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밤사이 눈이 하얗게 내렸네요. 아침 산책길에 보니 깊 옆 나무들에 눈들이 몽실몽실 맺혀 있습니다. 쌓여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목화송이처럼, 꽃송이처럼 피어올라 있는 듯 합니다. 그야말로 눈꽃입니다. 그동안 겨울에 나뭇가지들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설화(雪花)라고 했다가 그것이 서리에 의한 것은 상고대, 눈이 쌓여 만들어진 것은 설화라고 달리 부르는 것을 이제는 알겠지만, 이번 것은 진정으로 눈꽃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군요. 게다가 바람이 살짝 부니 눈가루들이 작은 결정 그대로 얼굴을 때리고 볼 옆에 차가운 향수를 뿌려줍니다. 그리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고 얼음처럼 차갑고 깨끗한 다이아몬드 가루들이, 이 겨울 이렇게 추울 때 우리에게 뿌려지니, 이것이 바로 자연의 선물이라 하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시 '자작나무(The Birches)'가 문득 다시 생각났습니다. 프로스트의 시 '자작나무'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길옆의 자작나무 가지들이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며 시상을 풀어갑니다. 자작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박 진사는 집에 붙일 이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박 진사는 고려시대 마지막 충신이었던 조상님 박문수 할아버지를 모신 사당에 다녀왔단다. 박진사는 사당에 걸려 있는 시를 읊조리다가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옳지! 우리 집 이름을 박문수 할아버지께서 쓰신 이 시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어야겠다. 꿈과 마음을 담은 집, 몽심재로다!” 호랑이 머리를 닮아 호두산으로 불린 산,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죽산 박씨 문중에 박동식이라는 큰 부자가 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박 진사라고 불렀다. 박 진사가 꿈과 마음을 담아 오래도록 살 집을 지으니, 그것이 남원에 있는 ‘몽심재’다. 몽심재는 조선 후기에 지어져 지금도 전라북도 대표 양반집으로 남아있다. 알면 알수록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스며있고,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기로 이름나 영호남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김양오가 쓴 책,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는 몽심재의 구석구석을 따뜻한 색연필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글쓴이 김양오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동 문학과 글쓰기를 공부하고 25년 만에 역사 동화 작가의 길에 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등학교 동기 김종채의 책 《민주화에서 통일까지》를 읽었습니다. 제가 고교 동기들이 쓴 책 가운데 학술서적 또는 전문서적이 아닌 대중용 책들은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이번 책은 특별합니다. 이번 책은 종채의 유고집입니다. 이 말은 책을 쓴 김종채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겠지요? 예! 맞습니다. 종채는 2022년 5월 14일 서울대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 선후배들과 같이 남산을 오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같은 해 9. 13. 사망하였습니다. 이 책은 종채를 아끼는 친구, 선후배들이 종채의 유고를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단순히 종채의 글만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지막 4부에는 종채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글도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유고집이다 보니 학술논문이나 수필 등을 가리지 않고 종채의 글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유고집 발간에 핵심 역할을 한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의 박순성은 서문에서 펴내는 취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한국 사회의 문제로부터 환경과 평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까지 고민하면서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던 그의 삶은 쉼 없는 학문적 정진과 실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퇴계 이황 선생은 그 학문의 깊이에 비하여 여복이 참으로 없었던 사람입니다. 첫째 부인은 21살에 얻은 김해 허씨인데 27살에 병으로 사별합니다. 퇴계가 30살이 될 무렵, 퇴계가 사는 안동으로 문신 권질(權礩)이 유배되어 옵니다. 홀로 사는 퇴계에게 그는 이런 부탁을 하지요. “자네 말일세. 나한테 딸아이가 하나 있네. 그 애가 본디는 괜찮았으나, 사화(士禍)로 인해 정신 줄을 놓아 좀 부족한 아이일세 가장 믿을 만한 이는 자네뿐이니, 제발 거두어 주게.” 그리하여 퇴계는 좀 모자란 권 씨를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합니다. 어느 날 퇴계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큰형님 집으로 갑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데 갑자기 배 하나가 방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퇴계의 부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얼른 치마 속에 감춥니다. 권 씨는 큰 동서에게 혼나지만, 퇴계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퇴계는 부인 권 씨를 불러 "왜 그러셨소."라고 묻습니다. "먹고 싶어서요." 조선 예법의 대가였지만 퇴계는 배를 손수 깎아 부인에게 먹여 주었다고 합니다. 또 하루는 권 씨가 흰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조금 태우고서는, 하필 붉은 옷감을 대고 기웠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학자는 여러 가지로 설명하겠지만, “친환경적으로 산다”라는 것을 쉽게 표현하면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삶을 말한다. 요즘 지구 차원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 UN에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탄소중립은 모든 인류가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현재보다 줄여야 달성할 수 있다.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자는 목적의 사회 운동으로서 ‘아나바다’가 있다. 아나바다는 1997년 11월,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기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때 나타난 사회 운동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쓰러지고, 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물가는 치솟고,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자살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대한민국 독립 이후 최대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되자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아나바다 운동을 시작하였다. 아나바다는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자는 사회 운동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껴 쓰기: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생각해서 최소로 사자는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2024년 되었구나. 곧 설이다. 갑진년이란다. 용의 해란다. 갑진년이란 이름은 나에겐 특별하다. 한 해의 간지를 처음 듣고 기억한 것이 1964년 갑진년이었다. 만 11살 때였다. 그 해부터 비로소 갑진년이 어떻고 을사년이 어떻고 병오년이 어떻고 하는 말들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기억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고는 해를 꼽는 이름이 60가지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언제 다시 갑진년을 만나게 될까, 했더니 드디어, 마침내 갑진년이 되었다. 갑진년 바로 전 해가 계묘년인 것도 모른 채, 갑진년부터 간지로 해 이름을 배웠다. 그렇게 세상을 알기 시작한 지 올해가 그러니까 60주년이 되는 해이니, 나름대로는 올해 갑진년이 의미가 많은 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으로 볼 때 회갑을 맞는 셈이다. 1964년 갑진년, 그때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이었고 곧 봄에 5학년으로 올라갔다. 그 전 해 여름 4학년 신체검사를 했을 때 키가 125센티, 몸무게 25킬로그램의 좀 작고 연약한 체형이었다. 필자하고 딱 60년 차이인 둘쩨네 아들인 손자는 얼마 전에 재어보니 키 145센티, 몸무게 36킬로라니, 그때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울고 갑니다. 어머니 잘 모시고 아기 잘 기르시오. 내년 가을에나 나오고자 하오. 안부가 궁금합니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합니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사람을 보내 귀양살이를 시킨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2011년 대전 안정 나씨 문중의 무덤을 이장하다가 발견한 한글편지인데, 김영조 소장님은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에 이 편지도 올렸습니다. 이 편지는 조선 전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이 근무지가 갑자기 북쪽 변방으로 변경되면서 고향에 있는 아내 신창 맹 씨에게 쓴 겁니다. 한글이 반포된 지 44년 뒤의 한글편지로 현존하는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입니다. 보통 ‘조선 시대의 한글 편지’하면 여인네들이 쓴 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 나의 편견인가?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가 남자가 쓴 것이라니 더 눈에 띄네요. 이뿐만 아니라 기록에 나오는 가장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아마 인생 지도자[Leader]의 정의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지도자다.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 특히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임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결정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면? 결정의 무게는 무거울 것이고, 수시로 두려울 것이다. 역사 속 그들도 그랬다. 앞서 그들이 내렸던 결정, 고뇌, 번민을 분석한 이 책, 《인생 리더》의 지은이 강관수는 역사 인문 리더십 강의 때 자주 소개하는 지도자의 조건과 요소를 열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1장 ‘역사가 들려주는 리더의 조건’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고대역사와 배경지식을 담았다. 2장부터 18장까지는 지도력의 유형을 성군, 애민, 혁신, 전략, 조직관리, 참여지향, 포용, 인내, 보필 등으로 나누어 공자, 세종, 영조, 정조,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사례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역량을 보여준다. 예시로 분석한 인물들은 모두 한국 역사나 중국ㆍ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소개의 글>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과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다양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마땅하다. 창작자가 생각한 주제를 관람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평 혹은 평론은 여러 경력을 갖지 않으면 언론사에서 쉽게 글을 올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그 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심 끝에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문화평론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예비 문화평론가 소개”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소개에는 ‘문화톺아보기’의 문화평론가로서 후대들에게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의 발전을 위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필자의 <비평> 수업을 통해 양성한 이들로 제한하여 뽑았다. 많은 신청자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의 주제와 색깔이 어울리고 단순한 감상과 평가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주체성으로 시대의 영향이 되어줄 글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소개에 도움을 주신 푸른솔겨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2024년은 갑진(甲辰)년으로 청룡의 해입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천간(天干)’을 의미하는 10간(十干)과 ‘지지(地支)’를 의미하는 12지(十二支)를 써서 60갑자를 표현합니다. 그 가운데 천간은 색을, 지지는 동물로 띠를 의미하지요. 갑이 푸른색을 의미하고 진이 용을 의미하니 2024년은 청룡의 해가 되는 셈입니다. 지지와 관련된 설화가 있습니다. 옛날 옥황상제는 나이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나이를 알려주기 위하여 동물을 뽑아, 한 해를 대표하게 하고 순서를 정하기 위하여 강을 건너 먼저 도착하는 경주를 시킵니다.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고 하루 먼저 출발합니다, 쥐는 몸집이 작아 강을 건널 수 없으니, 소의 머리에 올라타서 결승점 앞에서 먼저 뛰어내려 1등이 됩니다. 소가 2등, 토끼는 수영을 못해서 징검다리를 놓느라…. 뱀은 너무 열심히 달려 다리가 없어져서…. 등등의 순서가 정해지게 됩니다. 용은 하늘을 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강을 건너는 경주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동물보다 강하고 똑똑해서 경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약한 동물들에게 양보하기 위하여 뒤로 물러났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