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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내려놓고 속세로…

# 8일 차: 2025년 11월 25일(화요일), 캉진곰파 ~ 라마호텔 (이동 거리 21.3km, 이동 시간 8시간 34분, 고도차 1,395m(3,840m ~ 2,445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8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캉진곰파에서 라마호텔로 하산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사장 네루푸라마 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마을 입구 길목, 거대한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산사태지역에 세워진 추모비를 다시 찾았다. 네팔 대지진 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추모 비석이다. 큰 희생이 있었으나 척박한 두메라 별도의 안전 대책은 없고 ‘옴마니반메훔’ 기도하면서 지나가야 한다. 이곳을 지나가는 트레커와 현지인 모두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해발이 낮아짐에 따라 주변의 식생이 조금씩 늘어나며 깊은 V자 계곡 안으로 접어들었다. 해발 3,150m 지점인 기앙타탕(Ghyangactam, 서밋 사이트)까지 내려오니 거짓말처럼 고산증 증세가 말끔히 사라졌다. 점점 숲이 울창해지는데, 산의 남쪽 사면(벽)은 햇살이 잘 들어 건조하여 나무보다는 밭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산의 북쪽 사면은 습도가 높아 우거진 수림과 이끼류가 가득하여 식생 상태가 무척 좋다. 아름다운 랑탕 계곡 길을 물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체력이 바닥난 탓에 귀청을 찢는 사나운 굉음처럼 무섭게만 들리던 계곡의 물소리였는데, 하산하며 마음

캉진리 등정, 빙하의 통곡 소리를 듣다

# 7일 차: 2025년 11월 24일, 캉진곰파 ~ 캉진리 (이동 거리 3.3km, 등반 시간 4시간 30분, 고도차 500m(3,800m~4,30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7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어젯밤 캉진곰파의 기온은 영하 18°C까지 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장실 수도관이 모두 얼어있다. 나흘째 세수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씻지 않은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르고리(Tserko Ri, 4,980m) 등반팀 4명은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고 나와 민병귀 대원은 캉진리(Kyanjin Ri, 4,700m) 등반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뒷산인 캉진리(봉)는 남향이라 골바람이 불어와 무척 차갑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워낙 강렬한 직사광선이라 몸이 빠르게 더워진다. 결국, 입고 있던 두꺼운 패딩 점퍼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캉진곰파 마을이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해발 4,100m까지 올리는 데 약 50분 정도가 걸렸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서워 귀마개를 해야 했다. 공기가 건조한 탓에 입술이 쩍쩍 갈라진다. 오르는 경사도가 60°에서 70° 달하는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천천히 오르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어 다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수십 번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로 어지럽게 나 있는데, 사람이 걸어간 길은 잔돌과 자갈이 많아

신선이 사는 땅, 캉진콤파

#6일차: 2025년 11월 23일(일요일), 랑탕 마을 ~ 캉진곰파, (이동 거리 7.5km, 등반 시간 4시간 17분(3,84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6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랑탕 마을에서 캉진곰파(Kyanjin Gompa, h 3,840m) 마을로 향한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누룽지 한 그릇 먹고 8시에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저 멀리 캉진리(봉)와 캉진곰파 마을이 빤히 바라보이는데, 막상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는데, 해발 3,600m 지역 전체는 대형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토사가 선상지를 이루고 있다. 아마 수백 년 전부터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사태 지역인 듯하여 걷는 내내 무섭기도 하고 압도되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린 커다란 돌들은 마치 거대한 공깃돌처럼 사방으로 굴러다니다 흩어져 있다. 최근에 발생한 사태 지역에는 작은 나무다리를 설치해 놓았는데, 무척 위험하여 빠르게 통과했다. 이렇게 척박한 곳에 사람들이 살면서 돌을 골라내 땅을 일구어서 밭과 초지를 조성하여 야크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끈질기게 살아가니, 인간의 삶의 의지가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기도 하다. 계곡 상류로 접어드니 거칠던 물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물소리가 마치 소나무 숲을 스치는 솔바람 소리처럼 '솔솔‘ 들려와 아주 정겹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태고의 자연색을 그대로 눈에 담고

속세를 벗어난 평화로운 산상 마을

# 5일 차: 2025년 11월 22일(토요일), 림체 롯지 ~ 랑탕 마을 (이동 거리 15.9km, 이동 시간 9시간 35분, 3,43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5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이 어두워지니 림체 롯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등산객 열댓 명이 식당 난로 부근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눈다. 나는 고산증 증세인지 손가락 끝이 저리고, 왼쪽 다리 대퇴부 접히는 부분 근육이 올라와 숙소로 돌아와 파스를 붙였다. 가파른 언덕을 많이 오르내려서 생긴 듯하다. 평소 운동 부족으로 몸이 망가진 것이다. 내일은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 고산 지대라 구름이 피어오르고 꽤 추워졌다. 산그림자가 어둠으로 변하며 빠르게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 7시 30분에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롯지의 벽은 판자로 대어 놓아 옆방 소음과 불빛이 훤히 들어오는 바람에 불편하여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밤 11시 40분쯤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니 구름은 사라지고 산 위에 별이 잔뜩 걸려 있어, 누가 누가 더 밝은지 시합을 하고 있는 듯하다. 별과 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별들이 유난히 크고 무척 밝게 보인다. 별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져올까 했었으나, 무게 때문에 포기한 것이 무척 아쉽다. 슬기말틀(스마트폰)로 여러 장 찍었는데, 사진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정말 좋다. 다시 자리에 누우니 계곡의 물소리가 장마철 소나기

아름다운 계곡, 목숨을 거는 위험한 길

# 4일 차: 2025년 11월 21일(금요일), 샤브루베시 ~ 림체 롯지 (이동 거리 13.6km, 이동 시간 7시간 45분, 2,45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4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샤브루베시(고도 1,420m)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나는 포터나 셰르파에게 과도한 무게를 지게 하는 것은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카고백 무게는 약 15kg 정도로 맞추고, 배낭을 가볍게 멨다. 공통 포터비(1일 20달러) 외에 별도의 요금(1일 30달러)을 더 주고 남체바자르 출신 로메스 씨(32살, 976-546-5632)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랑탕 계곡 길 초입은 비포장도로로 공사 차량이 다니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가 귀청을 뚫을 듯한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사납게 흘러간다. 여울과 돌의 위치에 따라서 짧고 굵게, 혹은 길고 느리게 흐르는데, 아름답고 웅장한 소리가 장단처럼 울려 걷는 이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협곡 좌우 끝으로 설산이 보이자, 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이 길은 곤륜산을 지나 구름을 타고 아미산으로, 신선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좁고 험한 협곡을 걸으며, 저 끝에는 이상의 나라 꿈꾸는 세상이 있겠지… 철다리 건너에 있는 도멘(Domen, h 1,607m) 롯지(산장)에서 차 한잔 마셨다. 이곳은 여울이 좁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