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들도 모두 남자 꿈을 먹고 사는 것 아닌가요? 하하하.” K 교수가 역습했다.
“글쎄요, 그건 아닐 거에요. 여자들은 아마도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꿈을 먹고 살지 않을까요? 병상에 누운 80살 할머니도 예쁜 옷을 선물하면 좋아할 거에요. 그런데 교수님은 당신입술 말고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저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좀 비싸서 그렇지 양주를 좋아합니다.”
“양주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
“올드파라는 양주를 아세요?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있는 양주 말이에요. 저는 올드파가 맛이 좋던데요. 조금 비싸서 그렇지.”
“네 올드파 알아요. 그 할아버지 그림을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렸다고 하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아세요?”
“아이 참, 교수님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올드파 할아버지는 제가 환경공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대기오염 설명할 때 소개하는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면서 K 교수는 올드파에 얽힌 일화를 미스 K에게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올드 파(Old Parr)라는 양주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로 추앙받는 토마스 파(Thomas Parr)를 기리기 위해 1871년에 처음 출시된 스카치 위스키다. 1483년에 영국의 위닝턴이라는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토마스 파는 17살에 집을 떠나 군대에서 복무한 뒤에 도시에서 살았다. 35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그는 농장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그는 시골로 돌아와 결혼하지 않고 농부의 삶을 살았다. 무슨 연유인지 그는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그는 80살인 1563년에 제인 테일러(나이는 기록에 없음)와 첫 결혼을 하였다. 자식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지만 둘 다 어렸을 때 죽었다. 그는 105살에 마을에 사는 처녀 캐더린 밀튼과 바람을 피워 사생아를 가지게 되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그러나 일설에 따르면 처녀가 임신하게 되었는데, 그 죄를 피하려고 생식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토마스 파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여자의 난처한 사정을 이해한 토마스 파가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고, 동네 사람들도 그러한 점을 이해하여 동네 교회의 기도실에서 혼자 참회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112살 때 32년 동안 해로한 첫 부인이 죽고 토마스 파는 10년 동안 혼자 살다가 122살 때에 미망인 제인 로이드(나이는 기록에 없음)를 만나 두 번째 결혼한다. 그는 매우 건강하여 130살 나이 때도 도리깨질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1635년 토마스 하워드 백작이 152살까지 살고 있는 토마스 파의 소문을 들었다. 백작은 왕에게 보여주기 위해 말 2마리가 끄는 마차를 가지고 가서 그를 데리고 런던으로 갔다.
런던으로 가는 여정은 두 달이 걸렸는데, 가는 곳마다 152살의 노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런던에 도착하여 찰스 1세 국왕의 초대를 받은 그는 맛있는 요리에 와인을 마시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왕궁에서는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를 불러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이 초상화가 현재도 양주 올드파의 상표가 되고 있다.
그는 런던에 온 뒤 석달 만에 갑자기 죽었다. 흥미로운 것은 죽은 원인이다. 그가 죽자, 국왕은 ‘혈액순환론’을 제창하여 유명한 외과의사 윌리암 하비(1578~1657)에게 해부시켜 사인을 규명토록 했다. “모든 기관은 건강하여 아무 탈이 없었다. 다만 이제까지 마셔왔던 시골의 맑은 공기 대신 석탄 먼지를 많이 마셔서 죽었다.”라는 것이 해부한 결론이었다.
시골에서 살던 그가 런던에 가지 않았더라면 토마스 파는 더 장수할 수 있었으리라. 당시 런던에서는 석탄 난로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대기오염이 심했다. 토마스 파는 런던의 대기오염 때문에 죽었다고 볼 수 있다. 찰스 1세의 명에 따라 그의 시체는 귀족이나 왕족이 묻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 낮은 계급인 농부 출신으로서는 대단한 영광이었다.
그날 밤 미녀식당의 베란다에서 두 사람은 하이트 맥주 4병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달빛에 홀리고 맥주에 취해 K 교수가 대담한 행동을 시도했으나 결국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베란다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K 교수가 소리쳤다. “아, 저기 별똥별이 보이네요.” 그러나 미스 K는 별똥별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별똥별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시간은 1~2초 정도라고 하니,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보기가 어렵다.
별똥별은 이름과는 달리 별이 아니다. 별똥별은 과학적인 용어로는 유성이라고 부른다. 유성은 우주 공간에서 떠돌던 소행성이나 혜성의 잔해 또는 작은 암석 조각 등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할 때 생긴다. 이들 입자가 초속 수십 km의 빠른 속도로 대기와 마찰하면 아주 높은 온도(최대 3천도 이상)에 도달하면서 밝은 빛을 낸다. 입자가 타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별똥별이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지기 직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지면 유명한 사람이 죽는 것이라고 보는 전설이 있었다. 대하소설 <삼국지>에서 위나라의 사마의가 밤하늘을 살피다 별똥별이 촉나라 진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갈량의 사망을 알아챈다는 대목이 나온다.
아쉽지만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다. 오늘 밤에 늦게 들어간다고 미리 아내에게 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K 교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야겠네요.” 미스 K가 따라 일어나면서 안 해도 좋을 말을 했다. “사모님이 기다리시겠어요.” K 교수가 슬쩍 피했다. “아마 자고 있을 거에요.” 그녀는 문밖에까지 나와서 “교수님, 조심히 가세요. 오늘 좋은 정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날도 K 교수는 밤 12시 넘어 귀가했다.
봄의 마지막 달인 5월도 가고 이제는 6월이 되었다. 기온은 점점 오르고 있었다. 여름이 시작되는가 보다. 그날은 화요일이었는데,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자 교수들은 미녀식당에 가는 대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구내식당에서도 미스 K가 화제가 되었다. 미스 K가 도도하다느니, 눈가에 주름살이 보인다느니, 그녀의 남편이 어느 재벌회사 부사장이라느니, 온갖 이야기가 다 나왔다. 수많은 남자 교수들이 미스 K를 보러 미녀식당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왔다고 한마디씩 했다. K 교수는 다른 교수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