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푸른 달밤 호수에 어리는 산과 나무들 (돌) 깊고 푸른 밤을 수놓는 별빛 (심) 잠 못드는 사람들의 뒤척임 (달) 이 밤이 가야 돌아올 님이여 (빛) ... 25.6.20.불한시사 합작시 삼십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압록강은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끊어진 철교는 세월을 견디며 녹슬었지만,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쉼 없이 흘러간다. 명나라 이여송의 군대가 건너고, 왜군이 건너고, 또 중공군이 건넜던 그 강은 수많은 역사를 품은 채 오늘도 묵묵히 흐를 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가 문득 떠올랐다. 변하는 것은 사람과 시대지만, 강은 모든 것을 품고 흘러간다는 사실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가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한때 낚시를 드리우던 위화도의 갈대밭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파트와 붉은 벽돌집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남쪽의 을숙도가 옛 모습을 잃어버린 것처럼, 강둑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인공의 풍경만 길게 이어진다. 강 양안의 도시는 서로를 마주 보며 달라졌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도시보다 더 멀어질 수도,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제자가 건너간 강 위의 철길을 바라보았다. 다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하지(夏至)에 5월의 남미 낙엽지던 가을 (돌) 6월의 동지 흰눈이 내릴까 (빛) 여기는 장마철 뜨거운 여름 (달) 교차하는 계절 태극의 음양 (심) ... 25. 6. 22.불한시사 합작시 계절이 서로를 비추는 오월 남미의 하늘은 맑고 아름다웠다. 하지(夏至)는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장마가 시작되고 뜨거운 여름이 무르익지만,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는 낙엽이 지고 겨울이 문을 여는 계절이다. 같은 태양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지구의 신비는 태극의 음양처럼 서로 마주 보며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년 이맘때 나는 남미 다섯 나라를 여행하였다.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돌며 문학과 예술,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깊은 숨결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한국문학과 남미 라틴문학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이 열렸다. 언어는 달라도 문학이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어 남미 문학의 거장들이 잠든 기념관과 문학관을 찾아다니며, 작품이 태어난 삶의 현장을 직접 걸었다. 책으로 읽던 문학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백련(白蓮) 푸른 바위 연못에 핀 백련꽃 (돌) 그대 그리워 다시 돌아보네 (달) 창백한 순수로 오롯한 자태 (빛) 진흙 속에서 하얀꽃 피우네 (심) ... 25. 6. 25. 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오늘, 불한시사 시벗들과 함께 한 편의 합작시를 지었다. 짧은 네 행의 시였지만, 그 속에는 옥광과 한빛, 심중과 라석이 하나의 연꽃으로 피어나듯 시의 뜻이 담겨 있다. 올해 같은 날, 그 시를 다시 펼쳐 읽으니 문득 코로나 펜데믹 시절 불한산방 벌바위에서 썼던 졸시 [연꽃 추억 셋]도 떠올랐다. 세월은 365일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같은 날짜를 데려왔지만, 이미 같은 시간은 아니다. 같은 자리 같으나 이미 다른 자리이고, 같은 사람 같으나 이미 더 늙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강물은 같은 물이 아니고, 연못의 연꽃도 해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그러나 그 향기만은 시간을 건너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연꽃 추억 셋]에는 세 송이의 연꽃이 있다. 황련(黃蓮)은 성북동 산정(山丁) 화백의 무송재(撫松齋)에서 처음 만난 귀한 황금빛 연꽃이다. 세상의 인연은 흔하지만 귀한 만남은 드물다. 해마다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황련은 사람 또한 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홍차(紅茶) 녹차가 어찌 홍차가 되었나 (돌) 동서양의 거리 그 입맛이지 (달) 좋은 물맛은 어디나 정화수 (심) 오감 통해 나 보는 방편일 뿐 (초) ... 25.2.20. 불한시사 합작시 녹차는 어찌 홍차가 되었나. 녹차에서 홍차로, 동서양을 잇는 한 잔의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차(茶)의 역사는 대략 5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전설 속의 신농씨가 끓는 물에 떨어진 찻잎을 마신 뒤 그 효능을 발견하였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널리 전해지고 있다. 초기의 차는 음료가 아니라 약초였다. 이후 불교와 도교의 수행 문화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수양의 도구가 되었고, 당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문인과 선승들의 풍류 문화로 발전하였다. 특히 육우가 저술한 《다경(茶經)》은 차 문화를 체계화한 첫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중국인들이 마신 차는 대부분 비발효차인 녹차 계통이었다. 그러나 명나라 이후 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찻잎을 산화ㆍ발효시키는 방법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 우롱차, 보이차, 홍차 등이 차례로 발전하였다. 오늘날의 홍차는 주로 17세기 전후 중국 복건성과 무이산 일대에서 체계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선원전(璿源殿) 현판 선원전 그 현판 찾아오다니 (돌) 먼지 덮인 저 글자 낡은 목괴 (달) 부끄러운 역사 숨고 싶은 듯 (초) 망국과 광복이 현판의 운명 (심) ... 25.2.5. 불한시사 합작시 선원전(璿源殿)은 경복궁 안에 있던 조선 왕실 으뜸 전각 가운데 하나로, 역대 임금과 왕비의 어진(御眞)을 모시고 제향을 올리던 왕실 정신문화의 중심 공간이었다. 조선 왕조의 정통성과 역사, 그리고 선조에 대한 예(禮)의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 장소였으며, 궁궐 내에서도 가장 높은 위계를 지닌 전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1910년 국권이 침탈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선원전의 운명도 크게 바뀌었다. 일제는 조선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경복궁의 수많은 전각을 헐거나 이전하였고, 궁궐 중심부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워 식민지 지배의 권위를 과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선원전 역시 철거되었고, 전각에 걸려 있던 현판 또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한 나라의 왕실을 상징하던 현판은 그렇게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나 일본의 한 지방 창고 천장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비바람도 맞지 못한 채 먼지 속에 숨어 있던 그 나무판은 단순한 목재가 아니라, 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백삼향(白蔘香) 한 줄기 푸른 연기의 사라짐 (돌) 그윽함을 남긴 영혼의 궤적 (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달) 갈 곳 모르지만 온 곳일테지 (심) ... 25.2.24. 불한시사 합작시 한빛 댁에서 오찬을 마무리할 즈음에 주인이 선향 하나를 피웠는데, 그 향기가 몹시 맑고 좋았다. 라석이 가져다준 선물이라는데, 그가 중국 장춘여행에서 그곳 지인에게 선물받은 백삼향(白蔘香)이란 선향이었다. 이름 그대로 저 백두산록의 약초를 재료로 한 것이라니, 더욱 귀하게 여겨지고 경건해졌다. 향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고 소중하게 다뤄져왔다. 향은 공간을 정화하며 오감을 통해 심신을 맑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 준다. 향을 보고 듣고 묻고 생각하는 수행과 명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철학적, 종교적, 의례적 용도나 향례, 향도가 이어져 왔으나 지금은 거의 잊혀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귀한 전통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 한 가닥 선향이 타올라 연기가 피어오르고 흩어지고 사라지며, 그 향기가 은은히 번지는 그 짧은 일생!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또 얻고 주는 것인가. 어느새 향기는 번져 사라지고 그 향 재만 땅에 떨어져 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태권도(跆拳道) 한국말로 가르친 손발의 길 (돌) 다루기 따라 예술이 되는 몸 (초) 뛰어 오르기 거꾸로 발차기 (빛) 가슴이 탁 틔는 통쾌함이어 (달) ... 25.2.8.불한시사 합작시 태권도(跆拳道)는 손과 발을 사용하여 마음과 몸을 함께 수련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무술이자 국기(國技)다. 특히 발차기 중심의 역동적 기술과 절제된 예법, 정신수양을 함께 강조하는 점에서 세계 무술사 속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오늘날 태권도는 단순한 경기 스포츠를 넘어 한국의 정신문화와 예절, 그리고 한류(K-Culture)를 상징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뿌리는 멀리 고구려ㆍ백제ㆍ신라 시대의 무예 전통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맨손 겨루기와 발기술 장면이 남아 있으며, 신라의 화랑도(花郞道)는 몸과 정신을 함께 단련하는 무예와 수양 문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수박(手搏), 택견(卓見/택견), 권법(拳法) 등의 전통 무예가 이어져 왔으며, 민간 속에서는 놀이와 호신술의 형태로 전승되었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국 고유 무예는 위축되었으나, 광복 이후 여러 무도인이 전통 무예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K-문화론 어떤 것이 한국의 문화인가 (돌) 한이 흥이 되는 긍정의 문화 (초) 신바람나 신과 늘 노는 문화 (심) 마음과 몸이 하나로 된 문화 (달) ... 25.2.8. 불한시사 합작시 “K문화(K-culture)”라는 말은 이제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과 영화, 드라마와 음식, 춤과 미용, 게임과 패션을 넘어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세계 속에 퍼져가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한류(韓流)는 단순히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문화현상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몸짓, 공동체적 흥과 생명의 리듬이 세계인과 공명(共鳴)하는 거대한 문화적 파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문화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난의 슬픔을 단순한 절망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 데 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억압과 고난 속에서도 그것을 “한(恨)”으로 품고, 다시 “흥(興)”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정서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한국의 노래와 춤에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힘이 있다. 울음과 웃음이 함께 있고, 절제와 폭발이 함께 있으며, 외로움과 공동체성이 동시에 살아 움직인다. 판소리의 목청, 풍물굿의 장단, 탈춤의 해학, 사물놀이의 진동 속에는 바로 그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로제의 ‘APT’ APT가 뭐냐 미국사람 묻네 (돌)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니까 (빛) 흥 끌어내는 MZ세대 주문 (초) K문화의 미래 핵폭발 징조 (심) ... 25.2.8. 불한시사 합작시 로제(ROSÉ)의 ‘APT’는 단순한 세계적 히트곡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노래가 보여 준 현상은 지금의 K-팝이 어디까지 도달했는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에 가깝다. 특히 ‘APT’라는 제목 자체가 영어가 아닌 한국인의 생활 언어인 ‘아파트’에서 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예전에는 세계 시장에 나가기 위해 한국적 요소를 감추거나 영어식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한국의 언어와 감각, 놀이문화와 정서 자체가 세계인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미국 사람들이 “APT가 무슨 뜻이냐?”라고 묻는 장면은 단순한 유행의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다. 한국 현대도시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생활 공간이며, 산업화와 도시화의 풍경 속에서 형성된 집단적 기억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평범한 한국어가 리듬과 훅(가장 중독성 있고 귀에 쉽게 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방탄소년단(BTS) 소년들 무엇을 방탄하는가 (돌) 선조들 못난 모습 가려주네 (초) 포탄 넘어 번지는 저 목소리 (달) 한민족 풍류도 세계화 소리 (심) ... 25.2.8. 불한시사 합작시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비틀즈 이후 세계 음악사에서 보기 드문 세계적 영향력을 보여준 대한민국의 대표적 음악가들이다. 단순한 대중가수를 넘어, 젊은 세대의 꿈과 위로,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음악과 퍼포먼스로 전해 왔으며, 유엔(UN) 연설을 통해 세계 청년들에게 희망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음악ㆍ음반ㆍ공연ㆍ문화산업 전반에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며 해마다 수조 원대의 국가 브랜드 값어치를 높인 문화사절단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후에도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묵묵히 이행하기 위해 약 3년에 걸친 공백기를 감수하고 군 복무를 마쳤다는 점은 더욱 뜻깊은 일이다. 개인의 인기와 경제적 손실을 넘어 공동체의 책임을 먼저 생각한 모습은 온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역 이후 방탄소년단은 다시 완전체 활동을 재개하며, 2026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 아리랑 특별공연을 시작으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