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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 열네 살 소녀가 본 금강산

하늘로 오르는 듯 떨리고 절이 구름과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보여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56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남자 옷을 입은 채 금강산에 오른 열네 살 소녀 김금원. 그의 눈으로 본 1830년 봄 금강산을 구경해 본다. 자유 왕래할 그날을 그리면서. 드디어 금강산으로 향한다.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바라본다. 옥이 서 있고 흰 눈이 쌓인 것 같다. 중국 서산에 쌓인 눈도 필경 이보다 못하리라. 서산은 연경(燕京)의 가장 뛰어난 명산으로 만수산 뒤로 첩첩한 산과 층층의 절벽을 보면 마치 선경과 같다 한다. 눈 내린 뒤의 봉우리는 더욱 기이해서 연경의 8대 경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금강산은 층층이 겹친 산과 첩첩한 봉우리가 구름까지 솟아올라 있다. 사철 내내 눈빛을 띠고 있으니, 봉우리마다 빼어나다. 산길에 봄이 깊었다. 초록 이파리는 살찌고 붉은 꽃은 시든다. 두견새가 소리마다 ‘불여귀(不如歸: 돌아감만 못 하다, 돌아가라)’라 지저귀며 여행객의 쓸쓸한 마음을 돋운다. 장안사로 향한다. 금모래, 잔잔한 풀이 몇 리에 걸쳐 깔려 있고 키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삼사 층의 웅장한 법당이 온 골짜기를 누르듯 서 있다. 예스러운 분위기의 연로한 주지승이 법당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지팡이를 거꾸로 들고 있다. 노승이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벌집구름

하늘에 지은 벌집, 벌집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얇게 퍼진 구름 사이로 동그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듯한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 하늘에 촘촘한 그물을 쳐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꿀벌들이 힘들여 지어 매달아 놓은 '벌집'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 야릇하면서도 아름다운 구름, '벌집구름'입니다. '벌집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벌집처럼 생긴 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늘에 얇고 넓게 퍼진 구름에 동그란 구멍들이 숭숭 뚫리면서, 그 무늬가 꼭 벌집이나 그물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벌집처럼 생긴 구름. 권적운, 고적운과 같은 비교적 얇은 구름에 둥근 구멍이 많이 뚫려서 생긴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나오는 '권적운(卷積雲)'이나 '고적운(高積雲)' 같은 한자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이는 하늘 높은 곳에 비늘처럼 얇게 퍼진 구름을 가리키는 말로, '권적운'은 '털쌘구름' 또는 '비늘구름', '고적운'은 '높쌘구름' 또는 '양떼구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벌집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뜬 '비늘구름'이나 '양떼구

햇빛연금을 타는 신안군민과 에너지 고속도로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2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연금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 대비책이다.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군인 연금, 주택 연금 말고도 가장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연금이 햇빛 연금이다. 햇빛 연금은 2021년에 전라남도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연금처럼 지급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연금이다. 신안군은 행정구역 전체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안군은 광활한 갯벌과 천일염 생산으로 유명하며 홍도, 흑산도 등 아름다운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1969년에 무안군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무안이라는 뜻으로 신안(新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8월 기준으로 인구수는 38,930명으로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신안군의 염전은 전국 염전 면적의 64%를 차지하고 천일염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2006년에 처음 당선된 박우량 군수는 “햇빛과 바람이 우리에겐 중동의 기름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주민들과 전력 이익을 공유하는 연금 제도를 구상하였다. 태양광 사업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한국인들도 풍요로움 속에 목표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2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누구는 안 그럴까마는 중국인들은 특히 무언가 최고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90년대 초 중국에 초대 특파원으로 들어가 서점에서 자주 목격한 것은 중국의 최고를 모아 알리는 책자가 많더라는 것이다. 지금도 갖고 있는 책 중의 하나는 《중국지최대관(中國之最大觀)》이란 것인데, 이 책은 ‘중국에서 최고(中國之最)를 모아놓았다(大觀)’라는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 “중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문화가 찬란한 오랜 문명국으로 허다한 세계의 최고, 또은 중국의 최고를 안고 있기에, 이러한 ‘최고’를 뽑아 계통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중화민족문화를 드높이고 애국주의를 가르치는 유익한 시도인 것이다.” 라고 하면서 인류, 역사, 문화재, 정치, 경제, 교육 등 23개 항목별로 최고가 되는 사안들을 모아놓았다. ​ 이 가운데 17번째 <교통> 항목을 보면 중국 역사에 나오는 최초의 다리는 서주(西周) 초기에 위수(渭水)에 건설된 부교(浮橋)로서, 문왕(文王)이 부인을 얻기 위해 “친히 위수에 나아가서 배로 다리를 만들었다”라는 기술이 《시경(詩經)》에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돌다리는 중국 복건성에 있는 호도교(虎渡

유일한 조선인 노동자 묘지 – 여야용묘(呂野用墓)

구로3댐의 조선인강제노동현장을 찾아서 <7>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우리는 우치야마(内山) 공민관이 문을 닫기 전에 서둘러 도착했다. 시골 한적한 곳에 자리한 자그마한 1층 건물은 예전 우치야마 소학교(초등학교, 이후 우나즈키(宇奈月) 소학교가 됨)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새로 지은 공민관 안에는 우리나라의 노인정처럼 지역 노인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동행한 ㅎ 선생님은 바로 앞에 있는 우치야마역 철길을 건넌 뒤, 물이 나오는 호스를 찾아내어 준비해 온 빈 페트병에 물을 담으셨다. 궁금했지만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산자락을 오르다 오른쪽 숲으로 조금 들어가니, 이끼 낀 작은 돌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여야용묘(呂野用墓)’였다. 뒷면에는 ‘朝鮮慶北大丘府明治町’이라 새겨져 있다는데, 글씨는 닳아서 이끼와 때가 뒤엉켜 분간하기 어려웠다. 여야용묘는 호리에 세츠코(堀江節子) 씨가 조사하여 《구로베 저편의 목소리(원제:黒部・底方の声黒三ダムと朝鮮人)》(1992)에 발표했고, 그 뒤 2020년에 여야용묘에 관한 신문 보도(読売新聞조간 12.1. 朝日新聞 12.3.)를 본 스기모토 마스미(杉本ますみ) 씨가 이 묘를 연구하여 「우나즈키 전후의 구로베댐 건설공사와 식민지 조선―조선인 묘표의 발견과 그 뒤 《宇奈月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턱밑구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구름, 밑턱구름 토박이말=순우리말=고유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높은 뫼(산)에 오르지 않아도, 왠지 오늘따라 하늘이 아주 낮게 내려앉은 듯한 날이 있습니다. 잿빛 구름이 하늘을 이불처럼 덮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하거나, 높은 집 꼭대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구름을 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 우리가 만나볼 토박이말은 바로 이렇게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떠 있는 구름, "산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라는 노랫말이 절로 떠오르는 구름, '밑턱구름'입니다. '밑턱구름'은 그 이름이 참 재미있습니다. '밑'은 '아래'를 뜻하고, '턱'은 우리가 '문턱'이라고 할 때처럼 어떤 '살피(경계)'나 '낮은 켜(층)'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밑턱구름'은 하늘의 가장 '아래쪽 턱(경계)'에 걸려 있는 구름이라는 뜻을 담은, 참 멋들어진 이름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구름을 어떻게 풀이하고 있을까요? 지상 2km 이내의 공중에 있는 구름. 층적운, 층운 따위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지상으로부터 2킬로미터 이내의 대기에 분포하는 구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 다 '땅에서 가장 가까운 곳(2km 이내)'에 떠 있는 구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늘을 세 켜(3층)으로 나눈다면, 바로 첫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뭉게구름

하늘의 솜뫼, 뭉게구름 토박이말=순우리말=고유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파란 그림종이 위에 누가 커다란 솜뭉치를 뜯어 둥실둥실 띄워 놓은 듯한 날이 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어릴 적 저 구름 위에 올라타 날아가 볼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우리에게 가장 살갑고 익은 구름의 모습, 바로 '뭉게구름'입니다. '뭉게구름'은 그 이름 그대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이라는 뜻입니다. '뭉게뭉게'는 연기나 구름 같은 것들이 덩어리를 이루며 잇따라 피어오르는 모습을 그린 우리의 소리시늉말(의태어)이지요. 말집(사전)에서는 이 아름다운 구름을 어떻게 풀이하고 있을까요? 수직운의 하나. 뭉게뭉게 피어올라 윤곽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구름으로, 밑은 평평하고 꼭대기는 솜을 쌓아 놓은 것처럼 뭉실뭉실한 모양이며 햇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난다. 무더운 여름에 상승 기류로 말미암아 보통 2km 높이에서 생기는데, 발달한 구름 꼭대기는 10km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비는 내리지 않는다. 기호는 Cu. 《표준국어대사전》 수직으로 발달한 구름의 한 종류. 윗면은 둥글고 밑은 거의 편평한 덩어리 모양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두 풀이를 모아보면, '뭉게구름'은 밑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