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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담(忠談) - 경주 남산의 향기를 노래한 차인

한국차인열전(8) [라석의 차와 시서화] 21

[우리문화신문=손병철 박사/시인] 신라 천년의 도읍 서라벌을 감싸안은 남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었다. 산길을 따라 오르면 크고 작은 절과 탑이 이어지고, 바위마다 부처가 새겨져 있으며, 골짜기마다 맑은 샘이 흐르는 살아 있는 불국토였다. 사람들은 남산을 오르며 부처를 만났고, 수행자를 만났으며,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만났다. 그 남산에서 차를 달여 미륵보살께 공양하며 수행한 승려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충담(忠談)이다. 《삼국유사》는 충담이 삼화령(三花嶺) 고개의 미륵세존에게 차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차문화사에서 차가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라 불전에 올리는 공양이자 수행의 한 방식이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충담에게 차는 갈증을 푸는 물이 아니라 마음을 씻는 맑은 향기였고, 부처 앞에 자신을 바치는 가장 깨끗한 정성이었다. 차는 한 잔이었지만 그 안에는 미래를 향한 신라인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미륵은 아직 오지 않은 부처였다. 언젠가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제할 미래불이었다. 충담이 올린 차 한 잔은 단순한 공양이 아니라, 더 밝은 세상을 기다리는 희망의 기도였으며,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한 자비의 마음이었다. 차향

만주에서 일송정을 마주하며

일송정(一松亭)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정운복의 아침시평 31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지도는 종이 위에 그려지지만, 지명은 사람의 피와 눈물로 새겨집니다. 백두산에 오를 때입니다. 중국 길림성 용정을 방문했지요. 그곳에는 우리에게 선구자라는 노래로 알려진 많은 지명이 있습니다. 선구자(先驅者) 일송정(一松亭)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海蘭江)은 천 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머무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이슬 내릴 때 그리운 검은 머리 서글프게 웃는다 그 옛날 국경을 넘던 그날의 그 노래 말굽 소리 시원하게 들리던 그 노래 비암사(琵岩寺) 쇠북소리 허공에 울려 퍼져도 그날의 굳은 약속 어데로 갔나 거친 들 달려가던 그 기상 어디에 우리 님 오실 날을 기다려 보노라 선구자의 구(驅)는 말 달릴 ‘구’자입니다. 먼저 앞서서 말을 달리는 사람을 선구자라고 부르지요. 남의 앞에 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외로운 일인가 하는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낱말입니다. 해란강 굽어보는 비암산 정상, 외롭게 서 있던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독립군들이 사격 연습을 하며 지표로 삼았던 겨레의 눈동자였고 멀리서 고향을 그리며 찾아온 유랑민들에게는 '여

복날, 왜 뜨거운 삼계탕을 먹었을까?

[음식과 건강 5]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늦은 장마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보양식을 찾는다. 삼계탕, 보신탕, 장어, 민어…. 모두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예전에는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는 것이 하나의 풍습이었다.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언뜻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름철 우리 몸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여름에는 두 가지 부담이 있는데 더위와 습기다. 우리 몸은 봄과 가을과 같은 약간 시원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체온유지와 체온 조절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이때의 몸을 표현하자면 몸통은 따뜻하고 피부는 약간 서늘한 상태이며 이러한 상태일 때 우리 몸은 가장 편안하며 이러한 상태를 위해 노력한다. 이때를 정상 상태로 볼 때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피부는 정상보다 더운 열상태가 되고 내부 장부는 피부에 견줘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태가 된다. 이를 내한외열 상태라 하는데 이를 좁혀서 보면 위장은 차갑고 피부는 뜨거운 상태며 몸이 힘든 불균형 상태다. 여름 더위에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땀을 흘리고, 혈액을 피부로 보내 열을 내보낸다. 그 결과 위장과 장부

아름다운 계곡, 목숨을 거는 위험한 길

# 4일 차: 2025년 11월 21일(금요일), 샤브루베시 ~ 림체 롯지 (이동 거리 13.6km, 이동 시간 7시간 45분, 2,45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4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샤브루베시(고도 1,420m)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나는 포터나 셰르파에게 과도한 무게를 지게 하는 것은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카고백 무게는 약 15kg 정도로 맞추고, 배낭을 가볍게 멨다. 공통 포터비(1일 20달러) 외에 별도의 요금(1일 30달러)을 더 주고 남체바자르 출신 로메스 씨(32살, 976-546-5632)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랑탕 계곡 길 초입은 비포장도로로 공사 차량이 다니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가 귀청을 뚫을 듯한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사납게 흘러간다. 여울과 돌의 위치에 따라서 짧고 굵게, 혹은 길고 느리게 흐르는데, 아름답고 웅장한 소리가 장단처럼 울려 걷는 이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협곡 좌우 끝으로 설산이 보이자, 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이 길은 곤륜산을 지나 구름을 타고 아미산으로, 신선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좁고 험한 협곡을 걸으며, 저 끝에는 이상의 나라 꿈꾸는 세상이 있겠지… 철다리 건너에 있는 도멘(Domen, h 1,607m) 롯지(산장)에서 차 한잔 마셨다. 이곳은 여울이 좁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무척

혜초(慧超), 차의 길을 걸은 순례자

한국차인열전(7) [라석의 차와 시서화] 20

[우리문화신문=손병철 박사/시인] 신라의 차인(茶人)을 말할 때 사람들은 대개 원광, 자장, 충담을 먼저 떠올린다. 이들은 차를 수행과 공양의 삶 속에서 실천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차를 직접 기록하지 않았으면서도 우리 차문화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신라의 구법승 혜초(慧超)다. 혜초는 신라에서 태어나 당나라로 건너가 불법을 배우고, 해로를 거쳐 인도에 도착, 당시 오천축국을 둘러보고 다시 육로로 중앙아시아를 순례한 뒤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의 여정은 오늘날의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앙아시아를 거쳐 다시 장안으로 돌아오는 장대한 구도의 길이었다. 그가 남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우리 민족 첫 세계여행기자, 동아시아 불교문화사에서 매우 귀중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1908년 프랑스인 펠리오에 의해 돈황 장경굴에서 발견되어 1909년 금석학자 라진옥에 의해 고증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 긴 여행기 어디에도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의아한 일이다. 당시 당나라는 이미 차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었으며, 불교 절에서도 수행 중 차를 마시는 풍습이 점차 자리 잡고

조선 최초 서양식 병원운영규칙 작성한 일본 의사

일본 의사 타시카, 조선인들도 치료했다.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88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지 포크의 1884년 11월 7일 자 여행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현감(전라도 용안의 김노완 현감)이 타시카(Tashika)의 동생과 함께 나를 찾아 왔다.….그는 타시카를 빼다 박았다. 그러나 더 젊고 더 크다..…나에 대해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여기에서 만나게 되니 매우 기쁘다고 그가 말한다. |전양묵(조지 포크의 동행자, 통역)은 타시카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오늘 밤 내 방에 이 사람들이 모이자, 몹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건 내가 서울을 떠난 이래 어떤 곳에서도 겪지 못한 기이한 체험이었다.” 타시카는 과연 누구일까? 정체를 알 수 없다. 여행기를 번역한 조법종 교수는 “ ‘타시카’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러나 글쓴이는 어느 날, 제중원 설립을 주도했던 미국인 의사 호러스 알렌(Horace N. Allen)의 기록을 읽다가 무릎을 쳤다. ‘테시카(Teshika)’가 나온다. 주한 일본 공사관의 의사 '카이세 도시유키(海瀨敏行)를 알렌과 포크는 타시카 혹은 테시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일본인 의사는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칼을 맞아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알렌과 함께 치료했던 인물이다. ‘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