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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작은 음악가

[정운복의 아침시평 29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아이들을 보면 때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작은 어깨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완벽하게 잘 해내기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째서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걸까요? 부모의 사랑은 때로 아이의 약점에 광적으로 집착합니다. 국어 점수가 조금 떨어지면 국어 학원으로, 수학이 떨어지면 곧장 수학 학원으로 달려갑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이른바 ‘학원 뺑뺑이’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아이가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절절한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열정이 때로는 아이를 숨 막히게 하고, 진정으로 빛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조던이 굳이 바이올린을 잘 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수미가 100미터를 12초에 주파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꽃피웠고, 그 재능을 더 깊이 갈고닦았기에 위대한 예술가와 스포츠인이 될

바람이 분다, 제주도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글 허영선, 그림 이승북, 파란자전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바람 부는 방향으로 휘어진 큰 나무 아래 등 굽은 저 할머니 자박자박 걸어가는구나. 거친 손등처럼 탱탱 오이 박고 늙어 가는 나무, 온몸으로, 온 뿌리로 하늘 향해 서 있는 팽나무라네. 제주 말로 ‘폭낭’이라지. 짭조름한 소금 바람 먹고도 단단하기만 한 제주섬 같은 나무, 사각사각 바람의 말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의 나무 말이지.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책 제목 그대로, 제주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시인 허영선이 쓴 이 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는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연작으로 나온 그림책이다. 제주도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시처럼 아름답게 들려준다. 제주도는 고려 중엽까지 독립된 국가였다. 그때의 이름은 ‘탐라국’이었고, ‘섬나라’라는 뜻을 가진 탐모라, 탁라로 불리기도 했다. ‘덕판배(제주 전통의 목판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던 탐라국 사람들은 마침내 1105년 고려왕조의 일부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는 고을’이라는 뜻을 담은 ‘제주’라는 지명도 그때쯤 생겨났다. 1270년 고려 원종 시기, 삼별초군이 제주로 들이닥쳤다. 뒤이어 이들을 토벌할 몽고군도 몰려왔다. 삼별초를 토벌한 몽고

이 여자는 공주과(公主科)임이 분명하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4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무성생식, 남녀의 기원, 일부일처제, 불륜 등을 생물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설명하자 그녀는 흥미롭게 경청하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교수님은 전공이 생물학인가요?” “아니에요. 저는 물 전공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물박사라고 부른다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호호호.... 물박사님의 생물학 지식이 대단한데요. 물박사가 아니고 진짜 박사 같아요. 호호호.”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요.” “뭔데요?” “생물이 세포분열을 통하여 번식하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네요. 세균 같은 생물은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K 교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사람이나 강아지 같은 포유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다르다.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다. 포유류 동물은 암수 교접으로 새끼를 낳는다. 어미와 새끼 또한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의 경우에, 예를 들면 세균은 성의 구별이 없다. 오직 한 종류의 세포

동네가 높아 남보다 달빛을 먼저 받을 수 있어

강성철 시인의 시 <이사>를 읽고서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310]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짐을 챙긴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방랑벽을 조금은 건드리면서, 세월에 찌든 묵은 때를 벗겨 낸다. 가난에 취해 잠든 아내의 얼굴을 보며, 과연 바하의 선율이 스쳐갔던 얼굴이었을까? 동네가 높아 남보다 달빛을 먼저 받을 수 있다며, 아픈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던 아내여! 어제는 온종일 너의 분신을 잡으려 온 집안을 뒤적거렸지. 술래가 짐을 싸려한다. 나의 유년(幼年) 꼼짝 말고 있거라, 나의 유년 유채꽃밭 가로질러 잉잉거리는 벌통을 아쉬워 돌아보며, 죽어도 못 떠난다던 달 보고 빵을 그리던, 유년 아버지 꿈에서도 그리시던 마지막 이사를 하셨다 실성한 어머님이 퍼 올리시던 바닷물 속에 소라랑, 전복이랑, 미역이랑 그것이 아버지 피이며 살인 줄도 모르면서 노트도 사고, 연필도 사고, 우리 반에서는 처음으로 운동화도 샀다. “너마저 바다에 빼앗길 수 없다.” 첫 번째 이사가 시작되었고 “형, 홍수가 져도 걱정 없겠다. 우리는 높은데 사니까.” 노아의 방주처럼 서울 변두리를 떠다녔다. 밤새 설레던 꿈은 미지의 세계로 눈을 돌렸지만 잠들지 못한 우리의 영혼을 잠든 아내여, 아는가? 하나씩 얻음으로써 귀찮아지는 자유가 그립지도 않느냐? 살

오늘 날씨,금방이라도 눈이 올 듯 끄느름하네요

[오늘 토박이말]끄느름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의 날씨를 보니 온 나라가 대체로 맑지만, 충청과 호남, 제주 하늘빛이 밝지 않다고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이 날릴 수도 있다고 하네요. 우리는 흔히 이런 날씨를 보고 "날이 흐리다"거나 "우중충하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빗방울을 잔뜩 머금어 무겁게 내려앉은 저 하늘을 그저 '흐리다'는 납작한 말로 나타내기엔, 그 안에 담긴 긴장감과 분위기가 다 담기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럴 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쓰시던 말 '끄느름하다'를 꺼내 봅니다. '끄느름하다'는 '날이 흐리어 어둠침침하다'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말이 품고 있는 '기다림'의 정서입니다. '흐림'이 멈춰 있는 상태라면, '끄느름함'은 하늘이 참다 참다 곧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바로 앞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붙든 말입니다. 또한 이 말에는 '햇볕, 장작불 따위가 약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구름 사이로 힘없이 비치는 옅은 햇살을 볼 때도 쓸 수 있고, 잘 타지 않는 장작불을 볼 때도 쓸 수 있지요. 오늘 창밖이 끄느름하다면, 그것은 하늘이 찌푸린 게 아니라 땅을 적시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물꼬를 트다

[오늘 토박이말]물꼬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소식을 또 들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제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왔음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시대의 시발점(始發點)'이라거나 '혁신의 계기(契機)'가 마련되었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 커다란 흐름을 그저 '시작되었다'거나 '계기가 되었다'는 딱딱한 한자어로 나타내고 말기에는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막막하던 미래가 뻥 뚫리는 듯한 그 벅찬 느낌을 설명하기엔 많이 모자라게 느껴졌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 우리네 농부들이 논둑에서 쓰던 토박이말 '물꼬'를 떠올려 봅니다. '물꼬'는 '논에 물이 넘나들도록 만들어 놓은 좁은 통로'를 뜻합니다. '논꼬'라도도 하며 '진전이 없거나 막혀 있는 상태를 푸는 실마리나 계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많이 쓰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말 속에 들어있는 생명력 넘치는 심상입니다. '시발점'이 기계가 움직이도록 단추를 누르는 듯한 차가운 시작이라면, '물꼬'는 막혀 있던 논둑을 허물어 메마른 땅에 생명의 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오게 해 목마름을 가시게 해 주는 뜨거운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