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말뚝이 탈만 말고 기왕에 나왔으니 명문사학 기방에서 족집게 수학했던 동문들 다 불러 모아 춤 한번 놀아보소 논 팔아 산 생원님도 집 팔아 산 진사님도 과거 급제 못 했지만 기방 급제는 따논당상 사대부 체면 잠시 접고 춤사위 한 번 보여주소. 일곱 양반 몰려나와 춤판을 어르는데 희고 검고 누르고 푸르고 붉은 복색 차려입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들고나며 노니던 중, 원양반 지팽이 들고 어깨 으쓱 들썩이면 젓양반들 호응하며 까치걸음 발품이다. 노름판이고 삼세판이고 양반 버릇 개 주더냐? 춤판에서도 문자타령, ‘오방색(五方色)’은 무엇이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은 또 무엇이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음양합일(陰陽合一) 운우지정(雲雨之情)’, 공맹자는 안중에 없고 매화 동백 품을 요량, 얼쑤! 장단을 넘는데, 접고 펴고 또 접으니 부채만 죽어난다. 쥘부채 접었다 펼 때 앙가슴은 멍이 들고 <해설> 이 작품은 평시조 2수에다 사설시조 1수를 붙인 것이다. 앞의 시에서 말뚝이들 눈물 어린 두레 모임을 보고하였는데, 문득 말뚝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가. 그래서 양반님네들 보고 어디 한 번 춤추며 놀아보라고 권한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세경대학교 앞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었다. 가로수를 심었는데,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져 있어서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 교수와 해당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시가지를 조금 걷다가 오른쪽 길로 빠지자 강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엄청나게 넓은 체육시설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제방 너머로 평창강이 보인다. 이곳에서 평창강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의 이름이 서강대교다. 영월 사람들은 평창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서강이라고 부른다. 영월읍의 동쪽에서 흐르는 강이 동강(東江)이니 서쪽에 있는 강을 자연스럽게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평창군에서 발원했기 때문에 평창강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영월 사람들의 심리로 볼 때 이웃 군의 이름을 강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조금 께름칙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걷는 길의 왼쪽에 외씨버선길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길 이름이 예뻐서 안내판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외씨버선길은 영월읍의 산책길이 아니다. 외씨버선길은 우리나라 대표 청정지역인 경북의 청송, 영양, 봉화와 강원도 영월의 4개 군이 협력하여 만든 둘레길이라고 한다. 외씨버선길은 모두 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민족의 비극인 6.25 발발 72주년을 맞은 지난주 토요일 아침 우리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받던 조순 씨를 멀리 보내드렸다. 이제 ‘앞으로는 포청천, 혹은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의 휘날리는 흰 눈썹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강릉 말씨의 고인 육성을 더는 들을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일찍 집 주위의 둘레길 산책에 나선 필자는 그제 내린 비로 골짜기를 콸콸 소리 내며 흘러내려 가는 물에 고인과 얽힌 이런저런 인연을 실어 보내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6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발인식이 엄수되었다. 한국 경제학계 '거목'으로 불리는 조 전 총리는 지난 1988년 노태우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취임했으며, 경제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그날 아침 뉴스는 요약하면 이런 식으로 나왔다. 물론 그 전에 이미 고인의 생애와 많은 업적에 대해서는 보도가 되었고, 고인의 일생은 한 마디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그러나 필자에게 조순 씨는 경제학자로서보다는 시멘트로 뒤덮여 있던 여의도광장을 갈아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