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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라는 그릇에 토박이말을 담다”

진주 호국마루서 울려 퍼진 580돌 한글날의 뜨거운 울림 전국 최초로 ‘말과 글’ 함께 챙긴 580돌 한글날 기림잔치 성황리 마쳐 - ‘나라사랑 다짐’과 ‘속빎’, 10m 광목천 대붓 멋글씨로 우리말글 주권 드높여 반김노래(축하곡) 〈두 날개 우리말〉과 ‘한소쿠리·열매랑 뿌리랑’ 가게 이름 보람패로 더한 뜻깊은 잔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글날을 처음 만든 지 100돌이자 세종 큰임금이 훈민정음을 펴낸 지 580돌을 맞은 10월 9일, 진주 남강변 진주대첩역사공원 호국마루 특설무대에서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뜻깊은 한글날 기림잔치(경축식)가 펼쳐졌습니다. 경상남도교육청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함께 마련한 이번 기림잔치는, 단순히 문자로서의 ‘한글’ 창제를 기리던 기존 기념식의 틀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한글은 우리말을 담는 빼어난 그릇이며, 그 그릇에 담길 진짜 알맹이자 먹거리는 우리 삶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말’이라는 이야깃거리를 온 나라에 던지며 정부와 전국 시·도 행사의 참된 본보기를 내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꽃과 나비처럼 한글과 토박이말 함께 날아오르길”… 반김노래(축하곡) 〈두 날개 우리말〉 아침 10시 20분, 자리한 손님들이 손가락 번호로 풀거리(문제)를 풀며 큰 화면 속 빈 상 위에 ‘세종 쌀밥’, ‘삼재 국’, ‘닿소리 주찬’, ‘너나들이 나물’ 등 맛깔스러운 우리말 먹거리를 채워 넣는 앞잔치 ‘한글 밥상 말놀이 마당’으로 잔치의 흥이 올랐습니다. 이어 10시 30분 기둥잔치가 시작되자 토박이말 노래패 ‘피우리’가 무대에 올라

혜철과 도선국사―법맥을 따라 남도로 흐른 차향

[라석의 차와 시서화] 33

[우리문화신문=손병철 철학박사/시인] 신라 하대의 산문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경전의 뜻을 글로 풀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직접 바라보아 본성을 깨닫고자 하는 선종(禪宗)이 당나라에서 들어왔다. 선종의 전래는 단지 새로운 불교사상의 유입만을 뜻하지 않았다. 선승들이 당나라의 쩔에서 생활하며 익힌 수행 방식과 일상의 규범, 공양과 음다의 풍속도 함께 바다를 건너왔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곡성 태안사의 적인선사 혜철과 광양 옥룡사의 도선국사를 만나게 된다. 적인선사 혜철(寂忍禪師 慧徹, 785~861)은 신라 서라벌 출신으로, 열다섯 살에 출가하여 부석사에서 화엄을 배웠다. 경전과 계율을 익힌 그는 서른 살이 되던 814년 당나라로 건너가 마조도일의 제자인 서당지장(西堂智藏)에게 선법을 배우고 심인(心印, 처님의 깨달음)을 받았다. 이후 중국의 여러 지역을 편력하고 천태산 국청사에 머물렀으며, 서주 부사사에서는 대장경을 공부하였다. 839년 귀국한 뒤 무주의 쌍봉사를 거쳐 곡성 태안사에 머물면서 동리산문(桐裏山門)을 열었다. 혜철이 중국에서 어떤 차를 마셨는지, 제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차를 달여 주었는지를 알려 주는 직접 기록은 남

1884년 11월 16일 나주에서 있었던 일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 준 조지 포크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101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수일이가 내게 뜨거운 목욕물을 한 통 가져왔다. 기분 좋게 목욕했다. 목욕을 모르는 나라에서 이건 굉장한 일이다. 일찍 음식상 들어오다가 되돌아간다. 음식상을 본 나주 목사가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하라는 영을 내린 것이다. 목사가 아전에게 한바탕 호통을 친다. 10시 30분 무렵 음식이 들어온다. 밥상이 나오기 전의 전채(前菜, 식사 전에 식욕을 돋우려고 먹는 간단한 요리)다. 네모 상위에 꿀에 절인 감귤, 죽순 요리, 얇게 저민 찐 계란, 통 배, 통 감, 차가운 쇠고기 조각, 껍질을 벗긴 밤, 김치, 쇠고기 잡채, 깨(kae)와 다른 곡물을 섞은 강정, 꿀과 식초, 소주(soju)가 담긴 작은 놋쇠 주전자. 목사가 나를 만나러 여기 오려고 한다는 말이 들린다. 나는 정복으로 갈아입는다. 알고 보니 그가 아직 처소에 있다고 한다. 나는 서둘러 나선다. 그를 길에서 만난다. 그를 되돌아가도록 한다. 관아에서 그를 만난다. 내가 먼저 예방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라고 그에게 설명한다. 그는 근엄하면서도 친절하다. 어제 그렇게 나쁜 음식을 내게 제공한 아전을 혼찌검 내지 않았는데 그건 오직 내가 그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고 설명한다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일, ‘가을걷이’

‘추수’와 같은 뜻을 가진, 듣기만 해도 뜻이 바로 와닿는 말 [오늘의 토박이말]가을걷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날씨가 참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늘도 맑고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더욱 그렇게 느끼는 듯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추위를 생각하면 이 좋은 때를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좋은 날씨를 즐기며 곳곳을 다니다 보면 ‘가을추수행사’, ‘추수철’, ‘추수체험’과 같은 말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굳이 ‘추수’라고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가을걷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추수’와 뜻이 같은 ‘가을걷이’ ‘추수(秋收)’라는 한자말을 풀어 보면 ‘가을에 거둔다’는 뜻입니다.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니 ‘가을걷이’와 뜻이 다르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추수’를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임’이라고 풀이하고 비슷한 말로 ‘가을걷이’를 올려놓았습니다. ‘가을걷이’를 찾아보아도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말뜻만 놓고 보면 참 알기 쉽습니다. ‘가을’에 ‘걷이’를 붙였으니 가을에 거두어들이는 일이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가을에는 무엇을 걷

느리게 흐를 권리의 상실

속도가 아닌 방향이 우리 삶의 문법이 되어야 [정운복의 아침시평 32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공지능이 며칠 걸릴 고민을 단 몇 초 만에 해결해 주는 시대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여유를 약속했습니다. 물리적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마땅히 그 남겨진 시간에 여유로운 행복을 느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봅니다. 절약한 시간은 휴식이 되어 돌아오는 대신, 더 빠른 생산과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재투입됩니다. 10시간 걸리던 일이 1시간으로 줄어들면, 우리는 남은 9시간 동안 노는 것이 아니라 9배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재촉당합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채찍은 우리를 잠시도 멈춰 서게 두지 않습니다. 과거에 느림은 무능이 아니라 삶의 호흡이었습니다. 편지 한 통이 닿기를 기다리며 설렘의 숙성 시간을 가졌고,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떨어지는 잎새를 감상할 줄 알았습니다. 그 여유의 빈틈 속에서 예술이 태어났고, 사색이 깊어졌으며, 비로소 자아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느림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자 도태의 징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로딩 중인 화면의 3초를 견디지 못하고, 영상의 배속을 올리며 정보의 파편을 삼키기에 급급합니다. 삶의 밀도는 높아졌을지 모르나, 그 속에 담긴 영혼의

구슬보다 작고 귀여운 땀, ‘이슬땀’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모습을 이슬에 빗대어 나타낸 말 [오늘의 토박이말]이슬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저녁에는 서늘해서 긴옷을 절로 찾지만 낮에는 여전히 땀이 날 만큼 기온이 오르는 요즘입니다. 한낮에 몸을 움직이기라도 하면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가 흘러내리기도 하지요. 이럴 때 흔히 ‘구슬땀’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구슬땀보다 좀 더 작고 귀여운 느낌의 땀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바로 ‘이슬땀’입니다. 이슬처럼 맺힌 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슬땀’을 ‘이슬방울처럼 맺힌 땀’이라고 풀이합니다. “이마에 밴 이슬땀을 닦다.”라는 보기글이 있고, 김원일의 《불의 제전》에도 “아랫배에 힘을 주어 말하느라 그네의 이마에는 이슬땀이 솟아났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사전의 풀이처럼 ‘이슬땀’에서는 이슬방울이 떠오릅니다. 이마나 얼굴에 땀이 작은 물방울로 맺힌 모습을 말하는 것이지요. 구슬땀과 이슬땀 ‘구슬땀’은 힘든 일을 하거나 몸을 많이 움직인 뒤 맺히는 땀을 말할 때 잘 어울립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다.”라고 하면 땀과 함께 애쓴 모습까지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슬땀’은 어떨까요? 말집(사전)에서는 두 말을 땀방울의 크기로 구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슬’과 ‘이슬’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서로 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아침, ‘이슬아침’

이슬을 먼저 맞는 사람의 마음에서 다시 만나는 아침말 [오늘의 토박이말]이슬아침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앞서 ‘이슬받이’를 소개해 드렸더니 글을 읽고 저를 떠올렸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른 해 가까이 이 일을 해 오면서 제가 겪었던 일들이 ‘이슬받이’와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슬에 옷이 젖는 일은 어려움일 수도 있고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이슬을 맞았기에 누릴 수 있었던 기쁨도 있었습니다. 함께 손을 잡아 준 많은 분들을 만났고, 날이 갈수록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뻐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더욱 고마운 것은 이제 저 혼자 이슬을 맞으며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슬도 함께 맞고, 비도 함께 맞고, 바람도 함께 맞으며 기쁨과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 모람(회원)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저희와 함께 토박이말의 맛과 멋을 누리실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슬받이’에 이어 ‘이슬아침’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 ‘이슬아침’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아이와 함께 걸어본 남한산성의 가을

자연을 만나고, 역사를 배우고, 체험으로 기억한 하루

[우리문화신문=최선훈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계절을 느끼고, 자연을 만나고,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지난 10월 3일 남한산성을 찾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가을 산책을 생각했지만, 직접 걸어보니 남한산성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와 함께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숲길을 걸으며 나뭇잎과 나무를 살펴보고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걷는 것 자체가 작은 생태 체험이 된다. 따로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도 아이의 눈에는 곳곳이 자연 학습장이 된다. 8살 아이와 함께 걸어보면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성곽길에는 돌길이나 경사가 있는 곳도 있어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걸어야 하지만, 아이의 속도에 맞춰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곳곳에 마련된 생태와 성곽에 관한 안내였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자연환경과 성곽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걷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