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첫눈이 기상예보대로 왔다. "저녁 6시에 대설경보입니다. 8시까지 5~10센티가 내리는 곳도 있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인데 저녁 6시가 되니 정말 놀랍게도 눈이 내린다. 그것도 싸라기눈이 아니라 작은 아기 주먹만 한 눈송이들이 어깨로, 머리로 내려 곧 행인들을 할아버지로 만든다. 거리에 눈이 쌓이고 차량들이 엉금엉금. 사람들은 조심조심... 도시에는 그렇게 눈이 내렸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조용히 소복소복 눈이 내렸다. 눈앞의 창틀에서부터 건너편 아파트 집과 창문, 그 옆의 나무들이 차례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들의 놀이터 놀이기구도 눈을 뒤집어쓴다, 올겨울 첫눈으로는 너무도 황공할 정도로 깨끗한 세계를 만들어준다. 모든 먼지를 덮는 것은 물론 세속이익을 위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씻어주고 덮어준다.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敍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强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갗을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치게 되는 겨울 추위 속에서, 모처럼 마음의 언 밭을 녹이는 따뜻한 기별이 날아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기별종이(신문)를 보니, 기별이 끊기거나 돌봐줄 살림이 안 되는 아들딸이 있다고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짐이 덜어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양비’라는 차가운 제도 탓에 아픈 몸을 이끌고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뒤늦게 찾아온 봄볕 같은 기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볕뉘’입니다. 이 말은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을 뜻합니다. 넓은 마당에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그늘진 방구석이나 닫힌 문틈 사이로 수줍게, 그러나 뚜렷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을 말하지요. 이 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집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따뜻한 기운인 ‘볕’에, 아주 작은 알갱이나 흔적을 뜻하는 ‘뉘’를 더한 말입니다. 온 누리를 다 비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둡고 그늘진 곳에 기어이 닿고야 마는 ‘작은 빛의 알갱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말은 ‘다른 사람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옷깃을 절로 여미게 되는 요즘, 들려오는 기별이 그리 따뜻하지 않아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듯합니다. 요즘 몬값(물가)이 너무 올라 해끝 모임 집에서 조촐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어제도 나눴습니다. 바깥에서 돈을 쓰지 않고 집안에 머문다는 뜻의 영어 ‘코쿠닝(Cocooning)’이라는 말도 여러 해 앞부터 들리더군요. 팍팍한 살림살이 탓이라지만, 저는 이 됨새(상황)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춥고 어수선한 바깥 누리가 아닌, 가장 아늑한 곳에서 서로의 따뜻함(온기)에 기대는 때새(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다붓하다’입니다. 이 말은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또는 ‘조용하고 호젓하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거리가 가까운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리느낌(분위기)가 호젓하고 아늑할 때 쓰기 참 좋은 말입니다. 이 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와 ‘붓’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말의 말밑(어원) 풀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모두(다)’와 ‘붙다(붓)’의 느낌이 더해져 ‘빈틈없이 가깝게 모여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