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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들, 등산기가 아닌 유산기(遊山記)를 썼다

평창강 따라 걷기 9-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길 따라 걷다 보니 가양과 함께 걷게 되었다. 그는 환경교육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한국교원대 환경교육과 교수로 은퇴한 이후에도 그는 국가환경교육센터장 직을 5년이나 잘 수행하였다. 나는 그와 함께 중학교 환경 교과서를 만든 경험이 있다. 분야별로 교수 여러 명이 참여해 함께 작업을 했는데, 그가 팀장을 맡았었다. 그는 일 처리가 꼼꼼하고 기획력과 추진력이 대단해서 우리는 그에게 ‘등소평’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자연과 꽃과 나무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도 식지 않은 가양은 왼편 언덕 비탈에 있는 붉은 꽃을 사진 찍었다. 나리꽃 종류인 줄은 알겠는데,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단다. 나중에 이름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나리는 우리말이고 백합(百合)은 한자말이다. 나리와 백합은 같은 이름이다. 그런데 백합에서 백은 ‘흰 백(白)’이 아니고 ‘일백 백’이다. 나리의 알뿌리는 많은 수의 비늘줄기로 이뤄져 있는데, 그 수가 100개쯤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면 나리꽃이라는 꽃은 없다. 참나리, 땅나리, 솔나리, 하늘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등등이 모두 나리꽃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진짜 나리

돌아갈 수 있는 길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시를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3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집사람이 당혹해하며 "그게 떨어져 나가 아무것도 없네요"라고 한다. 며칠 전 눈이 많이 왔을 때 해를 넘긴 기념으로 절에 갔다가 거기서 받은 작은 진언 쪽지를 다른 책자 사이에 끼고 산길을 돌아서 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 가운데 하나가 어느새 빠져나가 없어졌다. 집사람이 은근히 힐난하는 눈초리다. 그 종이라는 게 스프링 사이에서는 빠질 수 있으니 잘 들고 가라고 일껏 당부했건만 그걸 놓쳤냐는 것이겠지. 그래서 그다음 날 어제 온 산길을 다시 돌아가 보니 그게 산길 옆에 그냥 떨어져 있기에 바로 주워서 돌아왔다. 없었으면 절에까지 다시 가서 받아와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이건 천만다행이다. 다시 돌아가서 주워올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네 사는 것은 그게 안 될 때가 많다. 지나온 길에 뭔가 소중한 것을 빠트리고 왔어도, 그것을 다시 돌아가서 챙길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아마도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을 것 같은데,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The road not taken'는 우리에게 꽤 사랑받는 시이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어느

세계를 누비다, 뭉우리돌을 찾다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수오서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돌을 뜻하는 우리말로 《백범일지》에 쓰였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김구는 일제 순사로부터 “지주가 전답에서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이 상례”라며 고문과 함께 자백을 강요받는다. 그 말을 외려 영광으로 여긴 김구가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 다짐한 데서 제목을 빌렸다." - 머리말 중에서 - 《백범일지》에 이어, 오랜만에 독립운동 관련 책으로는 전국민적 사랑과 관심을 받은 책 《뭉우리돌의 바다》이 나왔다. tvN 인기예능 <유퀴즈온더블럭>에 소개된 것도 한몫했지만, 이 책이 가진 가치와 매력을 알아본 눈이 그만큼 많았던 덕분이다. 이 책은 사진작가인 한 청년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여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한 곳 한 곳, 발품을 팔며 셔터를 누른 기록이다. 작가 스스로 뭉우리돌 정신을 가지고 비범한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책이다. 한국 독립운동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고, 후손들도 만났다.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

단전에서 바라보는 폐결핵 후유증과 해소책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21]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지난해 봄에 폐결핵의 후유증과 해결책을 알아보는 글을 내보인 적이 있다. 나름 충실한 글이라 자부하였는데 최근에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극도의 폐결핵 후유증을 호소하는 두 명의 환자분을 진료하면서 이전 글이 미흡했다고 자각하게 되어 다시 한번 얘기해보려 한다. 우리가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는 비상사태가 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에 따라 생체리듬이 깨지고 여러 장부에 짐이 되고 손상이 이루어진다. 크게 볼 때 감기와 최근의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감염이 있고, 상한 음식물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장염과 호흡기로는 폐결핵과 같은 세균 감염이 있다. 대부분 감염질환은 급성으로 3~4일 이내에 해소되거나 만성으로 전환되어도 3주에서 3개월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폐결핵만은 가볍게 치료되어도 6달, 길면 1년이 넘도록 인체가 결핵균과 치열한 전쟁을 해야 겨우 승리하는 것이다. 곧 인체의 입장에서 6달 이상을 결핵치료약의 원조(援助)를 받으며 생사(生死)를 건 치열한 전투를 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6달 이상 이루어진 전쟁으로 전쟁터가 되었던 폐(肺)는 엄청남 물리적 손상을 입게 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죽음에 관한 농담

어머니 주위에서 늘 그를 본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83]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의 눈에 띄일 때가 됐지 나도 죽음을 볼 수 있는 나이가 됐거든 어머니 주위에는 늘 있어 어느 때는 등 굽고 조그마해진 어머니를 업고 있어 나를 본 그가 네가 먼저 가고 싶니 농담인 게지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 마치 마저 써야 할 시가 좀 더 있다는 듯 장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해변에 엎드려 있는 아이에게》에 나오는 시 ‘죽음에 관한 농담’입니다. 장 시인은 제 고교 동기로, 고등학교 때도 화동문학상을 탄 문재(文材)였습니다. 고교 졸업 뒤에도 서울대 국문과를 나와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지요. 그렇지만 본격적인 문인의 길을 걷지 않고, 가업을 이어받아 경남 통영에서 오랫동안 바다의 시어(詩語)를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두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에 오랜 침묵을 깨고 시집 《사랑은 이제 막 태어난 것이니》와 《우리 별의 봄》을 연달아 냈었지요. 그리고 세 번째 시집을 작년 11월에 냈고요. 40년 동안 장 시인의 가슴 속에 익을 대로 익은 시어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니, 2년 사이에 3권의 시집을 냈네요. 이번 시집에서 저에게는 이 시가 먼저 제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이제는 노년층에 들어섰으니, 저

홀로서기보다는 함께 서기

[정운복의 아침시평 9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농사는 사람이 준비하지만, 하늘이 짓습니다. 물론 스마트팜을 비롯한 인공적 환경을 제공하면서 식물의 특성에 맞게 농사를 짓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농사는 하늘이 내려준 비와 은혜로운 햇살의 영향을 받습니다. 곧 농사는 혼자 짓는 것 같지만 모든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하였을 때 풍작을 이룰 수 있습니다. 《논어》의 옹야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해석하면 "자신이 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세워주고 자신이 이루고 싶으면 남을 먼저 이루게 하라"라는 의미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요. 소통이란 기술과 기교가 아니라 진실과 진정성입니다. 살아가면서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안에 낀 티끌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의 잘못은 감추고 남의 잘못과 허물은 들추어내기를 좋아합니다. 남을 평가하는 데 앞장서지만 남에게 평가받는 것에 관해서는 관대하지 못합니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올바른 논조로 바르게 써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그 중심에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홀로서기도 중요하지만, 함

변화를 두려워하는가?

공자가 칭찬한 노나라의 대부 거백옥(蘧伯玉)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3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천지(天地) 사이에 있는 존재하는 것 치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누구나 아는 것 같은 이 말은, 그러나 보통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고, 어느 순간 가는 길을 멈추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느껴진다. 그때가 바로 해가 바뀌는 연초, 또는 설이다. 한겨울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에 아무것도 없을 때 여기에 잎이 나오는 것을 생각해내게 되고, 이 나무에서 잎이 처음 나와 싹을 틔웠다가 줄기와 가지로 바뀌고 다시 꽃과 열매로 바뀌며 또 누렇게 낙엽이 지고 마는, 이러한 변화의 이치를 보게 된다.​ 어찌 만물만 그러하겠는가. 천지(天地) 또한 그러하다. 낮에 밝았다가 밤에 어두워지는 것은 1일(日)의 변화요, 봄에 내놓고 여름에 키우며 가을에 죽이고 겨울에 마감하는 것은 1년(年)의 변화다. 사람의 형체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태어나 갓난아기가 되었다가 조금 자라서는 방긋 웃을 줄도 알고 말할 줄도 알고 걸어 다닐 줄도 알며 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었다가 장년기를 거치면서 쇠해지고 쇠해진 뒤에 노년을 맞아 마침내는 죽고 마는데, 이 과정의 어느 것 하나 변화 아닌 것이 없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