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 첫 서양의사 알렌(Horace N. Allen )은 자신의 일기에 1885년의 설 명절에 대해 적었다. 2월 10일(화) 오늘 음력 섣달 스무엿새날(12월 26일)인데 사실상 오늘부터 조선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시작된다. 조선인은 설날 명절을 5일 동안 쉰다. 이 5일 동안 서울거리는 온통 잔치로 꾸며진다. 썩은 짚으로 된 거름더미 같은 것은 말끔하게 치워진다. 5일 동안에는 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각종 물건을 물물교환한다. 모든 사람은 제각기 무슨 물건이라도 팔고 산다. 그래서 서울거리는 시장 바닥이 되고 만다. 각종 물품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각종 놋그릇(유기-鍮器)더미를 산처럼 쌓아놓은 것인데,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난다. 놋그릇 종류에는 촛대, 숟가락, 젓가락, 사발, 대야, 타구(唾具, 침 뱉는 그릇) 등이 있다. 타구는 달걀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양끝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 유기는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고 그 값도 대단히 비싸다. 나는 조그마한 타구 하나의 값이 현금으로 500냥(약 50센트)이라는 말을 들었다. 조선사람은 어떻게 그같이 비싼 값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참으로 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리가 흔히 대만이라고 읽고 중국 발음으로는 타이완(臺灣)이라고 하는 이 작은 섬나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1949년 중국 대륙을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의 공산당 세력에 내주고 섬나라로 내려온 장개석(蔣介石, 장제스)과 국민당 정권일 것이지만 관광으로 대만을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꼽히는 고궁박물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박물관의 소장품의 수는 70만 점이나 되어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미술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이라고 하기도 하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넣어 5대 박물관이라고도 하는데 어떻든 유물이 그만큼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고 워낙 유물이 많아서 박물관에서는 3달에 1번씩 전시하는 소장품을 교환 전시하고 있는데도 모든 소장품을 관람하려면 8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런 점들이 대만 관광의 포인트로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흔히들 고궁박물관이라고 말하지만, 정식 이름은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으로 대만(정식 국호는 중화민국)의 행정원 산하기관이다. 잘 알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시는 강하다. 짧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조용히 읊조리다 보면 굳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옛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마력이 있다. 이런 매력에 빠져 오늘날에도 시읽기를 즐기고, 때에 맞게 인용하는 경영자가 많다. 고두현이 쓴 이 책, 《옛시 읽는 CEO》는 경영자가 읽고 그 참뜻을 되새길 만한 옛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에 맞게 분류하여 엮어낸 책이다. 옛시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난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시 한 수를 인용하여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담았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 옛시에 담긴 따뜻하고도 여백 있는 감성은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렸던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쓴 「따뜻한 편지」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차마 부모님이 걱정할까 전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p.33) <따뜻한 편지>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 이안눌 지은이 고두현은 자식이 어버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운때(時運) 산모퉁이 돌자 새길 나오듯(돌) 새길에서 반가운 님을 보듯(빛) 뿌린 대로 때맞춰 피는 것을(초) 가고 오는 세상만사 운때지(심) --- 25, 1. 11.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우리 말에 운때라는 것이 있다. ‘운(運)’이라는 한자어와 우리말 ‘때’ 곧 시간의 합성어이다. 한자말로 다시 바꾸면 ‘시운(時運)’이다. 그때와 운수(運數)가 합해진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때가 있기도 하고 운수 곧 관운(官運)과 재수(財數)가 닥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경우는 때와 운이 만나 교차하는 것이다. 때는 이르렀는데 수(數)가 모자라면 그 수를 채워야만 하고, 수는 꽉 찼는데 때가 되지 않으면 때를 기다려야 일이 이루어진다. 태공망(太公望, 강태공)이 웨이수이강[渭水]에서 80년 동안 곧은 낚시를 한 것도 백세의 재상이 되어 천하를 경영하기 위함이었듯, 시대의 인물과 군자는 그때를 알아서 처신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운(國運)도 마찬가지라할 것이다.(돌)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화답시(和答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도대체 제 상식에 맞지 않는 장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같은 인간으로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 하여 ‘극우주의’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글로 나온 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도르노의 연설문을 책으로 낸 《신극우주의의 양상》이라는 책을 사 보았습니다.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나치 정권 때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종전 뒤 다시 독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몸서리쳐지는 악몽을 겪었음에도, 전후 50년대부터 점차 극우주의가 고개를 쳐듭니다. 이들은 히틀러가 그래도 잘한 점이 많았다고 하던가, 심지어는 유대인 학살은 날조된 거짓이라고까지 주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도르노는 이를 설명해달라는 오스트리아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초청을 받고, 1967년 4월 빈대학에서 강연하였습니다. 그동안 이 강연은 녹음본으로만 존재하다가 2019년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출판되자마자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지은 회남자에는 '천하유삼위(天下有三危)'가 나옵니다. 곧 천하에는 세 가지 위험이 있다는 말씀이지요. 소덕이다총 일위야(少德而多寵 一危也) 재하이위고 이위야(才下而位高 二危也) 신무대공이유후록 삼위야(身無大功而有厚祿 三危也) "덕이 적은데도 총애를 많이 받는 것이 첫 번째 위험이고 재능이 없으면서도 지위가 높은 것이 두 번째 위험이고 자신에게 큰 공적이 없는 데도 높은 자리와 봉록을 받는 것이 세 번째 위험이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 권력을 쥐면, 그 권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용되기 쉽습니다. 역사적으로 덕이 부족한 군주들은 백성을 착취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능력보다는 인맥이나 배경으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능이 없으면서도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에 걸맞은 소임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결국에는 조직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도력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면, 조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선의 의인 조지 포크>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몇 년 동안 연재한 적이 있다. 올해 책으로 펴내기 위하여 관련 자료를 재검토하는 중이다. 자료가 뜻밖에 많다. 첫째는 그가 고국의 가족에게 보낸 서신이다. 1884년 5월부터 1887년 7월까지 그는 우편선이 있을 때마다,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부모님 전 상서를 썼다. 이 기간은 그가 조선살이를 한 기간이다. 그러니까 그는 개항초기 3년 동안의 조선 견문록을 사신으로 남긴 것이다. 둘째는 조선 여행기다. 1882년 6월 조선 땅(부산)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관찰과 소감, 그리고 1884년 가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행한 내륙 여행에 대한 세밀한 여행록이다.셋째는 외교관으로 3년 동안 조선에 근무하면서 조선의 외교부서와 주고받은 공문이다.넷째는 서울 근무하면서 본국 정부와 주고받은 공문서다.다섯째는 그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기록이다. 이상의 기록물은 다행히 사라지지 않고 전해 온다. 단지 서로 다른 나라의 다른 곳에 소장되어 있으며 그 내용이 대부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소중하고 값진 자료와 정보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인간 조지 포크에 대해서 뿐 아니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1949년10월1일 중국공산당의 지도자인 마오쩌둥(毛澤東)은 북경의 천안문광장 높은 문 위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정식으로 선포했다. 중국 대륙의 주인공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한 장제스( 蔣介石)는 그해 12월에 대만(臺灣)으로 옮겨와 중화민국의 성립을 알렸다. 그리고 대만의 중화민국이 유엔에서 나오고 그 자리에 중화인민공화국이 대신 들어감으로써 대만의 중화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독립국이 아니라 중국의 속국 신세로 주저앉았다. 중화민국 총통을 지낸 장세스(蔣介石)를 우리는 예전에 장개석으로 불렀다. 원래 이름은 장중정(蔣中正)이고 개석(介石)은 자(字)인데 흔히 장개석으로 통용되었다. 대만 발음도 장개석에 가깝다. 그 뒤 중국 보통화의 독법대로 이름이 장제스로 바뀌어 불린다.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은 예전대로 장개석으로 부르는 것이 편하다. 마찬가지로 타이완(臺灣)도 대만으로 표기한다. 1989년 6월4일 중국 북경에서는 천안문 사건이 발생해 중국 정부에 대해 민주화를 요구하며 광장을 메우고 있던 대학생들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강제진압에 의해 많은 사상자를 내며 진압되었는데 당시 한달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십 년이 좀 넘은 일인데 아끼던 후배 하나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일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슬펐는데 사람이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그렇게 지나 보내니 급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아픔도 빛바랜 사진 같은 그리움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그래도 한 번씩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지라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녀석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엘리자베스 키스. 1919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한국의 여러 가지 풍속과 사람을 그린 화가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근무하는 언니 부부를 따라 일본에 왔다가 동양에 매혹되어 머물렀다. 그 뒤 언니 제시와 함께 1919년 3월 28일, 조선에 와서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1946년 《올드 코리아》라는 책으로 펴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은 색동옷을 입고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좁은 방에 마주 앉아 학문을 논하는 노인들,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남바위 등 190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정교하게 담아내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배유안이 쓴 이 책,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 찾기》를 보면 경성시대 한국의 모습이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물론 식민지배 치하의 엄혹한 시대, 사는 것이 신산하다고 고달팠을 테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무심히 흘러갔던 것 같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정겨운 사람들’, ‘마음에 남는 풍속들’, ‘아름다운 사람들’, ‘기억하고 싶은 풍경들’의 네 가지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어떤 모습을 그리든 따뜻하고 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