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 오후, 강의 시간이 비는 틈을 타서 K 교수는 학교에서 가까운 봉담읍 장터에 나갔다. 모종과 묘목을 파는 가게에 가서 3,000원 주고 조롱박 모종을 3개 샀다. 모종을 차에 싣고 미녀식당으로 갔다. 마침 미스 K가 자리에 있었다. K 교수는 모종을 얼른 내려놓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서 차도 마시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 미스 K가 문밖에까지 따라 나오며 정(情)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롱박을 잘 키우겠습니다. K 교수님, 정말 고마워요.” 계절은 이제 늦봄이 지나고 있었다. 미녀 식당의 베란다 밖으로 보이던 화려했던 봄꽃은 어느새 다 지고 이제는 잎이 무성해졌다. 개나리, 목련, 수수꽃다리, 장미에 이어서 향기가 진한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아카시아꽃은 꿀이 많아서 양봉업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꽃이다. 아카시아꽃이 질 무렵이면 봄도 물러난다고 볼 수 있다. 며칠 뒤, K 교수는 공과대학의 나 교수와 점심시간에 미녀식당에 갔다. 나 교수 역시 미스 K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K 교수는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나 교수가 경쟁이 될지도 몰라. 나 교수는 서울 출신이어서 그런지 시골 출신인 K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분명히 들었다. 미스 K는 이번에는 ‘아저씨’ 대신에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미스 K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거나, 별거 단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앞으로 K 교수가 미스 K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암시를 주는 바가 크다. 간단히 말해서 K 교수가 미스 K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언젠가 데이트는 물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유부녀가 아니므로 위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물론 아내를 속이는 일은 미안하지만, 상대가 유부녀는 아니므로 저쪽 남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로맨스(나쁘게 말하면 불륜)에 대한 위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서 K 교수는 매우 고무된 기분이었다. 며칠 뒤, K 교수는 신문을 읽다가 경기도 이천군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해마다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데, 올해에는 특히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모아 대규모로 전시회를 한단다. K 교수는 기사를 읽고서 멋진 계책을 생각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일요일 K 교수는 친구들과 K리조트에서 골프를 쳤다. K 교수는 작년에야 겨우 골프를 시작해서 아직은 108타 수준이었다. 골프라는 것이 쉽게 실력이 느는 운동이 아니다. 또 골프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필드에 나가기도 어렵다. 욕심 같아서는 보기 플레이(90타)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싶지만, 재력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대학 동창들과 즐겁게 5시간을 보낸 후 K 교수는 호기심에 찬 친구들과 미녀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K 교수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분명히 예약했는데….”라고 소리쳤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일행은 할 수 없이 미녀식당 근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날 친구들은 K 교수를 한껏 놀려댔다. 여자에게서 바람맞는 것이 대학 다닐 때부터 너의 주특기였다고. K 교수는 놀리는 친구들에게 대항하지 못하였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할 뿐이었다. 이틀 뒤 화요일, 야간수업이 끝난 후에 K 교수는 미녀식당에 갔다. 마침,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미스 K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사과부터 한다. 일요일에 약속을 못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