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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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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장미라면 아내는 찔레꽃 정도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이사 온 화성군 봉담면 수기리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상당히 큰 저수지가 있다. 마을과 호수 사이는 모두 논이고, 마을 옆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마을 가운데에는 젖소 목장도 있고, 마을 안쪽 야산 아래에는 작은 절이 있다. 마을 앞을 지나는 작은 도로는 경운기가 다니는 길인데, 승용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논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약 20가구가 산다. 수기리는 작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이었다. 수기리로 3월에 이사 오면서 호돌이는 수기분교 3학년으로 전학을 했다. 새로 전학한 학교는 전교생이 38명밖에 안 되는 분교였다. 정확한 이름은 봉담 초등학교 수기 분교다. 분교에는 선생님이 3명뿐이었다. 선생님 한 분이 교실 하나에서 2개 학년을 합반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호돌이가 전학 와서 3학년은 모두 4명이 되었다. 전학하고서 학교에 다녀온 첫날 호돌이가 “엄마, 나 이제는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우리 반에서 4등이네”라고 말해서 온 가족이 함께 웃었다. 다행히도 담임 선생님은 남자였다. 시골 분교로 전학을 온 이후 호돌이는 학교에서 마음 놓고 장난

미련 없이 강남 8학군을 떠나 시골로 오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사실 K 교수가 시골로 이사 온 것은 둘째 아들인 호돌이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호돌이는 형보다 무려 10년 늦게 늦둥이로 태어났다. 호돌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열리던 해에 태어났고, 당시 올림픽 대회의 마스코트가 풍물굿 모자 쓴 호돌이였는데, K 교수는 아들 이름을 호돌이라고 지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살던 K 교수는 호돌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일반적으로 둘째 아이는 원래 장난이 심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편이지만 이 녀석은 장난이 심했다. 남자애들이 장난하는 것이야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도가 지나쳤는지 날마다 선생님에게서 벌을 받고 야단맞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남자면 또 모르겠는데,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는 여선생님이 대부분이다. 호돌이의 담임 선생님도 20대 후반의 여선생님이다. 담임 선생님은 호돌이 때문에 수업이 안 된다느니 집에서 주의를 좀 주라느니 등등 아내를 통해서 들어보니 문제가 심각하였다. 아내는 늦둥이로 낳은 호돌이에게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호돌이가 사고를 쳤다고 젊은 여선생님이 젊지 않은 아내를 학교로 호출하면, 아내는 기분이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많으니 K 사장님 금방 부자 되겠네요.” “그러면 좋겠어요. 오늘은 유달리 손님이 많네요. 아마 K 교수님이 오셔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면 내가 매일이라도 오겠습니다." "그러시면 더 좋고요.“ “부자가 빨리 되어서요?” “그렇기도 하고, K 교수님을 매일 볼 수 있으면 그것도 좋지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고 믿으세요? 호호호.” 미스 K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해가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K 교수는 맥주를 하나 더 주문하여 미스 K와 함께 세 사람이 쨍하고 잔을 부딪쳤다. K 교수는 직접 물어볼 수는 없고 대화 중에 미스 K의 이혼 여부에 관한 단서를 찾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여 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K 교수는 미스 K의 친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그런데, 미세스 정이라고 하셨죠? 아이들은 다 컸나요?” “아들 하나인데 거창고등학교 1학년에 다닙니다.” “거창이라면 경남 거창 말입니까?” “예, 거기에 기독교 대안학교가 하나 있어요. 좋은 학교에요.” “아, 신문에서 소개된 기사를 한번 보았어요. 그런데 거기는 학생들이 전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하죠?” “예,

물구나무서서 보면 세상이 바로 보이겠네요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미스 K의 이혼, K 교수에게 중요한 문제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는 사귀어볼 만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미모와 지성과 재능을 겸비했다면 도전해 볼만한 값어치가 있는 여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녀의 이혼 여부였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닌 K 교수는 조강지처 아내를 팽개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미스 K가 혼인해서 잘 살고 있다면 식당 여주인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정말이지, 두 가정을 파괴하면서까지 사랑의 불장난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스 K가 이혼녀라면? K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모범생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산 친구들을 보니 자기의 삶이 너무 단조롭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술집 여자, 유부녀, 또는 이혼녀를 대상으로 한 두 번은 외도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는 맨정신으로는 잘 못하고 으레 술자리에서 꺼내게 되는데, 평생 한 우물만을 파온 K 교수로서는 그것이 그렇게 부러워 보인다. 어떤 때에는 친구가 유능하고 자기는 무능해 보

무용과 출신으로 평범한 사업가와 혼인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는 K 교수에게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를 소개하였다. ㅁ 교수는 그 잡지에 ‘과학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환경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연재해 볼 생각은 없겠느냐고 물어본다. 자기가 아는 편집자를 소개해 주겠단다. K 교수는 “생각해 보겠다”라고 미지근한 답변을 했다. ㅁ 교수의 말에 의하면 월간 에세이에 쓰는 글은 길이를 두 쪽 이내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독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참을성이 없다는 점이다. 다섯 쪽을 넘어가면 벌써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글은 짤막해야 잘 읽히고, 그래서 길이를 두 쪽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장편소설을 써서 인세 받기는 아예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스파게티는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다는 말이 있다. 불고기 스파게티에 불고기는 없었지만, 매운맛이 약간 나도록 고추장을 넣은 소스를 쳐서 만들었는데, 라면에 불고기 소스를 넣은 것처럼 그런대로 우리 입맛에 맞았다. 아마도 불고기 소스를 친다고 해서 불고기 스파게티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음식 이름이야

요즘에는 내용이 없어야 책이 잘 팔린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ㅁ 교수도 원주 출신이라고 한다. ㅁ 교수는 K 교수도 아는 여교수인데,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써서 인세를 받아 아파트를 한 채 샀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K 교수는 ㅁ 교수의 책을 책방에서 사서 읽어 보았는데,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교훈이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40대 후반인 K 교수는 사실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 책은 30대인 ㅁ 교수가 20대인 신세대 대학생들의 속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는데, K 교수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이 있을 때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변화된 사회 환경과 가정 환경 그리고 변화된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쉬운 예로서 “신세대는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 ㅁ 교수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자기중심적으로 길렀다”라고 주장한다. 곧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가족계획운동의 결과로 각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