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혼돈(混沌) 어지러움에 제자리 맴돌고 (빛) 말씀은 어디도 들리지 않네 (돌) 중심을 찾아라 소용돌이여 (달) 비워야 새로운 중심을 찾지 (심) ... 25.5.30. 불한시사 합작시 - 비움에서 태어나는 지각중심 - 혼돈에는 서로 다른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아직 어떤 형상도 정해지지 않았으나 그 안에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창조적 혼돈이다. 빅뱅 이전의 우주를 상상할 때처럼, 질서가 없어서 텅 빈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별과 생명이 태어날 힘을 간직한 혼돈이다. 예술가의 마음속에서 여러 이미지와 생각이 뒤섞이는 순간도 그러하다. 아직 작품은 아니지만, 그 어지러운 내적 심물조형 속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상이 움튼다. 이때의 혼돈은 파괴가 아니라 창조를 준비하는 태동의 공간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욕망과 잘못된 의지,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만들어 낸 인위적 혼돈이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무엇이 참인지 가려내지 못하고, 각자가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서 타인의 말을 듣지 않을 때 혼돈은 창조로 나아가지 못한다. 시의 첫 구절인 “어지러움에 제자리 맴돌고”는 바로 이러한 상태를 보여 준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실은 자기 생각의 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행(旅行) 삶의 길을 여행이라고 했지 (달) 인생은 끝이 없는 나그네 길 (빛) 집이 없으면 여행도 불가능 (심) 천지는 만물의 여관인 것을 (돌) ... 25.5.11. 불한시사 합작시 여행에 대한 합작시가 용어풀이처럼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문자보다는 여행 그 자체가 시에 더 가깝기 때문일까. 여행은 길 위에 서는 일이다. 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태어나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의 길이 전개되고, 평생 자기가 선택하거나 우연히 마주친 그 길을 걷는다. 그 가운데서도 여행은 나그네처럼 집을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연습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박목월의 "나그네" 시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늘 떠나면서 되돌아온다. 일생은 여행이면서 귀향이다. 해후와 새로움에 맞닥뜨리고 변화를 겪으며 돌아온다. 50년대 영화 <길(La Strada)>의 짬파노도 생각난다. 가서는 영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이 긴 여행의 마침표가 된다. 그래서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이백은 이 세상천지를 우리의 여관이라고 했겠는가.(옥광) 떠남과 돌아옴 사이, 인생이라는 여행 여행을 말로 정의하려 하면 몇 마디 설명에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붓의 무덤(筆塚) 옛 선인들의 예술혼이 깃든 (달) 붓의 무덤에 꽃향기 어리네 (돌) 묵향인가 아이리스 향인가 (심) 여신의 싱그런 무지개 숨결 (빛) ... 25.5.22. 불한시사 합작시 붓무덤엔 아마도 붓꽃이 피었으리. 붓꽃은 꽃봉오리가 먹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서양에선 아이리스라고 한다. 여신 헤라가 무지개 이리스에게 축복의 숨결을 불어 주었는데, 땅에 떨어져 핀 꽃이라 전한다.(한빛) - 붓이 돌아간 자리, 필총(筆塚) - 필총(筆塚)은 글자 그대로 ‘붓의 무덤’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낡고 못 쓰게 된 붓을 버린 자리가 아니다. 한 자 한 획을 이루기 위하여 수없이 먹을 머금고 종이 위를 오갔던 붓, 예술가의 손끝과 호흡과 마음을 받아 글씨가 되었던 붓을 정중히 땅에 묻어 공양한 자리다. 그러므로 필총은 붓의 죽음을 애도하는 무덤이면서, 한 예술가가 평생 쌓아 올린 정진의 시간을 기리는 기념비기도 하다. 필총의 유래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중국 진ㆍ수(陳ㆍ隋) 시대의 승려이자 명필인 지영선사(智永禪師)다. 왕희지의 후손인 지영은 절강성 소흥의 옛 산음현 영흔사(永欣寺)에 머물며 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회귀(廻歸) 돌아가누나 유무의 순환이 (달) 돌고돔을 끊어 호들갑이네 (심) 끊어도 하나로 돌아가는 원 (돌) 돌기를 멈추고 돌아 가고파 (빛) ... 25.5.20. 불한시사 합작시 - 회귀(廻歸), 비어 있는 원과 돌아오는 생명 - 합작시 「회귀」는 달ㆍ심ㆍ돌ㆍ빛이라는 네 시인의 목소리가 각각 한 행을 맡아 완성한 4행시이다. 네 행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하지만, ‘돌아가누나-돌고 돎-돌아가는 원-돌아가고파’로 이어지며 하나의 둥근 파동을 이룬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시의 내용이 '회귀'를 말할 뿐 아니라 ‘돔’과 ‘돌아감’이라는 말의 반복 자체가 원을 그리며 회귀의 운동을 보여 준다. 첫 행의 “돌아가누나 유무의 순환이”에서 유(有)와 무(無)는 서로를 배척하는 두 실체가 아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보이지 않는 그믐을 지나 다시 밝아지듯, 있음은 없음으로 돌아가고 없음은 다시 새로운 있음의 바탕이 된다. 무형은 유형의 소멸이 아니라 아직 형상을 얻지 않은 가능성이며, 유형은 무형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 생명의 형상이다. 그러므로 유무형의 순환은 사라짐과 태어남이 서로의 문이 되는 우주의 호흡이다. 이러한 회귀를 생각하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가을 오는 소리 달빛 젖은 귀뚜리 울음소리 (돌) 소리로 존재 깨닫는 가을밤 (심) 보이는 소리 들리는 저 달빛 (초) 둥근 달을 품고 서성이노라 (달) ... 25.9.6. 불한시사 합작시 여기 불안산방에는 이미 가을이 깊어지는 듯 벌레 소리도 처량하고 달빛도 청량하다. 다 자기가 맡은바 자기의 몫에 저마다 충실하는 것일 게다. 윤달이 들어 한가위가 한 달도 남지 않고 있고 내일이 벌써 백로절(白露節)이니, 밤기운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이나 거미줄에 은구슬 이슬이 맺힌다. 초로(草露)의 인생이라 했던가! 오늘은 윤달의 보름이니 어젯밤 달빛이 유난히 청량하다. 달을 보며 요양소와 병원에 있는 벗들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계절은 지구촌 곳곳에 다른 시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5월인데 가로수가 누렇게 물들어 가는 가을이었다. 오래전 지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이해가 되기도 했던 이색 체험이었다. 마야인들은 13개월 28일 고정 달력을 쓴다. 요임금 때 없어진 마고력도 같은 체제 달력을 썼다고 신라시대 박제상이 저술한 《부도지(符都志)》란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백두산에는 9월이면 눈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인공지능(AI) 특이점 인간을 넘어선 기계지능이 (달) 생노병사의 아픔 풀어낼까 (빛) 데이터가 된 기계인간의 삶 (심) AI인 이상 인격체는 못되네 (돌) ... 25.5.25. 불한시사 합작시 ... AI 특이점과 심물철학 ... 인공지능(AI)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와 지식을 학습하고 추론하며 과학ㆍ의학ㆍ산업ㆍ예술에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간의 몸을 닮은 로봇까지 발전한다면 몸이 없는 기계지능이 몸을 얻어, 문자 그대로 사람의 형상을 닮은 인형(人形)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활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심물철학에서 중요한 질문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영리해지는가가 아니라 그 지능을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느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을 배신하는 독립된 악의 주체라기보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강력한 물(物)의 확장으로 보아야 한다. 칼과 불이 스스로 선악을 결정하지 않듯 인공지능 역시 그 자체보다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고 통제하는 인간의 마음(心)이 중요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근본 문제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밤비행 인천에서 3만리 날아 뉴욕 (빛) 철학하려면 비행하라 했지 (돌) 철학은 순행인가 역행인가 (심) 기러기도 날지않는 밤하늘 달) ... 25. 7. 4.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5월, 필자는 스물여덟 시간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건너 남아메리카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도착하였다. 같은 불한시사 회원인 한빛 시인은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 삼만 리 밤하늘을 날아 뉴욕에 닿았다. 나는 서쪽으로 날았고, 그는 동쪽으로 날았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떠난 두 사람은 둥근 지구의 한 하늘 아래에서 다시 이어졌다. 지구에는 동과 서가 있지만 하늘에는 본래 경계가 없다. 사람이 방향을 나누고 국경을 그을 뿐, 구름과 바람과 별빛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리가 철학을 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한빛은 뉴욕에 사는 손자를 만나러 갔고, 나는 남미를 여행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러나 사람은 철학을 찾아 나서지 않고도 먼 길 위에서 문득 철학과 마주친다. 익숙한 땅을 떠나 낮과 밤이 뒤바뀌는 시간을 건너다보면, 평소에는 잊고 살던 삶의 방향과 존재의 까닭을 저절로 묻게 된다. 이 합작시의 첫 구절은 한빛 시인이 발구(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류(韓流 K-wave) 언제 어디까지 흘러갈 건가 (돌) 한민족이 있는 한 흐를 한류 (심) 한 많아 한없이 흘러흘러서 (달) 염줄을 풀고 한을 씻으리라 (빛) ... 25.6.27. 불한시사합작시 ― 한류(韓流), 마음과 사물이 함께 일으키는 세계문명의 새로운 물결ㅡ 필자의 심물철학과 물파미학 그리고 3A문명론으로 바라본 한류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 이 시에서 말하는 한류(韓流)는 오늘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pop이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의 유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한민족이 축적해 온 마음과 삶, 고통과 희망이 예술과 생활문화를 통하여 세계로 흘러가는 하나의 거대한 K-문화의 물결이다. “언제 어디까지 흘러갈 건가?”라는 첫 구절은 한류의 지리적 확산을 묻는 동시에 그 흐름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그 지향점을 묻는다. 한류가 얼마나 많은 나라에 전파될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류가 어떤 마음과 정신을 품고 세계인의 삶 속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이다. 물결은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바람이 물을 만나야 파도가 되고, 파도는 다시 먼 해안에 이르러 새로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떤 오도송(悟道頌) 물고기가 차를 달일 수 있나 (돌) 겹겹 산이 연꽃이 될 수 있나 (심) 일상의 끈을 풀곤 눈부심에 (빛) 맨발 쓰다듬고 휘파람 부네 (달) ... 25.7.5. 불한시사 합작시 ㅡ바다 밑 제비집과 불 속 거미집ㅡ [어떤 오도송]은 효봉선사(曉峰禪師)의 오도송(悟道頌)을 염두에 두고 쓴 불한시사(弗寒詩社)의 합작시이다. 옛 선객(禪客)이 화두(話頭)를 던지듯 필자가 “물고기가 차를 달일 수 있나”라는 첫 구를 발구(發句)하였으므로, 이 시의 인연과 뜻을 밝히는 주(註) 또한 필자가 쓰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한다. 효봉선사(1888~1966)는 근현대 한국 선문(禪門)을 대표하는 높이 우뚝 솟은 선승이다. 속명은 이찬형(李燦亨)으로, 일제강점기에 약 10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였다. 독립운동을 한 동포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했던 시대적 모순과 양심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법복을 벗고, 한동안 엿장수 행색으로 전국을 떠돌며 참회의 길을 걸었다고 전한다. 이후 서른여덟의 늦은 나이에 금강산 신계사(神溪寺) 보운암(普雲庵)의 석두화상(石頭和尙)을 찾아 출가하였다. 늦게 출가한 만큼 그의 정진은 더욱 치열했다. 한번 좌선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흥남부두 눈보라가 휘날리던 부둣가 (돌) 자유 찾아 목숨 건 아비규환 (심) 금순아, 목을 놓아 불러봤다 (빛) 통곡이 맴도는 동쪽 바다여 (달) ... 25.6.19. 불한시사 합작시 6·25전쟁의 흥남철수 당시 미군은 보따리 피난민을 10만 명이나 군함들에 태우고 부산과 거제도로 피난시켰다. 전투장비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피난민을 구해낸 세계전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휴매니즘의 쾌거다. 신앙심이 깊었던 미군이 아니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12명 정원의 상선 매러디스 빅토리아호는 피난민을 가장 많이 실었는데, 무려 14,000명이나 싣고 3일 만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살벌한 파도를 뚫고 내려와 보니, 사망자는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신생아가 5명 태어나 승선인원이 늘어나 있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였기에,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알려졌다. 당시의 선장은 레너드 라루였는데, 귀국한 뒤에 수도사가 되어 일생을 마쳤다. 천주교에서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은 매러디스 빅토리호가 페선이 되어 중국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들여 전쟁기념관에 전시해야 했을 텐데, 어쩌다 흥남철수의 원인 제공자인 중국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