>은 주인공 매헌이 경주 유적지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타옥이 떠나므로 맞게 되는 황혼을 암시하며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가버리었구나!’ 종일 마음이 자리잡히지 않았다. 술도 마셔보았다. 담배를 계속해 피워도 보았다. 저녁녘이 되자 바람은 어제보다 더 날카로운 것 같으나 매헌은 해변으로 나와보았다. 파도 소리는 어제와 다름없었다. 타옥의 말대로 파도 소리는 유구스러웠다. 석양은 해변에서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각각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속히 황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이태준은 <석양>에서 파도 소리는 어제와 다름이 없었고, 석양은 해변에서도 아름답다고 애써 강변한다. 그럼에도 그 아름다운 석양은 각각으로 변하고 마침내는 황혼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 머 니 - 김 재 진 엄마, 우리엄마, 하고 불러봅니다. 철들고, 어느새 나이 마흔 후딱 넘어 한 번도 흘려보지 않은 눈물 흐릅니다. 정월대보름입니다. 마흔 넘어 처음 보는 보름달입니다. 눈 내린듯 환한 밤길 걸어 술 받으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달아, 달 본지 십년도 이십년 더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았기에 눈물 흘린 지 십년도 이십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 목메는 이름입니다. 어머니, 세상의 아픈 사람들 다 모여 불러보는 이름입니다. 세상의 섧븐 사람들 다 모여 힘껏 달불 돌리는 어머니, 대보름입니다. 조선 후기 문신 홍석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풍속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 곧 달마중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뒷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보름달을 맞이하는 것이 누구나 정월대보름에 할 일이었음이다. 대보름의 명절 음식으로 오곡밥과 함께 ‘복쌈’이 있는데, 이는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추잎 등에 싸서 먹는 풍속이다.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춘 - 허홍구 백성의 소리가 들리는구나 눈보라 치던 황량한 땅 헤치고 너 기어이 일어서서 오는구나 여리고 순한 네 더운 숨결이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사랑의 숨결처럼 달려오는구나 이제 부디 향기의 꽃을 피워라 상처 난 몸과 맘을 어루만져주고 만백성이 무리 지어 꽃 피게 하라 넘어진 사람들 일어서게 하여 다시 한번 더 꿈꾸게 하라 후회 없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게 우리는 추운 한겨울 세수하고 잡은 방문 고리에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던 기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이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또 눈 덮여 황량한 겨울 들판엔 칼바람 추위 속에 먹거리도 부족하니 사람도 뭇 짐승도 배곯고 움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